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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흑인 소녀’가 거둔 성공 

 

코미디 시리즈 <뭔가 어색한 흑인 소녀(Awkward Black Girl)>에서 이사 레이가 보여준 불안정한 페르소나 뒤에는 연이어 창업에 성공한 당찬 기업가의 모습이 있다. 그녀는 영화와 TV 연기 경력을 살려 주얼리 컬렉션과 헤어케어 기업, 프로세코 브랜드 등을 연이어 성공시켰다. 다재다능한 ‘르네상스형 인재’ 이사 레이의 성공을 살펴본다.

▎배우이자 제작자, 기업가인 이사 레이는 최근 ‘주얼리 디자이너’라는 직업 하나를 더했다. / 사진:PHOTOGRAPH BY JAMEL TOPPIN FOR FORBES
뉴욕 패션위크가 한창이던 9월의 어느 밝은 오후, 소호에 있는 11 하워드 호텔의 루프톱 테라스에서 자신의 최근 프로젝트를 선보인 이사 레이(Issa Rae·40)를 만났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파인 주얼리 회사 캐스트(Cast)와 함께 제작한 주얼리 라인 22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컬렉션 이름은 그녀의 성을 따서 브‘레이’브(Braeve)로 정했다. 배우이자 제작자, 기업가로 시작된 그녀 인생의 새로운 장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레이는 드라마와 다른, 유형의 작업물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 소감을 밝혔다.

“TV 프로그램 <인시큐어>는 아무리 제 작품이라 해도 제가 갖고 있지는 못해요. 소유권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죠. 제가 만든 작품이란 걸 제가 알고 있다는 데서 그냥 끝나는 관계예요.” 레이가 말했다. “반면에 주얼리는 제 손으로 만들어서 누군가 그걸 착용하고 다닐 수 있고, 제 몸에도 걸치고 다닐 수 있어요. 반짝거리다 사라지지 않고 계속 제 작품으로 남을 수 있어요.”

그녀는 콘텐트에서도 결코 ‘반짝 스타’가 아니다. 2011년 생활고에 시달리던 파견직 사무원이었던 레이는 유튜브 웹드라마 <어색한 흑인 소녀의 불운한 사고(The Misadventures of Awkward Black Girl)>를 제작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5만6000달러 넘는 자금을 모집해서 시즌 1을 마쳤고, 시즌 2는 패럴 윌리엄스와 손잡고 제작했다. 3년 뒤, HBO에서 레이의 다음 드라마 시리즈 <인시큐어>의 제작과 방영을 승인함으로써 그녀는 ‘어색한’ 모험 시리즈를 이어갈 수 있었다. 시즌 5까지 제작된 프로그램은 최우수 코미디 시리즈, 최우수 여우주연상 등 다수의 에미상을 받았고, 레이는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와 4000만 달러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5년간 자신의 영화 아이디어를 워너브라더스와 가장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조건 등이 포함된 계약이다.

현재 레이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직함이 많은 배우로 꼽힌다. 그중에서 그녀가 가장 선호하는 직함은 프로듀서다. (“프로듀서는 일을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레이가 2024년 포브스 파워 여성 회담에서 했던 연설이다.) 그녀는 다양한 사업으로 구성된 제국을 구축했다. 제작사 후레이(Hoorae), 음반사 레이디오(Raedio) 등 그녀의 이름이 들어간 사업체도 있지만, 2014년 창업한 배우 에이전시 컬러 크리에이티브처럼 자신의 이름을 넣지 않은 회사도 있다. 2020년에는 올케가 된 한나 디옵과 헤어케어 브랜드 시에나 내추럴을 함께 창업하며 공동 창업주란 타이틀을 달았고, 2025년 세포라 200개 매장에서 론칭할 계획이다. 50억 달러 규모의 거대 와인회사 E.&J. 갤로 와이너리와 함께 기획한 프로세코 브랜드 비아레이도 있다. 이에 더해 그녀가 잉글우드, 이글록, 다운타운 로스앤젤레스에 매장을 내도록 지원해준 사우스 로스앤젤레스의 커피체인 힐탑 커피에도 지분이 있다.

이렇게 차곡차곡 제국을 만들어나가는 중이지만, 2023년 영화 <바비(Barbie)>에서 대통령 바비 역을 맡았던 그녀는 계획을 세워 수행한 일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일어난 겁니다. 이미 하고 있던 일이 사업으로 이어진 것이죠”라고 말했다. 음반사는 <인시큐어> 시리즈에 들어갈 음악을 만들다가 설립하게 됐고, 후레이 마케팅 사업은 출연 제안을 받은 광고 캠페인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기 위해 시작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제가 가지고 있던 목적을 형식화된 구조로 만들어낸 것에 불과합니다.”

