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포브스코리아 선정 대한민국 대표 병원장] 한희돈 연세오케이병원 병원장…해외 의사들도 앞다퉈 배우는 'K-척추수술' 

 

신영미 객원기자
병원의 핵심 가치는 환자의 건강과 치료에 있겠지만,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병원을 이끄는 리더의 신념과 노력이 중요하다. “환자를 잘 치료하자”는 일념으로 힘써온 한희돈 연세오케이병원 병원장의 진심 어린 행보는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찾아오고, 전 세계 의사들이 주목하는 병원으로 도약하는 토대를 만들었다.

▎한희돈 병원장은 “환자가 의사를 믿고 제대로 치료 받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의사의 실력과 경험도 함께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 출신 명의를 비롯해 전 세계 척추 의사들이 의학 기술을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그런데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도, 서울 강남의 대형 병원도 아닌, 경기도 북부 의정부시에 자리한 연세오케이병원이다. 관절 및 척추 치료 전문 병원인 이곳은 특히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을 선도하며 ‘의사를 가르치는 병원’으로 주목 받고 있다. 실력 좋은 의사들이 포진해 있으니 지역민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 환자의 50% 정도가 서울, 부산,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다. 2023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4만4000여 명의 환자가 내원했을 정도이니 명실공히 지역을 넘어 전국구 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4628㎡(1400평) 규모에 첨단 의료장비 시설을 갖춘 연세오케이병원은 대학병원급 통합 척추센터를 필두로 유방센터, 건강검진센터까지 진료 영역을 확대했고, 현재 정형외과, 신경외과, 내과, 갑상선유방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12명의 전문의를 비롯해 13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2015년 의정부에서 소규모 정형외과 의원으로 시작해 2020년 7월 지금의 연세오케이병원으로 확장 이전했으니 병원 개원 후 5년이 채 안 돼 이룬 성장이다.

이런 급격한 성장을 이끌어 낸 연세오케이병원의 수장은 한희돈 병원장이다, 한 병원장은 남다른 이력을 가졌다. 연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석사 과정 중 스탠포드대학원에 합격해 유학을 준비하던 공대생이었다. 하지만 9년 만에 대입시험을 다시 치르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99학번으로 입학해 정형외과 전문의의 길을 택했다. 당시 한국 관절내시경 수술의 선구자로 알려진 연세대 김성재 교수의 펠로우로 수련했고, 어느새 그 역시 관절경 수술 명의로 성장했다.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 관절경전임의, 세브란스관절경연구회 간사 및 견관절‧슬관절관절경 강사 등을 역임했다.

공학을 전공하다 의학으로 진로를 변경하고 정형외과 전문의 길을 택했다.

의사로서 거창한 포부가 있어 택한 길은 아니다. 공대생으로서 한계가 느껴지던 찰나 레지던트 2년차이던 고교 친구를 우연히 만나면서 의사란 직업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막연하게 시골 어딘가에서 환자를 치료하며 사는 것도 보람되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 달 정도 고민 끝에 자퇴하고 의대에 지원했다. 정형외과를 선택한 건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이 다양했기 때문이다. 간단한 치료부터 약물요법, 물리치료, 시술, 수술에 이르기까지 환자의 질병을 끝까지 책임지고 가이드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의정부에서 개원한 계기가 있나.

서울에 자리가 없었던 이유도 있고, 의원 개업 전 의정부에 있는 병원에서 관절외과 원장을 했던 터라 인연이 있었다. 환자를 치료하는 데 지역은 큰 문제가 되지 않다고 생각했다. 치료는 의사가 하는 것이지 시설이나 위치가 하는 것도, 학벌이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실제로 현재 우리 병원에 내원한 국내 환자의 50%가 의정부 외 지역에서 오고 있다.

의원 개업 5년 만에 병원으로 확장했다.

2015년 의정부에 있는 큰 시장 근처에 개업했는데 장사하시는 80대 할머님들이 많았다. 시장에서 손수레를 끌고 다니시는데 제대로 걷는 분이 없었다. 개업하고 몇 달 지나자 할머니들이 ‘여기 오면 앉은뱅이도 걷는다’는 소문을 듣고 왔다고 말했다. 환자 잘 낫게 한다는 입소문이 돌았던 모양이다. 하루에 환자만 400명씩 봤다. 힘들어도 아픈 환자가 많으니 진료를 멈출 수 없었다. 환자가 왜 아픈지도 알고,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도 아는데, 병원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보니 더 치료해드리기가 어려웠다. 대학병원에 가시라 권해도 장사를 못하니 먼 곳에 못 가시소 결국 또 우리 병원으로 오시더라. 마음이 안 좋았다. 간단한 시술이라도 하려면 의료 장비와 입원실이 필요해 2020년 병원으로 확장했다. 허리 아픈 환자들이 많았지만 주 전공이 아니다 보니 실력 있는 척추 전문의를 영입해 더 잘 치료하고자 2022년 척추센터도 열었다. 또 수술을 하려면 여러 가지 검사를 해야 하니 자연스럽게 진료 영역도 늘렸다. 그렇게 환자 치료에 필요한 것들을 갖추다 보니 규모가 커졌다.


