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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도시 프로젝트①] 글로벌 파이낸스 허브로 떠오른 서울시 

핀테크·트레이딩 글로벌 리더 

이정은 기자
서울은 1392년 조선이 건국되면서 공식적으로 수도가 됐다. 633년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서울은 이제 한 나라의 수도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는 주요 금융도시 중 하나가 됐다. 특히 뛰어난 인적자원과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바탕으로 금융업에 적합한 매력 넘치는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월 5일 여의도 서울핀테크랩에서 열린 ‘핀테크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서울시
서울이 내로라하는 글로벌 금융도시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현재 서울은 글로벌 금융도시 순위에서 10위로,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이전과 비교해선 6계단 뛰어오른 상황이다. 이제 서울시는 5위를 목표로 잰걸음 중이다.

영국 글로벌 컨설팅기관인 지옌과 중국개발연구소(CDI)가 공동으로 집계하는 글로벌 금융센터 순위에서 서울은 올해 3월 발표된 37차 보고서에서 10위를 기록했다. 2022년 9월부터 매번 10~11위를 기록 중이다. 오세훈 시장이 2021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서울시로 다시 입성하기 이전인 2021년 3월에 나온 29차 보고서에서는 16위, 2020년 9월 28차 보고서에서는 25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 37차 보고서에서 꼽힌 톱 10 도시는 뉴욕, 런던, 홍콩, 싱가포르,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상하이, 선전 등이다. 10위 서울에 이어 11위엔 프랑크푸르트가 자리 잡았고, 이어 두바이, 워싱턴 DC, 더블린, 제네바 순으로 쟁쟁한 도시들이 추격 중이다.

이 순위는 금융센터지수(GFCI·Global Financial Centres Index)를 기반으로 매겨진다. 지수는 비즈니스 환경, 인적자원, 인프라, 금융업 발전 수준, 도시평판 등 5개 평가 항목과 온라인 설문을 근거로 제시된다. 오 시장 재임 이전인 29차 보고서에는 이 지수를 구성하는 5개 평가 항목 중 3개 항목만 15위권에 올랐으나 최근 37차 보고서에서는 4개 항목이 15위권에 들었다. 산업 부문별로는 프로페셔널 서비스 4위, 트레이딩 5위, 금융 8위, 정부 및 규제 12위 등을 차지하며 강점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주목할 만한 지표는 향후 발전 가능성 부문이다. 서울시는 이 분야에서 발전 가능성이 큰 15개 도시 중 2위를 차지했다. 설문 응답자에게 2~3년 후 유망해질 금융센터를 묻는 질문에 48표로 서울이 2위에 오른 것이다. 서울시는 직전인 36차 및 35차 보고서에서는 유망 도시 1위에 오른 바 있다.

오 시장은 이번 보고서 서문에서 “이번 제37차 GFCI에서는 한 단계 상승하여 세계 10대 금융도시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이는 서울 금융 시장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판단했다. 이어 “또 서울은 세계적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기반으로 ‘기후동행카드’와 ‘손목닥터 9988’과 같은 첨단 핀테크 서비스를 통해 시민 편의성과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 시장은 앞서 2024년 5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두바이 핀테크 서밋에서도 서울이 세계 10위의 금융허브로 도약하게 된 배경에 대해 유능한 인적자본과 경제·문화 브랜드 파워, ICT 인프라, 규제 완화, 여의도 금융클러스터 조성 노력 등을 들었다.

‘종합선물세트’ 금융 육성책


실제로 서울시는 서울을 글로벌 파이낸스 허브로 만들기 위해 금융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글로벌 금융기관을 유치하고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은 서울시를 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꾸준히 밝혀왔다. 지난 2023년 3월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에서 열린 런던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선 “서울에 투자해달라”고 강조하면서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 정보통신기술 인프라 세계 2위 등 서울의 디지털 금융산업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또 “여의도 국제금융 중심지에 설립되는 해외 금융기업에 취득세와 재산세를 50%씩 감면하고 법인 소득세는 3년간 면제한 뒤 2년간 50%를 감면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2022년 2월에는 서울경제진흥원(SBA) 산하에 ‘서울투자청(인베스트서울)’도 출범시켰다. 글로벌기업이 서울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법인 설립부터 투자 신고, 정착 지원, 외국인투자기업 경영 컨설팅 등 외국인 투자 유치 전 과정을 지원해주는 전담기구다. 오는 2030년까지 서울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연 300억 달러(43조503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실제로 설립 첫해 3613억원의 해외투자를 유치해 직전 2021년(1123억원) 대비 3배 이상 늘린 바 있다.

