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우리 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 공간, 서비스 등 모든 것이 디자인의 결과물이다. 학계에서의 연구와 업계에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히 제품을 예쁘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디자인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김나영 교수를 만났다.

▎정승우 이사장과 김나영 교수가 디자인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디자인 산업과 교육을 주제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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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처럼 시각적인 매력은 제품의 인식과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기 좋은 디자인에 브랜드나 기업의 가치를 담는다면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제품에 대한 신뢰와 선호도로 이어지며 소비자와 깊은 연결을 형성할 수 있다. 이렇듯 디자인은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실질적인 가치와 연결된다.학계와 업계를 넘나드는 비즈니스 디자이너로 인정받는 김나영 교수는 디자인과 비즈니스의 경계를 허물고, 창의적 사고를 통해 소비자를 매료하는 새로운 디자인 솔루션을 제시해왔다. ‘매일매일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억되는 디자인’을 목표로 오랜 시간 기업에서 디자인팀을 이끌어온 그는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학생들에게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 전략과 브랜딩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김 교수는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으로 학사, 석사, 박사를 졸업했다. 오스템임플란트, LG생명과학,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거쳐 종근당건강에서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식품의 브랜드 패키지 웹디자인을 총괄했다.올해부터는 인하공업전문대학 산업디자인학과 시각정보디자인 분야 교수로 강단에 섰다.현재 서울디자인재단 비상임이사, 한국브랜드디자인학회 기업분과 이사, 한국포장학회 홍보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서울디자인재단 DDP디자인페어 취창업 분야 큐레이터, 대한민국 패키징 대전(Korea Star Awards) 심사위원, 중소기업진흥공단 브랜드 디자인 컨설턴트, 세종테크노파크 디자인 분야 중소기업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기술닥터를 역임했다.
기업 디자이너를 꿈꾸는 취업 준비생을 위한 멘토링 서적 [I am a designer]를 출간하기도 했다.

▎산업과 교육을 연결해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김나영 교수. 기업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해주고자 대학 강단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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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2023년 종근당의 기업 철학을 ‘긍정적 에너지의 소리’ 콘셉트로 각기 다른 패턴으로 표현하고, 종의 메아리를 표현한 독창적인 패키지 아이덴티티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종의 ‘울림과 파동’이라는 디자인 언어를 패턴의 중첩, 리듬감, 소리의 색으로 재해석해 다양한 효과를 시각화하는 작업으로, IDEA 디자인 어워드 2023 수상,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23 수상, iF 디자인 어워드 2023 수상 등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해에는 종근당의 락토핏 솔루션콘셉트 디자인으로 iF 디자인 어워드 2024를 수상했다.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는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건강한 삶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지닌 ‘퓨어 조이(Pure Joy)’라는 디자인 콘셉트로 iF 디자인 어워드 2021,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20를 수상하기도 했다. 흔히 의약품 패키지에 담는 치료에 집중된 메시지뿐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을 제공할 수 있는 그래픽 모티프를 적용하고, ‘일상으로의 복귀’라는 메시지를 더해 ‘시각적 치료’ 효과를 콘셉트화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디자인상 수상이 매출 성장에도 영향을 주었을까.사실 숫자만 보고는 매출 성장이 디자인 덕분인지, 마케팅의 영향인지, 제품 유통이나 광고의 영향인지를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많은 분이 달라진 디자인에 대해 언급해주시고, 브랜드가 세련되고 젊어진 것 같다고 말씀해주신다. 또 수상 이후 디자이너 면접 때면 ‘꼭 일해보고 싶은 회사’라고 말하는 지원자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확실히 리뉴얼된 디자인이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확고하고 일관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며 매출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산업과 교육을 연결하며,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크리에이티브 리더라는 평가가 있는데.DDP디자인페어 서울디자인 2022에서 홍익대학교 학생들과 종근당의 락토핏 굿즈를 개발하고 전시하며, 건강기능식품의 굿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기회를 가졌다.이화여자대학교와 산학 협력을 통해 AI를 실무나 신제품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학생들과 함께 아임비타의 에디션 패키지와 웹디자인 전략을 만들어가면서 종근당만의 AI 툴킷(Toolkits)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활용 방안을 고민했다. 그 결과 난각막 유래 원료로 만든 건강기능식품에 관절 이미지를 활용하고, 다이소 전용으로 출시한 클리덤 화장품의 모델 컷에 적용할 수 있었다.기업에서 실무를 담당하며 여러 방향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디자인학회 2024 춘계학회에서 ‘기업에서 활용 가능한 AI 툴킷 전략’을 발표했다. 