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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5~10% 더 떨어질 것” 

실물경기 하락으로 상승 반전 역부족
“강남보다 강북 하락폭 클 듯” 투자종목은 낙폭 큰 강남 재건축아파트
신년기획 부동산 전문가 15인이 말하는 2009년 부동산 大전망 

새해가 왔지만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깜깜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융시장의 불안과 세계경제 침체는 국내 실물경기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경기 회복 시기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각계각층의 부동산 전문가 15인에게 올해 부동산시장 전망을 물었다.

2008년 10·2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지만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분양시장에 먹구름이 낀 것으로 알려진 수서지역 아파트 건설현장.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은 언제쯤 풀릴까? 침체한 건설경기 회복시기를 물은 <월간중앙>의 설문에 부동산 전문가 15인 중 10명이 ‘하반기 이후’, 5명이 ‘2010년 이후’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가격 반등시기에 대한 답변도 비슷했다. 15명 전원이 ‘하반기나 연말’ ‘2010년 이후’라고 답했다.

투자컨설팅 업체인 프리미엄R&I의 이원희 대표는 “재테크 담당기자, 은행 PB팀장, 외국계 부동산회사 임원을 역임하면서 10년가량 재테크 분야에서 근무했지만 지금처럼 시장전망을 하기 힘든 적이 없었다”며 “올해의 부동산시장 전망은 대외 변수가 중요한 만큼 국제 경제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촉발된 국내 금융시장의 위기는 지난해 10월부터 주가 추락, 환율 급등으로 가시화됐다. 금융기관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았고, 자금 공급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건설·부동산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하고 미분양이 크게 증가해 건설경기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리스크 관리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낙폭 큰 강남·분당권 바닥 빨리 올 수 있다”

메리츠증권 부동산연구소의 강민석 연구원은 “현재 부동산금융시장의 위기는 미분양 아파트 적채와 글로벌 금융시장 침체가 원인”이라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해소되려면 무엇보다 미분양 아파트의 해소가 진행되면서 자금이 회수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현재 국내외 경기 및 부동산시장으로 볼 때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우나, 정부가 단기적으로 업계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다면 연착륙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 연착륙 시점도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유엔알컨설팅의 박상언 대표는 “미국 주택시장은 차압매물이 늘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앞으로도 10% 이상 추가하락을 예상하며 반등시기는 올 하반기께로 점치고 있다”며 “한국의 주택 가격은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괴리가 있겠지만 중장기적 추세는 동조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연구위원은 “대외 경제 여건을 배제할 경우 부동산시장은 올 상반기쯤 저점을 기록하고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경제 여건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회복시기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암울한 시장 전망 속에 올 부동산시장 회생의 탈출구는 전혀 없는 것일까?

김 연구위원은 시장이 침체한 것은 사실이나 매우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각종 부동산투기억제대책을 만들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실을 대비했다는 것이다. 현재 일시적으로 공급이 늘어 미분양이 적체되고 있으나 지방을 제외한 수도권의 경우 2004년부터 주택공급물량이 예년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과잉공급은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구매심리 위축이 겹친 상황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와 같이 부동산자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가계 발 금융위기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라는 것. 올해 부동산시장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하반기의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2008년 주택매매가격 변동은 상반기와 하반기가 크게 대비됐다. 아파트 가격을 보자. 이미 상반기부터 중대형 아파트는 하락세가 나타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으며, 하반기에는 소형 아파트마저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10월 말(누계)까지 0.9% 상승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북부와 한강 이북, 인천지역의 주택 가격이 상반기 가격 상승을 주도했으나 하반기 들어 이들 지역도 상승폭이 크게 둔화하거나 하락세로 전환됐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도 2007~2008년 2년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고가의 재건축 대상이 밀집한 강남 4개 구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2008년(1~10월 누계) 11.3% 하락했다.

전세 가격의 동조화 현상도 뚜렷했다. 2006년 10% 이상 급등세를 보였던 주택 전세 가격은 2007년(아파트 3.2%), 2008년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하회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2008년 상반기 서울지역은 대규모 뉴타운사업 착공에 따른 이주 수요 급증으로 강북지역은 물론 수도권 북부지역의 소형주택 전·월세 가격까지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이들 지역의 이주가 마무리되면서 강북지역도 9월 말부터 전세가격지수가 하락세를 나타냈다. 대규모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은 강남 일부(송파·강동) 지역의 전세 가격은 하반기 들어 하락폭이 더욱 커졌다.

올해 주택·부동산 가격 전망은 예년보다 힘들다. 대내외적 변수가 많아 전문가들조차 예측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설문 응답자들은 대략 실물경기 침체가 하반기쯤 회복으로 전환할 경우 부동산 가격은 4분기쯤 저점을 찍고 연말부터 회복기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물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변수들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택 및 부동산 가격의 하락기간이 길어지고 변동폭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부동산 가격 회복 시기는 2010년으로 지연이 예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더욱 구체적으로 가격을 제시했다. 내년도 실물경기 침체가 하반기쯤 회복세로 전환한다는 가정 하에 주택 및 토지가격은 전국 기준으로 5% 이내의 하락을, 전세 가격은 3% 정도의 상승을 예상했다.

