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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극복의 조건②] 박재병 케어닥 대표 - 시니어 ‘케어 보국’의 꿈 

 

이정은 기자
노인돌봄 1세대 스타트업인 케어닥은 국내 대표 시니어산업 전문 기업이다. ‘노인 돌봄’과 관련한 웬만한 서비스가 케어닥 안에서 이뤄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 비즈니스만 들여다보는 CEO가 아니라, 산업 전체를 조망하면서 돌봄공백지수를 발표하고, 시니어타운 표준등급 가이드와 시니어 하우징 디자인 가이드라인 등도 내놓고 있다. 박재병 대표의 꿈은 단순한 사업 성공이 아닌 ‘케어 보국’으로 진화했다.

케어닥은 2018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토털 시니어 케어 플랫폼이다. 처음엔 요양시설을 찾아주는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이후 간병인 매칭 서비스를 더했고, 지금은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니어 하우징을 짓고 운영하는 단계까지 확대됐다. 이 모든 일이 6년 만에 이뤄졌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노인인구가 늘면서 돌봄 공백이 많이 생기는데, 기술을 통해 새로운 혁신 사업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했다”며 “정부 역할에는 제약과 한계가 있어 우리가 앞장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에는 나이 드신 부모님이 있었다. 박 대표는 “누나만 넷 있는 막내로 자라 부모님이 할아버지, 할머니에 더 가까운 나이었고, 덕분에 어릴 때부터 노인 돌봄을 경험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봉사단체 ‘쪽방나들이’를 운영했고, 누나도 요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해서 노인 돌봄 사업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는데, 시니어산업이 문제이자 기회라는 생각에 뛰어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시니어의 생애주기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케어닥을 토털 시니어 케어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그는 “생애주기에 맞게 돌봄 서비스도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고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도 연결해야만 시니어나 보호자들이 원할 때 적재적소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보호자들은 간병인 매칭, 방문 재활, 재택 케어, 시니어 하우징 등을 각각 알아볼 필요 없이, 케어닥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케어닥은 노인 돌봄 수요가 커지는 만큼 빠르게 성장 중이다. 6년간 누적 거래액은 2600억원에 달한다. 그는 “매년 전년 대비 두 배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어닥의 시니어 하우징 사업인 케어닥 케어홈은 요양원과 고가 실버타운의 중간 형태를 지향한다.

“어르신이 가고 싶어 하는 공간이 어떤 곳일까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다들 집에서 늙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집 같은 시설을 만들어보자’ 했어요. 실버타운 사업은 부동산업이 기반이어서 직접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르신들이 원하는 서비스와 괴리가 생깁니다. 집에서 입주 간병인을 쓰면 월 400만~500만원, 많게는 600만~700만원이 듭니다. 케어닥은 합리적인 가격을 위해 공간과 서비스 레벨을 줄이는 대신 식사와 청소, 빨래, 복약 관리, 24시간 응급 대응 등의 서비스를 갖췄습니다. 요양원과 실버타운의 사이 상품을 개발한 거죠.”

케어닥 케어홈은 2023년 1호점인 ‘시흥 배곧 신도시점’을 시작으로 현재 4곳이 문을 열었다. 곧 수원과 파주 케어홈도 오픈할 예정이다. 연내 10곳 개원을 계획 중이며, 2030년까지 300곳을 목표로 하고 있다.

케어닥은 올해 서울시가 공모한 ‘대상지 공모형 민간투자사업’ 우수 제안자로 선정돼 실버타운 운영도 맡는다.

“서울시 사업은 케어닥 케어홈과 콘셉트는 같은데 개발 형태와 소유주가 다릅니다. 케어홈은 100% 민간사업이어서 우리가 개발하고 투자자인 펀드가 소유하는 형태인 반면, 서울시 공모형 사업의 토지주는 서울시예요. 시가 소유한 빈 땅을 활용하는 것으로, 우리 케어 서비스를 추가해 합리적인 가격의 실버타운을 선보입니다. 노인 대상 일자리가 있다는 것도 다른 점이고요. 실버타운 내 공유 공간에서는 케어닥 주최로 교육센터를 열어 어르신 돌봄 일자리나 택배 일자리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7위 운용사 투자 유치도


케어닥은 2019년 시드, 프리-A 투자, 2020년·2021년 시리즈 A 투자, 2022년·2023년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해 누적투자금은 350억원이다.

박 대표는 “팬더믹 등으로 인해 계획만큼 투자를 잘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이 정도 투자 성과를 거둔 건 ‘뻔한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숫자가 단순히 커집니다’라고 설득한 것이 아니라 ‘시장에 이런 문제가 있고, 이 문제를 이렇게 풀려고 하는데 우리가 이것저것 다 해보니까 이게 맞는 것 같더라’고 투자자를 설득해 투자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2024년 9월에는 글로벌 7위 자산운용사인 인베스코의 투자도 유치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최초 시니어 하우징 전문 운영사인 ‘케어오퍼레이션’을 공동 출범시켰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을 보면 처음엔 복지 차원에서 노인 돌봄을 시작했어요. ‘노인 돌봄은 국가가 챙기겠습니다’라고 하는데, 실제 시작해보니 몇십조원씩 들어가더란 거죠. 생산인구가 줄고, 피부양 인구가 늘면 그 돈으로도 해결이 요원하다는 위기감이 들 때 정부는 보통 민간에게 사업을 넘기고 싶어 합니다. 우리 같은 플랫폼 업체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지요. 국가가 요양원을 지으면 정부보조금이 들어가지만, 실버타운은 정부가 인허가를 풀어주고 용적률을 높여주거나 사업을 권장하면 정부 자금을 줄이면서도 노인 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정부로선 간접적인 혜택을 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이런 구조에서 시니어 하우징이라는 섹터가 성장하는 거예요. 인베스코가 미국과 일본에 이어 다음으로 번성할 시장을 알아봤는데 한국이었다고 합니다. 국내에 있는 시니어 케어 업체 여러 곳과 만나본 후 케어닥에 투자하고 부동산 펀드도 결성하게 됐습니다.”

