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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에 춤추는‘무뇌인생’의 비극 

이승헌의 뇌경영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의 속뜻은 부장 자리에 적합한 인물과 대리 자리에 적합한 인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일단 맡기면 그에 걸맞은 자질이나 품성을 자기도 모르게 끌어내 발휘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독특한 기업경영 방식으로 ‘샐러리맨의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미라이공업의 경우 승진을 성과나 연줄이 아닌 종이에 이름을 적어 선풍기 바람에 날리거나 볼펜을 넘어뜨려 선택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부장·과장을 정해도 업무에 장애가 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일본의 10년 장기불황에서 살아남은 것은 물론, 오히려 10배의 성장을 이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일본전산(NIDEC) 역시 직원을 뽑을 때 학력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정신상태만 보고 뽑는 특이한 공채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정신상태를 확인하는 기준도 특이하다. ‘목소리 크게 내기, 밥 빨리 먹기, 오래 달리기, 화장실 청소 잘하기’ 등이었다고 한다. 이 같은 공채 배경에는 회사의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다.

정신 기준을 통과한 직원들을 생산적이고 창조적이고 책임감 있는 직원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채용시험인 것이다. 위 두 기업은 모두 뇌 운영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최대한 활용한 사례다. 뇌는 놀라운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뇌는 자신이 믿는 대로 능력을 발휘한다.

부장이라고 믿으면 부장에 적합한 능력을 끄집어내고, 일용직 아르바이트 사원이라고 생각하면 또 그런 신분에 어울리는 능력을 발휘한다. 회사가 좋은 인재의 기준을 ‘명문대 졸업이나 성적 우수자’가 아니라 ‘자신감 있고 긍정적이고 부지런하고 근성 있는 사람’으로 정하고 이에 따라 신입사원을 채용해 그들에게 훌륭한 사원, 훌륭한 임원이 될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주면 실제로 그들의 뇌는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러니 뇌를 잘 쓰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매길 필요가 있다. 비록 회사의 말단사원에 불과하더라도 사장의 마인드로 회사 경영상황에 관심을 가질 때 일에 대한 애착도 커지고 안목도 생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당신의 가치를 평가하고 제 멋대로 등급을 매기는 것에 좌우되지 말라.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매기는 것이지, 남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다.

남의 평가와 기준에 따르다 보면 인생 전체를 타인의 기준으로 살게 된다. 이것은 뇌를 주체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노예처럼 끌려가는 태도다. 다른 것은 모두 양보해도 뇌에 대한 결정권만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 무엇이 좋고 나쁜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주체는 당신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기를 두려워한다. 그 과정을 남에게 맡겨버리고, 남이 하자는 대로, 남이 좋다는 대로 그냥 따라가고 싶어한다. 여기서 많은 불행이 비롯한다. 자신의 뇌를 믿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나 주위 환경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과연 그런 사람에게서 불안과 근심이 떠날 날이 있겠는가? 인생의 결정권을 남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다. 당신이 진정 뇌의 주인이라면 다른 사람의 판단은 그저 참고사항일 뿐, 거기에 전적으로 매달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뇌를 잘 쓰기 위해서는 스스로 확실하게 주인 노릇을 해야 한다.

주인이 있어야 뇌도 누구의 말을 따를지 판단이 서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뇌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타인의 목소리를 주인의 말처럼 듣고 따르느라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 뇌의 주인이 되려면 먼저 이런 질문들과 친해져야 한다. 나의 뇌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면 좋을까?

나의 뇌에 어떤 정보를 입력할까? 나의 뇌를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뇌는 분명히 나의 것인데 왜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뇌에 대한 종래의 선입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아울러 뇌에 대한 관점이 바뀌면서 뇌를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인의 마음가짐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모두 당신이 뇌를 뜻대로,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위해 치르는 연습이다. 아래의 선언문을 반복해서 외치는 것도 훌륭한 연습 가운데 하나다.

뇌에 누가 주인인지 당당히 소유권을 알려주라. 확신을 담아 내면에 새기듯 말하는 것도 좋고, 뇌가 놀라 깨어날 만큼 큰소리로 외치는 것도 좋다. 뇌에 이런 선언을 한다는 사실이 어찌 보면 우습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는 굉장한 힘이 숨겨져 있다. “나는 내 뇌의 주인”이라는 표현만큼 뇌에 의미심장한 말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선언문에서 분출되는 힘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 하지만 이 선언은 시공간을 초월해 영향력을 발휘해 뇌에 대해 당신의 주도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는 원래부터 뇌의 주인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뇌의 주인 노릇을 해야 할지 막막하겠지만, 자꾸 연습하다 보면 머지않아 진정한 뇌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고지식하게 주인이 되는 공부부터 모두 섭렵한 다음 주인 노릇을 하겠다고 결심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뇌가 일하는 방식이 아니다. 두뇌 메커니즘에도 맞지 않는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당신이 자기의 위치를 정하면 뇌는 거기에 맞춰 필요한 에너지를 우주에서 끌어당긴다. 그래서 뇌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당신이 뇌의 주인임을 선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삶의 진정한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면서 체험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꿈을 실현해 나가면 뇌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보고 듣기보다 내가 직접 체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뇌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뇌가 꿈과 희망으로 진동할 만큼의 비전과 목표를 정해야 한다. 뇌는 주인이 주는 꿈과 희망을 먹고 크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이승헌 1950년생.

단국대 졸업.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총장. 유엔자문기구 한국뇌과학연구원 원장. 유엔글로벌컴팩가입 국제뇌교육협회 회장.

사단법인 국학원 설립. 국민훈장 석류장 수상.

<뇌파진동> <힐링 소사이어티> <휴먼테크놀로지> <아이 안에 숨어 있는 두뇌의 힘을 키워라> 등 40여 권의 저서가 있다.


200908호 (200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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