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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의 우리 시대 문학기행 >> 오정희의 <중국인거리> 

비밀스러운 벽장 속에서 맞닥뜨린 初潮 

사진 오상민 월간중앙 사진기자 [osang@joongang.co.kr]
비밀스러운 벽장 속에서 맞닥뜨린 初潮 누구나의 마음속에 셋방처럼 숨어 있는 성장통. 삶이 한 뼘 더 밀려나면서 제 몸이 크는 것을 느끼는 순간 다가오는 저릿함. 아이는 그 저릿함을 느끼며 한 뼘 더 자란다. 지금도 우리는 그런 시간을 통과하며 살지도 모른다.
“해안촌 혹은 중국인거리라고도 불려지는 우리 동네는 겨우내 북풍이 실어 나르는 탄가루로 그늘지고, 거무죽죽한 공기 속에 해는 낮달처럼 희미하게 걸려 있었다.”



오정희의 소설 에서 인천 중국인거리는 “바다를 한 뼘만치 밀어둔 시의 끝”이라고 표현된다. 아홉 살 여자아이는 석유배급소 일을 맡게 된 아버지를 따라 이 거리로 이사한다. “흙먼지가 부옇게 앉은 유리에 붉은 페인트로 석유배급소라고 쓰여” 있던 낡은 목조 이층집 앞에 트럭이 멈춰서고, 가족들은 짐과 함께 트럭에서 내린다. 할머니부터 많은 아이들까지, 대가족이다. 됫박머리를 하고 솜이 삐져나온 저고리를 입은 주인공 아이는 동생을 업은 채 새 동네를 바라본다. 전쟁 직후였다. 피란지인 시골에서 상상했던 도회의 이미지가 있었고, 새로 가게 될 집은 그런 도회지의 한 부분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해안동네는 딱 보기에도 아이가 상상했던 도회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공기에서 느껴지는 냄새가 아이에게 이상한 혼란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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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호 (201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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