케어오퍼레이션은 앞으로 양로·요양 시설과 노인복지 주택을 아우르는 시니어 하우징 운영사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이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까지 진출해나갈 예정이다. 또 3년 내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니어 주거 시설을 50개 지점 4000세대까지 늘려가는 것이 목표다. 향후 10년에 걸쳐 2만여 세대(노인복지 주택 32개, 양로시설 148개)까지 확장 운영하겠다는 포부다.

올해는 가맹사업에도 힘을 실을 예정이다. 케어닥은 지난 2022년 9월부터 방문요양 돌봄 센터의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방문요양센터와 달리, 케어닥은 시스템을 갖춰 설립부터 운영까지 초보자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회계·인사·운영 등 체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앱, 제휴사를 통한 온·오프라인 마케팅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직영사업을 원칙으로 삼으면서 ‘우리가 열심히 하면 될 거야’라는 마음이 컸다”면서도 “하지만 노인 돌봄은 전국에 1000만 명이 필요한 일이라서 케어닥 혼자 해결할 수는 없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직영을 잘 꾸려나가고, 동시에 일종의 가맹 프랜차이징 파트너 형태를 조직해 직영의 노하우를 전수하면 창업도 도와드리고, 그 과정에서 인프라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케어닥이 토털 시니어 케어 플랫폼인 만큼, 여러 관련 창업 아이템 중에서 사업자와 지역에 맞는 것을 취사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았다. 이어 “우리의 차별점은 그야말로 토털 서비스”라며 “방문 요양, 간병, 노인 유치원, 요양원, 실버타운 등 다양한 노인 돌봄 창업 아이템 중에서 내게 맞는 것을 고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케어닥 내에서 웬만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기에 관련 인프라를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돌봄의 표준 만든다

시니어 스타트업 1세대인 박 대표는 시니어산업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파이어니어다. 박 대표는 “시니어산업이 아직은 초창기다 보니 가이드 같은 게 없는 시장”이라며 “우리가 직접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케어닥은 2024년 3월 ‘시니어타운 표준등급 가이드’를 국내 최초 개발해 발표하고, 같은 해 9월 ‘시니어 하우징 디자인 가이드라인’도 선보였다. 시니어타운 표준 등급 가이드는 호텔 등급처럼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총 7등급으로 나눴다. 규모, 프로그램, 입지, 부대시설, 건강관리, 공간디자인 등 크게 10가지를 평가했다.

시니어 하우징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공간 설계의 기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케어닥은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한 강효진 소장을 필두로 지난해 ‘시니어 하우징 디자인 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는 가이드라인 개발을 위해 미국과 일본 내 하이엔드 상품을 현장 답사하고, 유럽과 싱가포르를 포함한 국내외 50여 개 시니어 하우징을 면밀히 분석했다. 신규 가이드라인은 오는 2026년 하반기에 첫선을 보일 케어닥 케어홈 수원시 권선점에 대지 조성 단계부터 반영해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호텔은 3성급, 5성급이라고 하면 대략 어느 수준이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런 가이드가 없다 보니, 저희가 ‘시니어타운 등급 가이드’를 만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시니어 하우징은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인테리어나 디자인이 전부 제각각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그 기준은 전혀 없어요. 예를 들어서 바닥재는 미끄럽지 않은 특정 재료를 사용해야 하고, 손잡이는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이런 것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었지요. 그래서 우리 디자인 연구소에서 ‘시니어 하우징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개발했어요.”

이뿐만 아니라 케어닥은 지난해 9월 국내 노인 돌봄의 현황과 추세를 담은 ‘돌봄공백지수’ 보고서도 발표했다. 노인장기요양공백과 노인시설공백 등 노인 돌봄에 드는 필요 비용과 인프라, 자원 현황을 들여다보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도입 첫해인 2008년(21만 명) 대비 2021년 91만 명으로 336%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전체 노인인구의 10.9%에 불과한 수치다. 사실상 약 89%에 이르는 노인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돌봄 공백 상태에 놓인 것으로 해석된다.

케어닥은 연초 ‘올해 시니어산업 6대 키워드’를 내놓기도 했다. 올해의 핵심 이슈로 주목한 것은 시니어 하우징 시장의 성장, 시니어 자산관리 시장 확대, 장기요양보험의 진화, 해외 인력 영입, 옥석 가리기 본격화, 사회복지 일자리 관심 증대 등 6가지 키워드였다. 박 대표는 “우리가 이런 가이드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을 하는 이유는 이 시장을 조금 더 알리고, 키우고 싶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올해 시니어 하우징 산업에 대한 소개와 전망에 대한 책도 내놓을 계획이다. 올해는 시리즈 C 투자와 기업공개(IPO) 준비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박 대표는 “현재 입찰제안서(RFP)를 받는 초기 단계로, 2~3년 이내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박 대표의 경영 철학은 ‘케어 보국’이다. 박태준 포스코 창업자의 ‘제철보국’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노인 돌봄 분야를 산업화하는 건 국가 존속과 생산인구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엑소더스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죠. 케어닥의 사업 방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비전에 동의하는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려 합니다.”

- 이정은 기자 lee.jeongeun2@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504호 (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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