시대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AI를 활용하여 상품화하는 과정을 통해 패키지디자인과 웹 상세 페이지에 적용하는 등 실제 제품으로 출시된 프로세스를 공유하는 과정이었다.또 한국상품문화디자인학회 2023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디자인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연구해 발표하기도 했다. 아임비타, 락토핏, 프로메가 등 기업에서의 전략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 견인을 위한 키 비주얼을 개발하고, 소비자를 관통하는 디자인을 제시했다. 이를 뉴니스 전략에 적용해 시즌별 선물 세트 디자인을 선보이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에디션 패키지와 선물 세트를 제작해 리테일 매출 성장에 기여할 수 있었다.2023년 한국포장학회 제63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산업별 ESG 디자인 전략’을 발표했다. 종근당건강의 ESG 경영을 위한 친환경 전략적인 포장재 전환 TF를 구성해 친환경 포장을 적용한 제품을 확장해가며 친환경 소재 활용과 재활용 가능성 확대, 플라스틱 최소화를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FSC 종이 활용, 소이 잉크 사용 등으로 환경에 진심인 MZ 세대를 타깃으로 제품이나 브랜드 콘셉트에 맞는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시너지를 창출하고, 디자인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제안했다.이렇게 학계에서의 연구와 업계에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디자인 전략을 수립한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나 올리브영 등 유통 채널에 맞는 브랜드 패키지를 제작해 매출 성장을 이끌고, 디자인 프로세스를 정량화해 크리에이티브의 성과를 연결하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디자이너가 된 계기가 있나.어릴 때부터 창의적인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새롭게 상상하고 새롭게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선화예중과 선화예고를 졸업한 후 대학 진학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중, 디자인이 단순히 미적인 요소를 넘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디자인을 전공했다.
디자인 직군으로는 처음 입사한 LG생명과학과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의 경험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디자인팀 세팅부터 어워드 진행,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면서 디자인과 비즈니스의 경계를 허물고, 산업디자인과 시각디자인, 영상디자인을 통합적인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러한 경험과 배경을 결합해 지금까지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와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자 힘쓰고 있다.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건강한 삶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의미의 ‘퓨어 조이’라는 콘셉트로 진행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패키지디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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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와 업계를 넘나들며 활동 중이다. 상업과 비상업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을 것 같은데.학계와 업계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것은 때때로 도전적일 수 있지만, 내가 경험한 실무들을 조금 더 일찍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AI를 활용해 새로운 트렌드를 시도하면서 학생들에게 기술이 디자인 실무에 어떻게 적용되고,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학생들이 더 나은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세계 최대 테크쇼 CES의 2025년 주제는 ‘뛰어들어라(DIVE IN)’로, 연결(Connect), 해결(Solve), 발견(Discover)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다. 또 주요 콘셉트를 인간과 기술의 공진화(Co-Evolution)로 표현했는데, 나 또한 결국 상업과 비상업의 경계에서 혼란을 느끼기보다는, 두 영역의 장점을 결합하여 더 나은 디자인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를 통해 디자인과 비즈니스의 경계를 허물고,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산업디자인은 시각디자인과 무엇이 다른가.산업디자인은 주로 물리적 제품의 기능성과 사용성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며, 대량생산을 고려해 디자인을 한다. 반면 시각디자인은 시각적 커뮤니케이션과 미적 요소를 중시하며, 로고 디자인, 포스터 디자인, 웹사이트 디자인 등 다양한 형태로 고객들에게 브랜딩을 한다. 산업디자인과 시각디자인은 전달하는 매체에 따라 표현 방법은 다를 수 있으나, 브랜딩 관점에서 보면 모두 디자인을 통해 솔루션을 줄 수 있는 마케팅 활용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을 꼽는다면.삼성바이오에피스의 1호 디자이너로서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될 수 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던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국가별 의약품 허가 기준에 유동적으로 부합할 수 있는 글로벌 패키지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뉴욕에 있는 인터브랜드 헬스(Interbrand Health) 팀과 협업했다.글로벌 디자인 컨설팅 회사 이팸 컨티뉴엄(EPAM Continuum)과 함께 유럽과 미국의 필드 리서치를 거쳐 고객의 니즈를 분석하고, 유럽과 미국 현지에서 제품을 사용하는 환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제품을 사용하는지를 직접 보고 깊이 이해하고자 했다. 시각적 치료 효과를 담아 ‘퓨어 조이(Pure Joy)’라는 콘셉트로 완성된 그래픽 모티프를 활용해 추후 개발 예정인 제품도 일관성 있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패키지 시스템을 구성했다.