이 같은 시의 노력에 힘입어 2022년 7월에는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한국사무소가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열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넷플릭스 자회사인 아이라인 스튜디오를 서울에 유치하기도 했다. 아이라인 스튜디오는 서울에 특수효과 영상 스튜디오 신설을 발표하고 향후 5년간 1억 달러(1370억원) 투자 계획과 최소 200명의 신규 인력 채용 계획을 공개했다.

올해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투자 유치 전담기관도 설립된다. 오는 9월 출범을 목표로 하는 서울투자진흥재단이다. 서울에는 글로벌 투자 유치를 전담하는 독립기관이 없다는 것이 설립 배경이다. 재단이 설립되면 주요 투자국의 경제 현황을 분석하고, 서울에 특화된 투자유치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지난 2024년 10월에는 세계경제연구원(IGE)과 손잡고 서울국제금융콘퍼런스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국제금융 주요 기관 및 세계적 석학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글로벌 금융허브로서 서울을 브랜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시는 여의도에 ‘디지털금융지원센터’를 짓고 있다. 오는 2027년 3월 개관이 목표다. 총사업비 약 294억원을 투입해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옆에 연면적 4463㎡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서울핀테크랩’을 운영하는 한편, 디지털금융 전문대학원, 서울핀테크아카데미 등도 열었다. 서울핀테크랩은 여의도에, 제2랩은 마포에 있다. 각각 창업 7년 이내, 창업 3년 이내 초기 예비 기업들을 집중 발굴해 육성한다. 1랩에는 100여 개, 2랩에는 47개 회사가 입주해 있다. 서희동 서울핀테크랩 센터장은 “2018년부터 2024년 3분기까지 제2핀테크랩은 매출액 129억원, 투자 유치 71억원, 신규 고용 149명의 성과를 거뒀다. 서울핀테크랩은 2024년까지 누적 매출 6501억원, 투자유치 4583억원, 신규 고용 4026명의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2랩에선 초기 기업을 입주시켜서 경영 안정화, 투자 유치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며 “1랩은 성장 기업이 입주해 스케일업, 해외 진출 규제샌드박스 도입으로 100대 핀테크 기업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글로벌 핀테크 허브를 조성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 5일 여의도 서울핀테크랩에서 열린 핀테크 스타트업 간담회에 참석해 “세계적인 100대 핀테크 기업을 살펴보니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다”며 “100대 기업 안에 미국 기업이 거의 절반이고, 중국 4개, 인도와 영국이 각각 9~10개, 우리가 2개”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이 대부분 규제를 넘어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고 고달팠을 것”이라며 “기업을 보듬고 지원하고, 도와주는 ‘서비스 정부’가 되겠다. 크게 성장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라고 덧붙였다.

두 팔 걷고 나선 오세훈 시장

오 시장은 직접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나는 등 ‘서울시 영업사원’이 돼 발로 뛰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24년 연말에는 비상계엄 사태로 불안감을 느낄 외국인 투자자들을 위해 시청에서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안심하고 서울에 투자해달라”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해외 주요 증권거래소를 찾는 등 보폭도 넓혔다. 오 시장은 2023년 3월 런던증권거래소를 찾아 아시아 금융허브를 목표로 육성 중인 여의도의 장점을 알리고, 서울 소재 기업의 유럽 자본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같은 해 9월에는 뉴욕증권거래소를 찾았다. 서울시장이 뉴욕증권거래소를 찾은 것은 지난 2003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이후 두 번째였다.

2023년 9월에는 한국을 찾은 칼판 벨훌 두바이 미래재단 대표를 만나는 한편, 지난 2022년 5월 집무실에서 토드 릴랜드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일본제외) 공동대표를 만나기도 했다. 그는 당시에도 “서울시가 기업, 산업의 규제 혁신에 앞장서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외 기업과 자본 투자 유치에 나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기업들도 오 시장 재임 이후 달라진 점을 실감하고 있다. 서울핀테크랩 입소 기간을 채우고 졸업한 이정일 머니스테이션 대표는 “서울시에서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시가 싱가포르나 두바이 등 글로벌 핀테크 허브들과 협약을 맺은 후 현지 데모데이와 기업 박람회 등에 많이 보내주고 현지에서 투자 유치나 사업화를 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글로벌화를 많이 신경 써주는 게 체감된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도 제기됐다. 서울연구원은 ‘디지털금융 발전·허브역량강화 위한 서울시 외국인투자 유치·지원정책 필요’ 보고서에서 “서울시가 제공하는 외국인투자 유치·지원정책은 이미 고도 금융허브로 기능 중인 홍콩·싱가포르보다 국제금융도시로의 성장이 숙제인 상하이·베이징·도쿄의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 고급 인력의 유입보다 해외 기업으로부터의 국내 고용 창출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 서울이 금융허브로 성장하는데 핵심 동력이 될 핀테크의 발전을 지원할 효과적인 정책이 없다는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이정은 기자 lee.jeongeun2@joongang.co.kr

202504호 (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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