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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유산균 포기하라고? 

생균 자체보다 균이 생산하는 물질 중요… 식물재배용 제품 개발하기도
기업인 ‘유산균전도사’ 이준호 세이겐코리아 회장 


“만병통치약이 실제로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0년 동안이나 그를 의문 속에서 헤매게 했던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너무나 쉽게 풀렸다. 일본에 거주하던 지인이 어느 날 전화를 해온 것. “당신이 그토록 궁금해 하던 문제를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해결했더라”는 소식이었다.

한국 요구르트 1세대인 이준호(60) 세이겐코리아 회장. 이 회장이 ‘합동 요구르트’를 생산하던 형의 회사에 입사한 것은 1970년대 초반. 끼니조차 제대로 때우지 못하던 시절에서 겨우 벗어나 비로소 건강도 생각하게 된 무렵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건강식품으로 등장한 요구르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마시지 않으면 금방 병이 나기라도 하는 듯, 밤을 새워 생산해도 미처 주문을 대지 못했다.

만성 설사나 장이 나빠 고생하던 사람들은 분명히 효과를 보았다고도 했다. 당시 그가 하숙하던 주인집 아주머니도 “수십 년 묵은 체증이 사라지고 장이 편안해졌다”며 요구르트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습니다. 요구르트를 마셔도 유산균은 입과 위에서 다 녹아버립니다. 그럼에도 효과를 보았다고 하니, 도대체 어떤 이유로 유산균의 효과가 나타나는가 하는 것이었죠.”

우리나라에서는 이처럼 깜깜이었지만 이웃 일본에서는 79년 전에 이미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고, 25년 전에는 그 의문을 풀고 새로운 물질을 개발해 제약업과 식품업에서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바이오퍼멘틱스(Biofermentics). 국제 화장품 원료물질로 등록된 신물질이다.

일본 최고의 두뇌집단으로 알려진 일본이화학연구소의 작품이었다. 일본의 친지가 말한 것은 바로 이 바이오퍼멘틱스를 상품화한 ‘세이겐’이라는 제품이었다. 당시 몇 개의 회사를 경영하다 일선에서 물러나 제주도로 내려가 편히 살기 위해 집을 짓던 이 회장은 소식을 듣자마자 공사를 중단하고 서울로 올라와 다시 유산균에 매달렸다.

우선 스스로 복용해 보기로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제 머리를 보십시오. 정수리 부근의 머리가 다 빠졌었는데 이렇게 다시 자라고 있습니다. 술도 매일 하다시피 하고, 담배도 한 갑 반 정도 피우는데도 전혀 피로를 느끼지 않습니다. 좀 민망한 말이지만, 무엇보다 새벽 강직도가 몸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2년 만에 한 20년은 젊어진 기분입니다.”

뿐만 아니었다.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상하이(上海)의 화동병원이 4~95세 남녀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소화기·호흡기·내분비·피부질환 등 6개 분야에 대한 임상실험에서도 어떠한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은 가운데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는 것. ‘세이겐’을 발매한 일본 ALA사 중앙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음주 후 ‘세이겐’을 복용하고 5시간이 지나면 몸 속에서 알코올 기운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한다.

효과 확실한 건강식품

하지만 국내 소비자와 접촉할 수 있는 명분을 얻기 위해서는 또 다른 근거가 필요했다. 그는 사비를 들여 중앙대부속병원에 의뢰해 임상실험을 실시했다. 1~45세 남녀 45명을 대상으로 한 3개월간의 임상실험에서는 가려움증과 수면장애가 유의미하게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 개선 효과는 놀라웠다.

“흔히 유산균이 장을 청소해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만, 사실 유산균이 우리 몸에 좋은 이유는 유산균이 내뿜는 물질, 즉 ‘유산균생산물질’과 유산균이 죽어 분해된 물질 등이 우리 몸에 유익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건강식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유산균을 제대로 섭취할 수만 있다면 보약 대신 먹을 것”이라고 말하고는 한다. 유산균이야말로 믿을 만하고 효과 확실한 건강식품이라는 말이다. 이처럼 유산균의 효능은 항암치료의 보조제나 피로회복, 피부보호, 변비 치료 등에서 이미 많이 알려졌다. 그렇지만 유산균을 산 채로 장까지 보내는 문제가 남았다.

“생균은 입 안이나 위에서 열이나 침 때문에 죽어버립니다. 그래서 ‘캡슐’이니 ‘코팅’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지요. 그러나 유산균을 장까지 무사히 보낸다 하더라도 장 속은 유산균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비피더스균 역시 번식하지 못합니다. 사람마다 장 속 환경이 모두 다르고, 그 속에 사는 균의 종류도 모두 다릅니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아예 멸균처리한 유산균음료를 판매합니다.”

결론은 균이 자생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환경과 먹이 등 유산균이 살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극심한 대기오염과 화학조미료·가공식품 등 불균형의 극치인 먹을거리, 각종 스트레스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아예 유산균이 생산하는 물질을 섭취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바이오퍼멘틱스 개발의 시작이었다.

우선 유산균 3종류를 한 곳에서 배양하면 각 균종은 서로 항체를 생성하며 오히려 건강해진다. 그 항체를 분해해 보니 아미노산·사포닌·미네랄·지방산·핵산 등 무려 1,000여 가지의 새로운 물질이 생성돼 있었다. 여기에 효모균을 넣자 각 균종은 더욱 활성화했다. 이렇게 효모균 1종에 유산균 3종을 함께 배양할 때 각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물질이 바로 바이오퍼멘틱스다.

‘세이겐’은 4종균 배양한 바이오퍼멘틱스를 네 번 겹쳐 만든다.“그런 만큼 ‘세이겐’의 효과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100㎖들이 유산균발효유 1병에는 1종의 유산균 10억 마리가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1회용 ‘세이겐’ 한 포에는 함께 배양된 12종류의 유산균과 4종류의 효모균 등 모두 16종, 3,400억 마리의 균체가 들어있지요. 무려 340배의 효능을 갖는 셈입니다.”

문제는 일반인이 구입하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자체 개발도 쉽지 않다. 일본은 원천기술의 유출을 엄격하게 막고 있다. 균주 배양 현장조차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직접판매 방식으로 가급적 싸게 공급하지만 한계가 있단다. 최근에는 원화가치마저 떨어져 가격 압박이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때문에 이 회장은 최근 사후약방문 격으로, 이미 병들고 나서 치료하려 하지 말고 예방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고치지 못 한다”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을 떠올린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약식동원(藥食同原)’이다.

이런 생각 끝에 최근 이 회장은 질 좋은 먹을거리 생산을 위한 식물 재배용 ‘세이겐’을 개발하기도 했다. ‘유산균 생산물질인 바이오퍼멘틱스야말로 여러 가지 병을 고칠 수 있는 식품 가운데 하나는 아닐까’ 하는 생각과, ‘그렇다면 어떻게 값싸게 유산균을 공급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이 회장이 여전히 유산균에 매달리는 이유다.

200903호 (200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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