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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도시 프로젝트②] 금융 혁신 주도하는 스타트업 산실 

[르포] 서울핀테크랩 

이정은 기자
서울시가 핀테크 산업을 키워내기 위해 핀테크 유망주들을 발굴해 육성하고 있다. 시 지원에 힘입어 글로벌 금융센터 순위에서 ‘핀테크’ 부문도 12위(2021년 9월)에서 8위(2024년 9월)로 3년 만에 4계단 뛰어올랐다.

▎서울핀테크랩 입주기업뿐 만 아니라 위워크 이용자도 함께 사용 가능한 20층 라운지.
국내 최대 규모의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서울핀테크랩. 사무실 공간과 다양한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며 지난 2018년 문을 연 이후 핀테크 기업들이 꼭 입주하고 싶어 하는 곳으로 떠올랐다. 입주 기업들은 서울시 지원에 힘입어 투자나 해외 진출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3월 5일 서울 여의도 위워크 건물에 자리 잡은 서울핀테크랩을 찾았다. 이곳은 서울시가 조성한 핀테크 특화 창업지원 공간으로, 건물의 6개 층(총 1만1673㎡)을 쓰고 있다. 지난 2018년 서울시가 설립해 2019년 7월 여의도에 통합 개관했다. 설립 당시 입주 기업은 14개였으나 현재는 100곳 이상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

서희동 서울핀테크랩 센터장은 “2024년 12월 기준 130개 기업이 입주해 있었고, 현재 2025년 상반기 신규 입주사를 모집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핀테크랩은 핀테크 기업에 최대 3년간 입주 공간을 제공한다. 입주 조건은 창업 7년 이내의 핀테크 기업이어야 하고, 직원 5인 이상 또는 3년간 누적 매출 1억원 이상 또는 법인 설립일 이후 투자 유치 금액이 1억원을 넘어야 한다. 기술력, 시장성, 성장 가능성 등에 대한 1, 2차 심사도 이뤄진다.

서 센터장은 “3월 7일까지 상반기 입주사를 모집하는데 40여 개 기업을 뽑는다”며 “매번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입주사가 선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주 기업이 내는 비용은 3.3㎡(1평)당 월 1만1000원 정도다. 일례로 직원 10인 기업 기준으로 봤을 때 관리비를 포함해 월 28만원 정도의 비용만 내면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곳에 입주한 김준태 왓섭 대표는 “서울핀테크랩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이 3년인데, 현재 2년 차”라며 “2년 동안 (사무실 비용을) 계산해보니 약 3억원 정도가 예상됐는데, 실제로는 1400만~1500만원밖에 들지 않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둘러본 서울핀테크랩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일하기에 최적화된 환경을 자랑했다. 층마다 복사기, 파쇄기는 물론 전화 업무를 위한 폰부스도 마련돼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24시간 개방돼 원한다면 밤늦게까지 근무할 수 있다. 다른 위워크 입주사들도 함께 이용하는 20층 라운지도 둘러볼 수 있었다. 서 센터장은 “많은 직원이 20층에서도 편하게 근무하고 있다”며 “이곳에 무인편의 점도 있고, 무제한으로 커피나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연말에는 성과공유회도 이곳에서 연다”고 설명했다. 층간이동을 위해선 키카드를 사용하는데, 현재 서울핀테크랩에선 무려 800명이 키카드를 발급받아 사용 중이다.

서울핀테크랩은 공간 지원 외에도 입주 기업들을 대상으로 역량강화 지원, 스케일업 지원, 투자유치 지원, 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원, 해외 진출 지원, 오픈이노베이션 지원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 센터장은 “투자 IR(Investor Relations)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금융권 네트워킹을 통해 기술검증(PoC: Proof of Concept)을 지원하는 등 여러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마련해 입주 기업들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실적 이끈 든든한 지원


▎리터놀 등 핀테크랩 입주사 직원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핀테크랩 곳곳에는 이 같은 지원 안내 포스터가 눈에 잘 띄게 붙어 있었다. 법률 상담을 받을 기업을 모집한다고 적힌 금융규제 샌드박스 관련 포스터에는 매월 1·3주 화요일에 금감원 조사역과 변호사가 배석해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다양한 자문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금융업 등록·인허가 절차부터 다양한 법적 문제 확인, 사업 모델의 규제 해당 여부까지 물어볼 수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 서울핀테크랩의 설명이다.

올해 신설된 프로그램 중에선 해외 라이선스 규제 지원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 센터장은 “기업이 싱가포르, 베트남 등 해외에 나갈 때 법률과 금융 라이선스 관련 전문가를 매칭해준다”며 “라이선스를 편하게 획득할 수 있도록 컨설팅과 멘토링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올해 해외 전시·박람회로는 미국과 싱가포르 행사를 준비 중이다. 현재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업을 선정 중이다. 서 센터장은 “입주 기업들이 싱가포르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핀테크랩 입주 기업들의 연간 매출액은 지난 2018년 오픈 당시 33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1년 이후부터는 매해 1000억원을 넘고 있다. 투자 유치 금액도 2023년 기준 1066억원을 기록했다. 33억원에 불과했던 2018년 대비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이 같은 결과는 서울핀테크랩이 기업에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 덕분이라고 입주 기업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김준태 대표는 “서울핀테크랩의 지원을 받아 두바이 핀테크 서밋 2024에 참여했고, 현지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아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업종의 기업끼리 함께 입주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도 서울핀테크랩의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이곳을 졸업한 이정일 머니스테이션 대표는 “서울핀테크랩이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등을 많이 열어줬는데, 그때 정보를 얻어 지원했고, 여기서 선정돼 실제 사업화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머니스테이션은 신한금융그룹 베트남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선정돼 신한투자증권 베트남 법인과 손잡고 ‘시그널엔진 베트남’을 현지에 론칭한 바 있다.

2030년 통합된 핀테크랩 기대


▎서울핀테크랩은 각 층마다 독특한 인테리어가 적용돼 있다.
입주사들의 호응에 힘입어 서울핀테크랩도 더 많은 지원을 고심하고 있다. 특히 3년이 아쉽다고 느끼는 입주사들을 위해 우수 업체를 대상으로 입주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서 센터장은 “우수 기업의 경우 1~2년 정도 연장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핀테크랩 자체 규모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오는 2030년까지 마포구에 있는 제2핀테크랩까지 통합해 개관할 방침이다. 2030년부터 170개 스타트업을 지원해 세계적인 핀테크 유니콘기업으로 키워내는 것이 목표다. 서 센터장은 “공간이나 예산이 조금 더 확보되고 이에 더해 금융특구로 지정된다면 여의도가 대한민국의 핀테크 중심지로 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이정은 기자 lee.jeongeun2@joongang.co.kr _ 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202504호 (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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