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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의 인사이드아웃 (06) 유일선 에리어플러스 대표 

정성을 담아낸 공간 

이정은 기자
‘원한다면 별도 따줄게’라는 말은 연인에게 하는 고전적인 고백 멘트지만, 여기 실제로 별을 따다 주는 남자가 있다. 인테리어·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스튜디오 에리어플러스의 유일선 대표다. 그의 손을 거친 레스토랑들이 연이어 미슐랭 ‘스타’를 따게 되면서 유 대표는 업계에서 미슐랭 스타 컬렉터로 통한다. “누구보다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공간을 만들어간다”는 유 대표를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가 만났다.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가 ‘미슐랭이 사랑하는 남자’ 유일선 에리어플러스 대표를 만나 사업 계기와 영감에 대한 얘길 들어봤다.
어쩌면 모든 일은 유학 중에 어머니 선물을 고르면서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각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선물 가게를 찾아다니며 신기하고 진귀한 공예품을 찾아내 선물하는 것을 좋아했다. 가족에 이어 친구들에게 좋은 선물을 꾸준히 나누다 보니 어느새 ‘세련되고 좋은 것을 잘 알아보는 사람’이 돼 있었다.

유일선 에리어플러스 대표는 “대중에게 인테리어디자인 스튜디오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시작은 선물가게, 공예숍이었다”며 자신의 회사를 소개했다. 이어 “인테리어를 하다가 공예를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예를 메인으로 하다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 관련사업으로 확장했다”고 부연했다.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도 “유명 레스토랑에서 특이하고 세련된 소품이나 집기가 보일 때마다 출처를 알아보면 대부분 에리어플러스 것이었다”며 공감을 표현했다.

에리어플러스는 업계에서 잘 알려진 인테리어·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스튜디오다. 인테리어디자인뿐만 아니라 가구와 조명, 마지막에 놓이는 작은 소품까지 기획해 완성도 높은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유 대표의 손을 거친 레스토랑들이 미슐랭 스타를 받게 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그를 ‘미슐랭 스타 컬렉터’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실제로 그의 책상 한편에는 셰프들의 감사 문구가 적힌 책과 와인병들이 놓여 있었다.

듀크대에서 MBA를 마치고, LG화학에서 근무했다.

할아버지가 개나리벽지를 창업했다. 아버지는 개나리벽지에 더해 건축자재까지 제조하게 되면서 결국 ‘패밀리 비즈니스’가 건축자재 사업이 됐다. 심지어 친척들도 건축자재 회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들이 “네가 앞으로 이 업을 이어서 할 거라면 제일 큰 회사에서 실무를 배워봐라”고 해서 LG화학에 입사하게 됐다. 사실상 인테리어·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스튜디오 일로 이어진 것도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업 계기와 첫 작품은.

10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이후 LG화학 해외사업부에서 일하다 보니 10대부터 30대 중반까지는 해외에 체류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머무는 공간을 꾸미는 것을 좋아하게 됐고, 여행할 때는 호텔에 묵는 경우가 늘면서 좋은 공간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기 위해 쇼핑하러 갈 때 꼭 나를 데리고 갔다. 그런 일이 많다 보니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할 것’이라고 주위에 얘기했을 때 가까운 친구가 자신의 오피스 공간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의뢰했다. 이 일의 시작이었다.

그러다가 어떻게 파인다이닝 일을 시작하게 됐나.

이곳 말고 이전에 다른 오피스에 있을 때 셰프들이 틈틈이 구경을 왔었다. ‘예쁜 테이블웨어와 신기한 기물 같은 게 있더라’는 소문이 난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한 셰프가 찾아왔다. 우리가 인테리어디자인도 한다는 것을 알고 의뢰했다. 그렇게 진행했던 첫 상업 공간 프로젝트가 ‘소설한남’이었다. 이후 파인다이닝 쪽에서 문의가 급격히 많아졌다.

다른 레스토랑들도 작업 후에 미슐랭 스타를 받지 않았나.

이후 운좋게 밍글스, 임프레션, 레스토랑 알렌 등의 파인다이닝 공간 작업을 진행했는데 앞서 진행한 소설한남을 비롯해 모든 업장이 미슐랭가이드에서 스타를 획득하게 됐다.

이렇게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 배경은.