실물경기 침체가 하반기에도 지속되고 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유동성 및 신용위기가 올해도 지속될 경우 주택매매가격과 토지가격이 10% 정도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전세 가격 역시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낙폭이 큰 강남·분당권은 오히려 바닥이 빨리 올 수 있다”며 “다만 급반등세로 가기는 어려운 만큼 과거 고점가격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강북권 아파트는 2008년 상반기 급등한 가격에 대한 부담과 하반기 뒤늦게 하락세가 시작되면서 올해에도 하락세가 더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도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가격이 많이 조정된 강남보다 올해에는 강북 하락세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강남·분당의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강남불패신화에 대한 불신도 커져가고 있다. 지난해 말 버블 세븐 지역 아파트 값은 급매 기준으로 30%가량 떨어졌음에도 거래는 거의 되지 않았다. 분당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고점 대비 40% 가량 떨어졌었다.

미분양 사태 해결 공급정책보다 우선해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남 집값의 회복 기미는 당장 보이지 않는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이원희 프리미엄R&I 대표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정부의 규제완화로 투자 메리트가 생겼지만, 시중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BIS)을 맞추기 위한 대출이 억제돼 실질 투자가 힘든 상황”이라며 “수급 여건이 중요한 만큼 판교 입주가 가시화되는 올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GS건설 경제연구소의 지규현 연구원은 “강남·분당지역의 거주 가치가 높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했으나 실제 거주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진 점도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부동산 하락과 펀드·주식 투자에 따른 손실이 늘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묻지마식 강남 투자는 재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불패신화는 계속 이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강남 등 공급이 많은 버블 세븐 인구지역은 40~50%까지 가격이 하락할 수 있지만 집값 회복 시 제일 먼저 회복하면서 이전가격을 회복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난해는 미분양 아파트도 속출했다. 2007년부터 금리상승으로 금융비용이 증가하는 반면 소득증가세 둔화와 물가상승으로 여유자금이 감소하면서 주택구매능력이 크게 저하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분양 상황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였다. 지금까지 역대 최고 미분양은 1995년 10월 15만9,471가구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7월 11만6,433가구였으나 2008년 7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16만595가구에 이르렀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분양주택을 청약하는 주된 이유가 ‘넓은 규모의 주택으로 이전’ 및 ‘유망지역 분양’이어서 주택규모 확대를 지원할 수 있는 소득과 금융의 뒷받침,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지 않는 한 분양 청약 수요의 회복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뉴타운, 신혼부부 주택공급, 재건축 규제완화 등 ‘공급확대’ 정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가시화하는 시기가 올해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8·21 대책 등에서는 중장기 안정적 주택공급 확대 기반 구축을 위한 재건축규제합리화, 분양가상한제한 개선을 통해 도심 내 공급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

또 수도권전매제한 기간과 같은 인위적 수요억제 장치도 완화했다. 9·1 세제개편은 거래 활성화를 위한 양도세 과세제도와 종합부동산세 제도 개선 등 8·21 대책을 보완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공급 위주 정책이 올해 가져올 효과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약한 바람’으로 진단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층이 움직이지 않아 시장의 반응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의 공급 위주 정책은 다소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뉴타운의 경우 광범위한 지구 지정과 신속한 행정처리가 미흡해 예정 공급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국 서일대 건축과 교수는 “공급 위주 정책은 아직 남아있는 미분양 아파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접근하는 것은 효과가 미진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발목이 잡혀 공급되지 않을 것”이라며 불신을 보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은 증가하는 지역보다 감소하는 지역이 더 많아지면서 2008년보다 16.7% 감소한 26만6,639가구로 예상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으나 상반기보다 특히 하반기의 입주물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도 지역만 하반기 입주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33.8%로 증가하면서 지난해보다 1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많은 지역의 입주물량이 두 자릿수 이상의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올 하반기쯤 현재의 과잉공급 현상이 진정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희망적 분석도 나온다. 올해 재테크 수단으로 권장할 만한 부동산 투자종목은 무엇일까? 응답자 대부분 낙폭이 큰 강남 아파트와 재건축 아파트를 추천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한 강남 개포·은마·잠실주공 등 최고 입지의 재건축 아파트를 권한다. 잠실·반포 등 입주 중인 실수요 평형 아파트(30~40평형대)와 광교·청라 등 수도권 핵심 신도시 미분양 아파트, 개발 호재가 풍부한 새만금 등 토지시장 등도 꼽았다.

부동산114의 김희선 전무는 실수요 차원에서 국지적으로 바닥권에 접근한 아파트를,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도 고점 대비 낙폭이 큰 강남 인기지역 아파트를 꼽았다. 오피스텔을 뽑은 전문가도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오피스텔은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꾸준히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아파트 대체재로서 안정적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200901호 (200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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