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을 한다. 아득한 밤하늘, 혁명이 서린 땅의 공기를 거칠게 들이켠다. 쿠바 아바나의 음영 짙은 거리에는 1950년대 올드카들이 스쳐 지난다. 낯선 곳, 뛰는 가슴은 이미 체 게바라와 헤밍웨이의 흔적을 찾아 방황한다. 한 손에는 럼 한잔, 다른 손에는 시가 한 개비를 든 채….
이곳은 쿠바다. ‘자유의 땅’에 대한 환상을 품고 달려왔든, 변해버린 실체에 실망하든. 여행자의 이상향에서 마지막 종착역으로 섬겨지는 땅이다. 늦은 밤 쿠바 아바나(Havana)의 호세마르티공항에 비행기가 내린다. 내려서는 순간 입국심사대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호기심이 솟는다.
코스타리카에서 몸을 실으며 별도의 비자 없이 쿠폰 같은 비자를 구입한 것부터가 미덥지 않다. 오랫동안 닫혀 있던 은둔의 땅, 쿠바 아니던가? 적어도 미국에 들어설 때보다는 까다로워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속된 궁금증이 머리를 스치고 지난다. 쿠폰식 비자는 출발 공항에서 25달러에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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