내 전공이 만약 디자인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못했을 것 같다. 전공자였다면 학교에서 배운 그대로 정답을 구현하려고 했을 것이다. 배운 대로 하게 되면 새로운 것이 나오기 어렵다. 미술에도 관심이 많이 생겨서 아트컬렉터가 됐고, 상업 공간에 그림까지 큐레이팅하게 됐다. 그러니 훨씬 일체감이 커졌다. 그러다 보니 지금 에리어플러스는 공간을 설계하고 가구도 디자인하고 조명도 하고 기물도 다루다가 그림까지 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관리다. 내가 맡았던 새로운 레스토랑이 오픈하면 이후에도 여러 번 찾아간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서 ‘공간도 보여주고, 자랑도 하고, 맛있는 것을 먹자’라는 의도도 있지만, 이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계속 보고 피드백해주려는 게 더 큰 목적이다. 사실상 애프터서비스(AS)인데, 그걸 하려면 시간과 돈, 정성이 들어간다. 그런데 내가 제일 잘하는 게 바로 그 ‘정성’이다. 다른 이에게 좋은 선물 주는 게 내겐 너무나 기분 좋은 일이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올해는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에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외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애국심이 생겼다. ‘나는 너희 앞에 더 멋지게 돌아올 거다’라는 꿈과도 연관된 얘기다. 이렇게 K-디자인, K-라이프스타일과 관련한 비즈니스를 계속하다가, 언젠가는 해외에서도 내가 만든 공간을 현지인들이 좋아하고 ‘한국은 세련된 곳이구나’ 하는 인상을 주고 싶다.

에리어플러스 공예품에서는 동양미가 느껴진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가끔 내가 가짜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일례로 미국 아이들 사이에서 프레피룩을 입고 집에서 파스타를 만들어줬다. 또 친구들이 온다고 나름대로 집을 꾸몄는데, 모든 게 그 친구들 나라 제품이고 브랜드인 게 창피했다. 처음엔 나도 그들과 같아 보이고 싶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이런 모습이나 자신이 맞나’ 하는 고민이 커졌다. 그러다 방학 때 한국에 돌아와 어머니가 친구들에게 선물하라고 주신 도자기를 전달했다. 그때부터 나에 대한 친구들의 관심과 호감이 커지는 걸 느꼈다.

파인다이닝 공간을 기획할 때면 마치 안 가본 어떤 동네, 어떤 도시, 어떤 지역으로 스페셜한 여행을 온 듯하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싶다. 하지만 그래도 한국의 식당들 아닌가. 한국을 드러내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주고 싶은데, 그런 ‘킥’들이 이런 공예품이다. (인터뷰 장소에 있는) 가령 이 조명의 갓은 원래 그릇이었다. 이걸 뒤집어 조명 갓으로 썼다. 특정 공간의 프로젝트를 기획하다가 얻은 발상이었다. 그릇을 뒤집어 조명으로 만들면 한국적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고, 공간에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


▎유일선 대표는 스스로 가장 잘하는 일이 ‘정성스러운 마음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누군가를 감동시키고 싶은 마음’으로 공간을 만들고 있다.
공예 작가와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최근 ‘(공예)작가 컬래버’라는 말이 유행인데 컬래버레이션의 정확한 정의를 이렇게 생각한다. “저 작가는 내가 없으면 그걸 못 만들어요.” 만약 내가 어떤 색깔과 느낌이 좋아서 한 작가에게 연락했다고 해보자. 작가에게 ‘컵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그가 항상 만들던 것밖에 안 나온다. 우리는 직접 디자인해서 작품을 의뢰한다. 이런게 진짜 협업이라 본다. 가구도 대부분 우리가 디자인하고 옻칠도 어떤 색으로 어떻게 바를 건지 다 지정한다. 작가가 관여하지만 절대 모든 걸 작가한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 큰 차이다.

10년 전부터 이런 협업을 많이 하면서 공예 작가들의 저변 확대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예전에는 작가들이 작품 하나를 만들고 그걸 어딘가에는 팔아야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에 작품을 만들 때부터 에리어플러스와 함께 구상하고, 이것을 조명으로 만들거나 또 다른 큰 오브제로 제작해서 상업 공간으로도 진출할 수 있다. 좋은 상업 공간에 놓인 작품은 VIP나 외국인들이 접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새로운 판로가 열리는 셈이다. 이런 케이스가 늘어날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

현재 협업하는 작가는 몇 명인가.