또 종근당건강에 입사해 종근당그룹의 심볼 ‘종(鍾)’을 모티프로 삼은 첫 번째 패키지디자인 아이덴티티 프로젝트도 잊을 수 없다. 이는 단순히 기업 이념과 철학이 담긴 디자인을 넘어 종근당건강 브랜드의 가치와 정체성을 정립하는 한편 일관되고 차별화된 제품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결과적으로 통일된 패키지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통해 트렌드나 영업의 니즈에 맞춰 빠르게 제품을 출시하고자 할 때 디자인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면서도, 소비자가 브랜드를 빠르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기에 디자이너로서 보람을 느꼈다.

▎종근당의 기업 철학을 ‘긍정적 에너지의 소리’ 콘셉트로 각기 다른 패턴으로 표현하고, 종의 메아리를 표현한 패키지 아이덴티티 디자인 프로젝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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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 모두 디자인상까지 수상해 특히 더 마음이 간다.
패키지디자인은 시각적인 매력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물론이다. 패키지디자인은 단순히 보기 좋은 디자인으로 제품을 보호하는 기능을 넘어, 기업의 가치와 브랜드의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이다.예를 들어 애플의 깔끔하고 세련된 패키지디자인은 애플 제품의 혁신성과 품질을 반영하며,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전달한다. 미니멀리즘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외관뿐 아니라 제품을 열었을 때의 상태까지 고려한 설계 덕분에 특별한 개봉 경험을 선사한다.스타벅스의 패키지디자인은 지속가능성과 환경보호를 강조한다.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고, 친환경적인 디자인 요소를 도입하여 브랜드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치를 전달한다. 또 시즌별로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여 신선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나이키의 패키지디자인은 스포츠와 역동성을 부각한다. 강렬한 색상과 독특한 그래픽디자인은 나이키의 에너지와 혁신적인 이미지를 반영하고, 패키지에 브랜드의 슬로건과 메시지를 담아 동기부여와 영감을 전하는 도구가 된다.
브랜딩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내가 생각하는 브랜딩은 단순히 로고나 슬로건을 만드는 것을 넘어, 기업의 철학과 가치를 시각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그들과 감성적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과정이다. 더 나아가 기업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소비자와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일관된 메시지로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히 전달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소비자와 깊은 공감을 형성할 수 있다.
소재의 고갈이나 중첩 등 여러 이유로 표절 시비도 있을 것 같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하다.표절 시비를 직접 경험한 적은 없지만, 디자인 분야에서 이러한 문제는 종종 발생할 수 있다. 표절 시비가 발생하면 먼저 해당 디자인의 원본 자료와 작업 과정을 명확히 제시하여 자신의 창작 과정을 입증해야 한다. 또 디자인의 독창성과 차별성을 강조하며, 유사한 디자인이 존재할 수 있지만 동일한 것은 없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법률 전문가에게 자문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항상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을 함으로써 표절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디자이너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현재의 업무가 앞으로의 평생 업무가 아닐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 업무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트렌드를 읽으며,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디자이너는 단순히 시각적인 요소를 만드는 것을 넘어,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히 시도할 것을 권한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 정승우 - 고려대학교 법학과(학사), 동 대학원(법학 석사, 법학 박사) 졸업 후 2011년 공익재단법인 유중문화재단과 복합문화공간인 유중아트센터를 설립하여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