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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인터뷰 - JTBC 예능프로그램 <님과 함께> 출연 임현식·박원숙 

“ 결혼·재혼 징글징글하지만…임현식 씨가 사위노릇 좀 해줄래요?” 

20년 만에 재결합한 순돌이 아빠·엄마의 제2의 인생…사별과 이혼의 아픔 안고 황혼녘에 선 두 중년 배우의 ‘가상 재혼생활’ 케미지네~!

▎TV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 에서 순돌이 아빠와 순돌이 엄마를 연기하면서 인기를 모았던 임현식·박원숙 씨가 JTBC에서 20년 만에 재결합해 가상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케미가 좋다.” 요새 온라인상에서 누리꾼들이 드라마, 영화 속 주인공 커플들을 두고 자주 일컫는 말이다. ‘케미’란 케미스트리(Chemistry)의 앞 글자를 딴 인터넷 용어로 사람 사이의 화학반응, 특히 남녀 간에 서로 강하게 이끌리는 감정이나 궁합을 말할 때 쓰는 신조어다. 남녀 주인공의 이성적인 분위기나 느낌이 좋을 때 누리꾼들은 “케미가 좋다”, “케미가 폭발한다”고 표현한다.

방송가에 최근 ‘강력한 케미’를 자랑하는 중년 커플이 돌아왔다. JTBC 예능프로그램 <님과 함께>에 출연하는 ‘임현식·박원숙’ 커플이다. 이 커플은 MBC MBC드라마 <한지붕 세가족> ‘순돌이 아빠와 엄마’로 7년 동안이나 부부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아주 잠시 불꽃이 튀는 ‘일시적인 케미’를 넘어서 ‘추억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장수 케미 커플’인 셈이다.

최근 이 커플이 <님과 함께>에서 가상 결혼생활을 통해 색다른 중년 로맨스를 선보인다. 이 프로그램은 실제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홀로 된 연예인 또는 명사가 재혼 생활을 해나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담은 예능프로다. 이 프로그램에는 ‘임현식·박원숙 커플’ 외에도 배우 이영하 씨와 농구선수 출신 박찬숙 씨가 또 다른 가상부부로 출연해 주목을 모으고 있다. 지난 2월 초 20년 만에 재결합에 성공한 ‘순돌이 아빠와 엄마’를 만나 그들의 소회를 들어보았다.

<님과 함께>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좋은데 기분이 어떠신가요?[매주 월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님과 함께>는 2회(2월 3일 방송) 시청률이 4.3%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5.5%였다]

임현식_ “시청률이 좋다고 하니깐 뿌듯하죠. 시청자들이 좋아해주는 것도 기쁘지만 무엇보다 이 나이에 와서 박원숙 씨와 이런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박원숙 씨와 2주일에 한 번은 무조건 만나서 촬영을 하니깐 기쁘죠.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고, 이런 만남이 약속돼 있다는 게 매우 즐거워요. 나로서는 아주 고마운 일이고, 회춘하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웃음)

박원숙_ “좋게 봐주시니깐 감사하죠. 한 번 촬영하면 1박2일 동안 쉬지 않고 찍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는 힘들기는 해요. 그래도 재미있게, 즐겁게 하고 있어요.”

혹시 ‘가상 재혼부부’라는 콘셉트가 부담스럽지는 않으셨어요?

박원숙_ “사실 처음에는 출연을 안 한다고 거절했어요. 드라마에서는 등장인물로 나오기 때문에 나라는 사람이 감춰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내가 너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기도 하고, 싫었어요.”

임현식_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부담스럽긴 하죠. 아무리 가상부부라고 하지만 박원숙 씨 집에서 자고, 내복바람으로 일어나야 하는데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원숙_ “결혼, 재혼은 생각만해도 징글징글해서 더 싫었죠. 그래서 딱 잘라서 ‘난 안 해’라고 말했죠. 그런데 제작진들이 무작정 찾아와서 설득을 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절대 나는 출연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그러다가 이야기를 하다 보니깐 이 프로가 좋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엔 예능으로만 가볍게 생각했는데 결혼과 재혼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는 정말 괜찮은 방송이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죠.

또 내가 결혼·재혼에 대해 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산증인이잖아요. 행복하고, 좋은 점은 누구나 다 알죠. 그런데 내 경우에는 나쁜 점을 너무 많이 겪고 경험을 했어요. 이 프로그램을 하면 자연스럽게 그 상처들을 되짚어볼 수밖에 없죠. 그 과정이 정말 아프고, 싫지만 장화를 신고 가면 진흙탕 길도 갈 수 있잖아요. 아무리 냄새가 나도 코를 막고, 잠시 숨을 멈추면 그 길을 걸을 수 있죠. 제가 평소에 결혼에 대해 가졌던 생각도 이야기하면서 하다 보면 좋은 프로그램이 되겠다 싶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두 분께서는 서로의 이상형에 가까우신 편인가요?