▎연세오케이병원 수술실에서 포즈를 취한 한희돈 병원장.
지금의 연세오케이병원으로 성장하기까지 병원장님만의 경영 노하우가 있다면.

그저 ‘환자를 잘 낫게 하자’는 마음으로 병원을 이끌어 왔을 뿐이다. 병원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앞서 언급한 의원에서 병원으로 확장한 것도, 진료 영역을 다양하게 넓힌 것도, 실력 있는 전문의를 찾아다니며 영입한 것도 모두 ‘환자에게 최상의 치료 방법을 제공해 제대로 낫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한 가지 원칙이 있다면 환자 보다 돈을 우선시 하는 의사는 우리 병원과 동행하기 힘들다. 손해를 보더라도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 먼저다. 다행히 지금 우리 병원에 있는 의료진들은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의사들이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고, 그 중심에 연세오케이병원이 있다.

우리나라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을 세계에서 가장 잘 하고 주도적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전 세계 척추 전문의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이란 허리에 0.5cm의 미세한 구멍 두개를 뚫은 다음 한 구멍에 초고화질 카메라 내시경을, 다른 구멍에는 수술기구를 넣어 시행하는 척추 수술이다. 초고화질의 내시경을 통해 시야를 확보하고 척추 구조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통증의 원인만 제거하기 때문에 조직 손상이 적다. 그만큼 통증은 줄이고 회복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 고령 환자나 만성질환자도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 태국, 인도, 러시아 등 해외 의사들이 우리 병원을 찾는 이유는 그 수술을 가장 잘 하는 하지수 원장이 우리 병원 척추센터 대표원장으로 있기 때문이다. 하 원장은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을 4000례 이상 집도한 전문가로 해당 수술법을 활용한 부분 마취로 척추 유합술을 성공시킨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국제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법 교과서 집필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해외 의사들이 감탄하는 차별화된 교육시스템이 있다고 들었다.

단순히 수술 참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과정을 상세히 보며 여러 가지 설명도 듣고, 질의응답도 하며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궁금했던 부분이 다 해소되어 좋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장기 연수 프로그램은 수술 방법을 비롯해 사례별 수술법 등 기초부터 고난이도 수술까지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 만족도가 높다.

양방향 내시경 수술의 선두주자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은 환자의 좋은 예후가 증명하듯 우수한 수술법이다. 국내외 많은 척추 전문의들이 우리 병원을 통해 수술법을 배워가 더 많은 환자들이 이 수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단방향에서 양방향으로 내시경 수술이 진화했듯이 곧 다방향 내시경 수술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로봇 수술이다. 수술 기법이 더 발전하면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향후 추진하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수술 후 저절로 회복하는 사람도 있지만, 수술 전 상태에 따라 회복이 느린 경우도 있다. 이럴 때 환자가 잘 회복하도록 돕는 인공호흡기를 갖춘 중환자실을 만들고 싶다. 또 환자를 위한 응급센터도 갖추고 싶은데 응급의사부터 부족한 개 현실이다. 갈 길이 멀다.

병원장으로서 추구하는 병원 운영 비전은.

무엇보다 환자의 걱정을 덜어주는 병원을 만들고 싶다. 많은 환자가 걱정하는 게 ‘수술 후 언제부터 일을 할 수 있는가’더라. 여기에 치료 걱정까지 붙일 수는 없다. 환자가 의사를 믿고 제대로 치료 받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의사의 실력과 경험도 함께 성장시킬 것이다. 지금 입고 있는 의사 가운에는 ‘For Our Future(우리의 미래를 위하여)’란 영문이 새겨져 있다. 직접 생각한 슬로건인데 ‘우리’란 환자와 의사를 의미한다. 환자의 병이 치료되지 않는 병원은 존재 의미가 없다. 환자와 의사가 모두 잘 되는 병원으로 이끌고 싶다.

- 글 신영미 객원기자, 사진 김정훈 기자

202504호 (2025.03.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