다양한 색은 저마다 인상이 다르다. 사람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도 제각각이다. 이러한 색의 특성을 활용해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 ‘색채심리학’이다. 이번 호부터 색채심리학에 기반해 예술 작품을 탐구한다. 시작은 ‘빨강’이다.

▎마크 로스코 <무제> 19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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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은 인간의 감정과 본능을 자극하는 가장 강렬한 색이다. 눈에 들어오는 순간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고,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거부할 수 없게 만든다. 빨강은 피와 불꽃, 생명력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죽음과 파괴, 욕망과 금기까지 아우르는 색이다. 사랑과 분노, 열정과 위험처럼 상반된 감정이 공존하는 빨강은 그 자체로 극단적이고도 복합적인 상징이다.빨강은 문화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품어왔다. 어느 시대의 화가는 빨강을 고통과 희생의 색으로 사용했고, 또 다른 시대에는 매혹과 금지된 욕망의 상징으로 그렸다. 때로는 열정과 에너지의 원천이었고, 종종 권력과 지배의 상징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왕실의 망토와 종교적 의식의 색채에서부터 전쟁의 깃발까지, 빨강은 인간의 삶과 역사에서 힘과 장엄함을 나타내는 색이었다.이 글에서는 빨강을 주요 색으로 사용한 명화 네 점을 소개하고 이 강렬한 색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를 탐구해보려 한다. 피와 고통을 상징하는 빨강, 욕망과 매혹의 빨강, 열정과 에너지의 빨강, 권력과 지배를 상징하는 빨강까지. 이 색이 어떻게 인간의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며, 작품을 더욱 강렬하고 기억에 남게 만드는지 살펴본다.
강렬함의 정수: 붉은색에 담은 감정
▎앙리 마티스 <붉은 방> 19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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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는 단순한 색면으로 인간의 가장 깊고 원초적인 감정을 전달한 화가로, 그의 작품은 화면을 넘어 관람자의 내면 깊숙이 다가간다. 그는 색과 형태를 단순화해 인간의 고통과 희망, 삶과 죽음의 본질을 탐구했다.로스코의 [무제]는 강렬한 붉은색으로 가득 찬 화면으로, 한눈에 보는 이를 압도한다. 거대한 캔버스는 상단과 하단의 붉은 면으로 나뉘어 있지만, 이 경계는 분명하지 않고 불투명하게 녹아들며 서로 연결된다. 단순한 색의 대비로 보일 수 있으나, 세밀하게 쌓아 올린 붉은색 레이어는 깊이를 더하며 관람자에게 무언가 내밀한 감정을 던진다. 이 붉은 화면은 고통과 열정, 파괴와 생명력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듯하다.로스코의 붉은색은 피와 같은 생생함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고통이나 죽음만 상징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원초적인 감정, 그 감정과 마주할 때 느끼는 두려움과 에너지를 나타낸다. 이 작품은 특정한 이미지를 제공하지 않지만, 색 자체로 고통의 무게와 그것이 주는 생존의 강렬함을 전달한다. 붉은색은 여기서 상처이자 치유이고, 파괴이자 재탄생이다.심리적으로 붉은색은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생존 본능을 자극하며 강렬한 에너지를 전달하지만, 동시에 불안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로스코의 작품 속 붉은색은 고요한 화면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듯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이 강렬함은 관람자를 자신의 감정과 직면하게 하며, 고통과 열정이 공존하는 순간에 집중하게 한다.우리의 삶에서 로스코의 붉은색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정의 흐름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고통을 단순히 두려워하거나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성장하고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붉은색은 생명의 색이며, 때로는 그 안에서 폭발적인 열정을, 때로는 고요 속의 깊은 슬픔을 발견할 수 있다.[무제]는 관람자에게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스스로의 감정과 직면하게 하며, 각자의 내면에서 의미를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붉은 화면 앞에서 우리는 고통과 열정을 동시에 느끼고, 그것이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임을 깨닫는다. 이 작품은 붉은색이 가진 가장 원초적이고도 본질적인 메시지를 보여준다: 고통은 생명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에너지와 매혹의 색