임현식_ “저는 정말 좋아하죠. 박원숙 씨는 아주 여자다운 여자예요. 저 같은 경우에는 여러 감정과 생각이 슬슬 나오더라고요. 저는 자상하면서도 저를 다스려줄 수 있는 스타일의 여성을 좋아해요. 박원숙씨가 그런 면에서 가깝죠. 아무래도 방송을 하면 할수록 어떤 기분이 샘솟을 것 같아요!”(웃음)

박원숙_ “임현식 씨는 제가 신뢰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제 이상형은 아니에요.(웃음) 그래도 이 프로그램을 한다면 임현식 씨랑 하는 게 맞죠. 만약에 제가 ‘늙은 장동건’이랑 한다고 해봐요. 좋고, 설레서 방송을 할 수 있겠어요? 시청자들은 저희들을 ‘임현식과 박원숙’으로 봐주시기보다 <한지붕 세가족>의 ‘순돌이 아빠와 엄마’로 보실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희 둘이 같이 있으면 녹아나는 것들이 있잖아요. 임현식 씨가 딱이죠!”




20년 만에 만나도 ‘찰떡궁합’은 여전

<한지붕 세가족>은 1986년에서 1994년까지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로 중장년층과 노년층에는 한 세대 전의 추억을 자극하는 ‘국민 드라마’다.

이 작품에서 임씨와 박씨는 도시에서 어려운 형편에도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는 서민 부부를 연기했다. 어찌나 호흡이 척척 잘 맞았던지 당시에는 두 사람을 실제 부부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였다고 한다.

20여 년 만에 다시 만나서 호흡을 맞추셨는데 여전히 잘 맞으시던가요?


임현식_ “박원숙 씨가 리액션이 아주 좋은 배우에요. 예전에 같이 드라마 할 때도 아주 잘 받아줬지요. 상대 배우의 리액션이 좋으니깐 나도 연기하면서 자신감이 높아지더라고요. 혼자서 아무리 열심히 창을 해도 옆에서 ‘얼씨구’와 같은 추임새를 넣어주지 않으면 할 맛이 안 나잖아요. 그런 것을 박원숙 씨가 아주 잘해줬어요. 덕분에 나는 연기를 맘껏 펼칠 수 있었고, 연기 실력도 많이 늘었다고 봐요. 지금도 여전히 리액션이 좋은 파트너에요.”

박원숙_ “내가 어떤 노력을 해서 의도적으로 리액션을 해주는 건 아니에요. 임현식 씨를 잘 아니깐 자연스럽게 반응이 나오는 식이죠. 그 사람의 유머감각을 내가 다 알거든요. 남들은 임현식 씨의 말에 도대체 언제, 어떤 포인트에 웃어야 할지 잘 모를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 지점을 정확히 알거든요. 딴 사람들은 ‘왜 생뚱맞게 저런 이야기를 하나’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임현식 씨가 어떤 이유로 저런 말을 하는지 잘 알아요.”

드라마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출 때와 ‘가상부부’이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을 때는 뭔가 색다른 점이 있을 것 같은데 뭐가 있을까요?

임현식_ “박원숙 씨랑은 워낙 오랜 세월을 알고 지내왔지만 막상 박원숙 씨 집에서 잠자고, 함께 밥 먹고 하는 게 처음엔 어색하긴 하더라고요. 잠을 자고 일어나긴 했는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사실 고민이 많았어요.”(웃음)

박원숙_ “드라마에서 부부연기를 할 때와는 180도 달라요. 그때는 어떤 주어진 테두리 안에 있는 거잖아요. 역할도 있고 거기에 맞는 대본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우리 둘은 완전히 아프리카 초원에 던져진 야생동물 같아요.(웃음) 어디를 향해 가야 할지 모르죠. 오아시스를 잘 찾아서 행복하게 살지, 아니면 절벽에서 죽을지 모르는 일이에요.”

“아내와의 사별은 인생 최대의 재앙”

지난 1월 27일 첫 방송은 임현식·박원숙 커플이 20년 만에 조우하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임씨는 ‘가상 아내’를 만나기 위해 박원숙 씨의 자택이 있는 경남 남해로 향했다. 이들은 경기도 송추의 임현식 씨 집과, 박원숙 씨의 집을 번갈아 오가며 ‘가상 재혼생활’을 즐기고 있다.

아직 방송 초반이긴 하지만 재결합이 만족스러우신 건가요? 실제 프로그램을 보니까 조금은 긴장감이 감돌기도 하던데요?