조지아주립대 법학대학 산하의 엔터테인먼트·스포츠·지식재산권 법률센터 원장 모 아이보리는 말은 그렇게 해도 실제 레이에게는 능력이 많다고 말한다. 지난해 법학 수업에서 레이의 사업 구조를 사례로 들어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릭 로스와 루다크리스 등 강의 시간에 다루었던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레이는 할리우드 경력에 도움이 되기 위해, 또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창의력을 제한할 수도 있는 결정을 내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이사는 자신이 ‘어색한 흑인 소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실상 그녀는 아주 영리합니다. 처음부터 그랬지요.” 아이보리가 말했다. “자신과 맞지 않는 계약은 결코 체결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창의력을 얼마나 존중하고 지키려 하는지 잘 보여주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레이는 종종 자신의 양육 환경과 성장 과정 덕에 창의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소아과 의사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5남매 중 셋째였던 레이는 메릴랜드주 포토맥과 (아버지의 고국) 세네갈, 로스앤젤레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는 저녁 식탁에서 ‘웃지 말고 미소 짓기’ 같은 재미있는 게임을 제안했는데, 다른 사람은 다 웃어도 끝까지 진지한 얼굴을 해야 하는 이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5남매는 온갖 웃긴 행동을 고안해서 저녁 식사 자리가 마치 개그 워크숍 같았다고 한다.


▎“그녀는 항상 다른 사람에게 앨리웁 패스를 해줘요.”라고 <인시큐어>에서 함께 출연한 친구 이본 오르지(오른쪽)가 말한다. “덩크슛을 성공시키는 건 그들의 몫이죠.” / 사진:HBO
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녀는 원래 아버지를 따라 의사의 길을 가려고 했지만, 연극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스탠퍼드대학에 진학해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연구’로 학위를 받았고, 뉴욕에서 잠깐 지내다가 서던 캘리포니아로 돌아와 <어색한 흑인 소녀> 시리즈를 시작했다.

<인시큐어>에서 레이의 베프로 출연한 개그우먼 이본 오르지는 현실 생활에서도 레이의 친구다. 그녀는 레이의 코미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일상 속 사소함”에 유머를 잘 담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르지는 레이가 위험을 감수하고 할리우드가 보지 못하거나 투자하지 않으려 하는 인재들에게 기회를 준다며 그녀의 능력을 칭찬했다.

“레이가 저에게 준 기회에 대해 생각합니다. 요즘은 제작사들이 ‘이본 오르지 같은 타입을 원해’라는 말을 해요. 그런데 10년 전만 해도 저는 어떤 타입으로 여겨지지도 않았어요!” 오르지가 말했다. “그녀는 항상 누군가에게 패스를 건네주는 사람이에요. 슬램덩크를 해낼 수 있는지는 오로지 공을 받는 사람의 역량에 달렸죠.”

레이는 모든 프로젝트가 슬램덩크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키키 파머와 SZA가 출연한 최신작 <원 오브 뎀 데이즈(One of Them Days)>는 상영하기까지 7년을 기다려야 했다. “결국 해냈지만, 성공하지 못할 경우 다시는 이렇게 하지 못할 수 있겠죠.”

사업체에 자신의 이름 ‘레이’를 다 넣긴 했지만, 레이는 이들 브랜드가 자신과 연결되지 않고도 살아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집중한다. 원래 이사레이 프로덕션(Issa Rae Productions)이었던 회사 이름을 후레이(Hoorae)로 바꾼 이유이기도 하다. “‘후레이’는 축하를 위한 환호성이죠. 제 이름을 응용한 말장난처럼 느껴지겠지만, 회사는 결국 저를 넘어서 나아갈 겁니다.”

그걸 잘 알기 때문에 레이는 이미 다양하게 많은 직함에 ‘주얼리 디자이너’라는 직종 하나를 더했다. 레이는 “주얼리 브랜드 캐스트는 제가 진행한 어떤 협업보다 저의 유산을 공고히 해줄 프로젝트입니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스토리텔링 작업은 계속할 겁니다. 영원히요. 하지만 이야기는 결국 이야기꾼을 떠나게 돼요. 최고의 이야기일수록 더 그렇죠. 그런데 이건(주얼리는) 명확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요. 제 것으로 남아 있겠죠.”

- Maggie Mcgrath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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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호 (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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