신기하고 진귀한 물건을 만들고 싶어 많은 분들을 만나봤다. 나무, 금속, 도자 등 여러 방면의 작가를 많이 만났고, 그들 중 우리와 제일 잘 맞는다고 판단한 분을 15명 정도 추렸다. 현재 우리와 주로 협업하는 작가들이다. 또 주요 작가들의 공방까지 우리가 흡수하면서 에리어플러스는 단순히 인테리어 설계 회사를 넘어 공방 작가까지 보유한 디자인 스튜디오로 거듭났다. 여기 있는 작품은 10년 전에 만든 윷놀이 세트다. 나무는 최상급 원료인 흑단을 썼다. 가죽으로 말판을 만들고, 금속공예로 윷말을 만들었다. 나무, 금속, 가죽 등이 사용돼 한 작가가 모든 작업을 하지는 못한다. 이걸 전체적으로 디자인해야 하는데 에리어플러스는 이미 10년 전에 이런 작업을 했다. 어느 날 TV를 보다가 미국에서 대통령이 온다는 뉴스를 봤다. ‘청와대에서 선물해줄 만한 것을 만들어보자. 이런 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이었다.

에리어플러스만의 상업적 공간의 특징이 있다면.

블루보틀 한남점을 설계할 때 느낀 한남동의 매력은 뒤로는 산이 있고 앞에는 한강이 흐르는 ‘배산임수’였다. 그것을 공간 안으로 끌고 오고 싶었다. 한남점은 이런 특성을 오롯이 담아내려 애쓴 곳이다. 벽에는 회색으로 산의 바위를 표현하려 했고, 조명은 투명한 알이 알알이 박힌 형식으로 제작했다. 해 질 무렵 한강의 윤슬을 표현하려 한 것이다. 그 공간에 있는 사람에게 ‘나는 한남동에 있구나, 이 지역사회에 속해 있구나’ 하는 소속감을 주고 싶었다. 이어 지금 ‘내 상태가 안정적이다. 편안한 공간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힐링한다. 일상은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고 싶었다.

블루보틀 광화문점에서는 가장 큰 지역적 매력이 청계천이라고 생각했다. 지역적 소속감과 청계천 광경을 카페에 들어가서도 똑같이 느끼게 하고 싶었다. 광화문점의 가장 큰 특징은 카페 내부에서 이동하는 동선을 청계천과 같은 방향으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또 청계천을 산책하는 느낌을 그대로 갖게 하려고 통창으로 꾸몄다. 카페 안에서 청계천이 그대로 보인다.

블루보틀 한남점은 미국이나 일본 디자이너가 아닌, 처음으로 우리나라 업체 에리어플러스가 인테리어한 것으로 주목받았다.

일본과 한국은 가깝지 않나. 블루보틀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기존 일본 매장의 인테리어를 맡았던 일본 업체에 그대로 의뢰했다. 그러다가 한국에서도 잘하는 업체를 찾기로 했고, 오랫동안 우리를 관찰했다고 한다. 이후 디자인 의뢰를 받긴 했는데 경쟁입찰 형식이더라. 그럼에도 좋아하는 브랜드라 꼭 하고 싶었고, 선정되고 나선 많이 행복했다. 블루보틀 한남점을 시작으로 이후 광화문점, 더현대점, 잠실 롯데월드타워점 등을 연이어 맡았다.

평소 영감은 어디서 얻는가.

평소 ‘감사하며 살자’는 게 삶의 모토다. 그걸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끝내고 싶지 않고, 그 사람에게 값어치를 떠나서 딱 하나밖에 없는 것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상상을 굉장히 많이 한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그런 건 아니다.(웃음) 그렇게 상상하는 제품이 어떤 때는 실제로 제품화되기도 한다.

‘VIP에게 선물해야 하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의뢰하는 기업 대표도 많다. 고심 끝에 골라드리면 이후 샴페인 같은 선물과 손 편지를 보내주시는 분이 많다. 그럴 때면 ‘아, 내 정성이 통했구나’ 싶다. 누군가에게 좋은 선물을 드리고, 받은 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 물건을 실제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커진다. 그게 내일의 재미고, 열정이다.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

※ 김지원 - 한세예스24홀딩스의 자회사인 한세엠케이를 이끌고 있는 김지원 대표는 대학에서 심리학과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뉴욕 International Culinary Center와 르 코르동 블루,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대학원, 요리 아카데미 츠지원에서 요리를 공부했다. 이후 예스24에 입사하여 경영훈련을 받은뒤 2019년 한세엠케이 대표직에 올랐다. 한세엠케이는 현재 모이몰른, 나이키 키즈, 버커루, NBA 등 유아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대 라이프웨어를 선보이며 패션을 넘어 문화와 라이프스타일까지 아우르는 비즈니스로 나아가고 있다.

- 이정은 기자 lee.jeongeun2@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504호 (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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