박원숙_ “처음엔 우리 집에 남자가 있는 게 어색했어요. 남자와 같이 아침을 해먹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요. 같이 드라마를 하면서 임현식 씨가 좋은 사람이라는 거는 충분히 알고 있어요. 됨됨이가 아주 훌륭한 분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설레고 그렇지는 않네요. 가상이지만 이렇게 생활하다가 혹시 임현식 씨 마음 안에 어떤 싹이 트기라도 하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해요.”(웃음)

임현식_ “박원숙 씨가 겉으로 봐선 아주 도도한 느낌이 들죠. 그래서 제가 좀 어려워했던 면이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또 자기 마음에 들게 하면 아낌 없이 칭찬을 해주는 게 박원숙 씨의 매력이에요. 또 박원숙 씨는 도회적이면서도 구수한 면이 있어요. ‘촌놈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할까요?(웃음) 제가 느끼기엔 이도령보다는 방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난 ‘이도령 스타일’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허허허.”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우결의 어른버전’으로 불린다. <우결(우리 결혼했어요)>은 연예인들의 가상 결혼생활을 다루는 MBC 예능프로그램이다. <님과 함께>의 성치경PD는 지난 1월 2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우결’과 프로그램 포맷이 비슷한 건 맞지만 결혼과는 또 다른 재혼 생활의 모든 것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월 27일 방송에선 아내와의 사별 후 혼자 살고 있는 임현식 씨의 현실적인 고민이 가감 없이 드러나 시청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이날 방송에서 임씨는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기사식당을 찾을 때가 있다”며 “거의 ‘연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박원숙 씨는 한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애잔한 눈빛으로 임씨를 바라보았다.

<님과 함께>는 웃음만을 추구하는 걸 넘어 우리 사회에 점차 늘어가고 있는 이혼·재혼 문제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중년뿐 아니라 황혼 나이의 이혼과 재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짝을 찾고 싶어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 자녀들과 주변의 시선 등으로 인해 재혼 결심을 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임현식 씨와 박원숙 씨는 각각 사별과 이혼의 아픔을 갖고 있다. 임현식 씨는 10년 전 폐암으로 투병하던 아내를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나 보냈다.

아내분과 사별하고 치아가 흔들릴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들었는데, 어떠셨나요?

임현식_ “내 나이 쉰아홉, 처가 쉰넷일 때 사별을 했어요. 어머니를 떠나 보내고 몇 해 안 돼 다시 아내를 보냈죠.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는 그게 내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최대의 슬픔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배우자를 떠나 보내는 것은 그보다 정말 몇 배가 더 힘들더라고요. 저와 57년을 함께 살아온 우리 엄마가 세상을 떠나셨을 때보다 애기 엄마가 죽었을 때가 훨씬 마음이 아팠어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이었어요.”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내면서 가장 후회스러운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을까요?

임현식_ “사실 저는 배우로서 뭔가를 이루기 위해 참 열심히 살아왔어요. 그리고 세 딸의 아버지로서 세 딸을 시집 보내고 즐거운 노후를 보내기 위해 성실하게 돈도 모았죠. 와이프와도 늘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살았어요. 하지만 와이프와 정말 마음속에 있는 진실한 이야기를 하진 못했어요. ‘알았어’ ‘됐지?’ ‘오케이’ 딱 이 정도였죠. 아내와 함께 진실된 시간을 오래 갖지 못한 게 정말 아쉬울 뿐이죠. 좀 더 진솔하게 할 걸 그랬어 이런 후회가 들어요.

애들 엄마가 죽음에 임박했을 때는 ‘세 딸은 걱정하지마, 당신 몫까지 내가 다해서 아니 그보다 더 잘해서 시집 보낼게. 아무 걱정마’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하면서도 그 이야기가 아무런 가치가 없고, 마냥 슬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세 딸이 시집 가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 모습을 얼마나 본인은 살아서 보고 싶었겠어요. 죽으면 못 볼 텐데. 그런 말이 아내에게 오히려 아쉬운 감정만 주는 것 같아 나중엔 말을 삼갔어요. 그런데 정말 마지막에는 모든 거를 다 이야기하고 싶더라고요.

아내가 죽음에 임박하는 순간이 올 때마다 ‘왜 내가 그 말을 아꼈을까?’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어요. 아이들 엄마가 건강할 때는 내가 좀 더 이야기를 많이 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당신 안 죽어’ ‘걱정마’ 이런 이야기만 한 것 같아요. 아내가 그런 모습이 되기 전에 자주 말했어야 했는데…. 저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친구들은 이런 마음을 잘 알아요. 그런데 그것을 경험하지 못한 친구들은 고개는 끄덕거려도 정말로 이해하지는 못하더라고요.”