▎카라바조 <성 마태와 천사> 1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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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야수파 화가 앙리 마티스의 [붉은 방]은 빨간색이 캔버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색 자체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표적인 명화다. 이 작품은 붉은색 테이블보와 벽이 이어져 하나의 색면으로 펼쳐지며, 실내 공간을 완전히 지배한다. 화면 속 빨간색은 단순히 배경이나 장식이 아니라, 그림 전체를 감싸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마티스는 이 작품에서 전통적인 원근법이나 세부 묘사보다는 색채의 감정적·심리적 효과에 집중했다. 빨간색은 여기서 따뜻함과 에너지를 상징하는 동시에, 보는 이에게 강렬한 몰입감을 준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푸른 자연의 색감은 빨간색과 대조를 이루며, 실내와 실외, 고요함과 생동감 사이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 그림에서 빨간색은 단순히 장식적이지 않다. 그것은 방 전체를 덮으며 관람자를 강렬한 빨강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공간과 색의 경계를 초월하게 만든다.빨간색은 이 작품에서 매혹과 강렬함을 동시에 상징한다. 심리적으로 빨간색은 열정, 에너지, 생명력을 나타내는 색이다. 마티스의 작품에서 빨간색은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삶의 역동성과 감각적 풍요로움을 강조한다. 이 색은 관람자로 하여금 시각적으로 압도되면서도 따뜻함과 생동감을 느끼게 하며, 공간 속에서의 감정적 반응을 유도한다.우리의 삶에서 빨간색은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에너지와 자신감을 전달한다. 마티스의 [붉은 방]은 우리에게 색채가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 감정과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상기하게 한다. 이 작품은 빨간색이 주는 생동감과 열정을 통해,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색의 감각적 경험을 재발견하게 한다.앙리 마티스는 이 작품에서 빨간색이 단순히 강렬함을 넘어, 우리가 삶을 더 깊이 경험하도록 돕는 강력한 매개체임을 보여준다. 이 그림에서 빨간색은 에너지와 따뜻함을 동시에 전달하며, 우리의 감각과 감정을 일깨운다. [붉은 방]은 빨간색이 지닌 강렬한 힘과 그 속에 담긴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예시다.
붉은 희생과 신성의 교차점
▎디에고 벨라스케스 <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초상> 16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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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는 빛과 어둠의 극적인 대비로 인간의 감정과 신성을 동시에 드러낸 화가다. 그는 바로크 시대에 속하며, 현실적이고 강렬한 표현으로 종교적 주제를 감동적으로 전달했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관람자로 하여금 장면 속에 몰입하게 한다.[성 마태와 천사]에서 카라바조는 성 마태를 화면의 중심에 배치하고, 그를 감싼 붉은색 옷으로 장면의 긴장감과 신성함을 강조했다. 성 마태는 천사의 인도를 받으며 성경을 기록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의 표정은 집중과 경건함으로 가득하며, 붉은 옷은 그의 역할이 단순한 기록자가 아니라 신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달하는 희생자로서의 상징을 나타낸다. 천사는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로, 가볍고 유려한 움직임으로 성 마태를 이끌고 있다. 천사의 순백과 대비되는 성 마태의 붉은 옷은 인간의 고뇌와 신성한 사명을 동시에 암시한다.이 그림에서 붉은색은 희생과 신성함을 상징한다. 성 마태의 붉은 옷은 그의 삶이 신에게 바쳐진 것임을 나타내며,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따르는 고통과 책임을 상징한다. 동시에 붉은색은 인간의 열정과 헌신을 강조하며, 그의 사명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 삶 전체를 내건 깊은 희생임을 드러낸다.심리적으로 붉은색은 고통과 희망, 열정과 결단을 상징한다. 이 색은 희생과 책임감 속에서도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깨닫게 하는 역할을 한다. 성 마태는 천사의 인도를 받으며 신성한 사명을 다하고 있지만,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암시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고통을 피하려 하지만, 때로는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삶의 깊은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독자들에게 이 그림은 자신이 지닌 책임과 희생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의 삶에서도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감당해야 할 순간들이 있다. 그것이 때로는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카라바조의 붉은색은 우리에게 말한다. 희생은 단순히 무거운 짐이 아니라, 그 속에서 성장과 성취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성 마태의 붉은 옷은 우리가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신념을 가지고 나아갈 때, 그 길이 결국 더 큰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희생이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그것이 우리를 더 깊은 성찰과 성장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 삶의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강인함과 신성함을 발견할 수 있다.
붉은 권위가 품은 힘의 무게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초상]은 권력과 지배를 상징하는 명화로, 붉은색이 강렬하게 사용된 작품이다. 교황의 옷은 진한 붉은색으로 표현되어 그의 위엄과 권위를 강조하며, 화면 전체를 압도한다. 이 작품에서 붉은색은 단순히 의복의 색깔이 아니라 권력과 지배, 그것이 주는 압도적인 에너지를 상징한다.벨라스케스는 교황의 표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그의 복잡한 내면까지 드러냈다. 교황의 붉은 로브는 그의 권위와 권력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불안감과 권력의 무게를 암시하기도 한다. 붉은색은 그의 신성한 위치를 드러내는 동시에, 그의 인간적인 약점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이 그림에서 붉은색은 단순히 화려함을 넘어 지배와 통제, 그 책임의 무게를 상징한다. 심리적으로 붉은색은 권위와 에너지를 상징하는 동시에 위험과 경고를 내포한다. 이 작품 속 교황은 강력한 지배자로 보이지만, 그의 시선과 자세는 그 권력이 가지는 고독과 긴장을 전달한다.우리 삶에서도 권력과 책임은 종종 무거운 짐으로 다가온다. 벨라스케스의 붉은색은 우리가 권력을 행사하거나 책임을 질 때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강렬한 에너지와 동시에 그 안에 숨어 있는 불안과 두려움을 나타낸다.[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초상]은 단순히 한 교황의 권위를 묘사한 그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권력 속에서 느끼는 희열과 책임, 그로 인해 느끼는 고독까지도 표현한 작품이다. 붉은색은 여기서 단지 교황의 옷을 장식하는 색이 아니라, 그가 가진 힘과 그 힘의 무게를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의 삶에서도 책임과 권력은 때로는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고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이 그림은 말해준다.
붉은색, 삶의 본질을 비추다빨간색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본능, 역사와 문화 속에서 깊은 상징적 의미를 담아왔다. 피와 고통, 욕망과 매혹, 열정과 에너지, 권위와 희생에 이르기까지, 이 색은 우리의 삶과 내면을 탐구하게 한다.빨강은 때로는 압도적이고 때로는 부드럽게, 우리를 고통과 희망, 사랑과 책임이라는 복잡한 감정의 세계로 인도한다. 로스코의 붉은 캔버스는 고통 속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하게 하고, 마티스의 [붉은 방]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감각적 풍요로움을 깨닫게 한다. 카라바조의 성 마태는 희생의 붉은빛으로 신성함을 드러내며, 벨라스케스의 교황 초상화는 권력과 그 책임의 무게를 탐구하게 한다.이 명화들에서 빨강은 단순히 보이는 색이 아니라,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색이다. 당신은 고통과 희생 속에서 무엇을 발견했는가? 열정과 에너지는 당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가? 책임과 권위의 무게는 당신에게 무엇을 가르쳐주었는가?빨강은 삶의 모든 본질을 품은 색이다. 그것은 우리의 감정을 고스란히 비추고, 지나온 흔적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 강렬함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다시 만나고,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 김소울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미술치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미술치료전공 겸임교수이자 플로리다마음연구소 대표다. [치유미술관] 외 19권의 저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