▎임현식·박원숙커플은 <한지붕 세가족>에서 힘든 가정형편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서민부부를 연기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샀다.



“결혼, 떠올리면 아픈 기억”

박원숙 씨 역시 아픈 개인사를 지니고 있다. 그는 한 남자와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고, 세 번째 결혼한 남편과도 이혼을 했다. 그래서 박씨는 <님과 함께> 방송에서도 “결혼에 매여 살던 젊었을 때보다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요새가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이번 프로그램을 보고 예전의 상처가 덧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계시는 거 같아요.

박원숙_ “저는 ‘결혼’ 자체에 대해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해요.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한 게 아니니까요. 부끄럽고, 창피해요. 하지만 그 힘들었던 기억도 하나하나 주워 모으다 보면 금목걸이, 은목걸이도 만들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정말로 지금 누리는 이 평화가 너무 좋아요. 젊을 때는 젊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것이 많잖아요. 더구나 여자 연예인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것들도 있고요.

또 젊을 때 나는 세상 무서운 줄을 몰랐어요. ‘뭐 어때?’ 이런 태도였죠. 그러다 보니깐 사람들은 ‘저 여자 정말 당차네’라고 생각했겠죠. 실제로는 허당인데 말이에요. 젊을 때 소란스러운 거를 다 끝내고 나서 현재 경험하는 편안함이 좋아요. 그런데 이 편안함을 갖고 젊었을 때로 돌아간다면 더 좋겠죠.”

임현식_ “박원숙 씨에게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놀라고, 참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뭔가 제대로 된 위로를 해주진 못했어요. 내가 워낙 농담,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심각한 이야기를 잘 못하기도 하고요.”

힘든 시절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해요(박원숙 씨는 2003년에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먼저 하늘 나라로 떠나보내기까지 했다).

박원숙_ “할 일이 있으니깐 견뎠죠. 제게 일이 있었다는 거는 정말 참 고마운 일이에요. 일을 했기 때문에 터널을 뚫고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비록 비가 새는 텐트에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하고 이겨냈어요. 그리고 신앙이 큰 힘이 됐어요(박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다). 젊을 때는 제 생각만으로 모든 거를 결정했다면 신앙을 갖게 된 이후로는 어떤 좌표 같은 게 생긴 느낌이에요. 훨씬 안정됐죠.”

“순간적인 감정만으로 재혼해서는 안 돼”

아픈 인생 경험이 연기를 하는데도 도움이 됐나요?

박원숙_ “그럼요. 저희 어머니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으세요. 여기 아주 뜨거운 컵이 있다고 상상해봐요. 그 컵에 손을 올려 놓으면 손의 어디가 뜨거울까요? 손바닥만 뜨거워요. 손등은 뜨겁지 않죠. 정말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은 드라마 속 인물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어요. 그걸 경험하지 못하면 공감하기가 힘들어요.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는 제 체험이 많이 도움이 돼요. 여러 체험을 했기 때문에 극중 인물의 아픔을 잘 표현해낼 수 있게 됐죠.”

두 분은 재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임현식_ “재혼을 한다면 아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해요. 적당히 좋은 거라면 데이트나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결혼은 현실이잖아요. 데이트하는 것보다 즐겁기란 힘들어요. 새 출발을 하는 것은 좋지만 다시 결혼을 통해 누군가에게 헌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말 깊게 생각하고 결정해야죠. 저 같은 경우에는 아내와의 사별을 통해 미운 정이 오히려 큰 정이 된다는 걸 느꼈어요. 배우자를 떠나 보내고 보니깐 ‘내가 그때 잘해줄 걸’ ‘좀 더 잘할 걸’ 하는 식으로 엄청 후회가 됐거든요. 그래서 제 생각엔 그 사람을 추억 속에서 그리워하면서 사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닌가 싶어요.”

박원숙_ “글쎄요. 저는 결혼에 대해서는 징글맞은 사람이라서(웃음). 예전에 한 잡지에서 네다섯 살 정도의 어린 아이들이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그 사진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많은 사람이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대해서는 어린 아이들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 결혼해서 어떤 가정을 꾸리고 싶은지, 어떤 신부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좋으니깐 결혼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요. 만약에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 같아요. 제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요. 물론 재혼을 할 때도 이런 부분을 더 신중하게 고민해야겠죠.”

앞으로 두 분께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인생관을 펼쳐 보이실지 더욱 기대가 큽니다.

임현식_ “우리 같은 실버들의 즐거운 일상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순돌이 아빠와 엄마’는 생각만 해도 유쾌하잖아요. 시청자들이 저희를 보면서 즐거울 수 있도록 재미있고, 즐거운 면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박원숙_ “저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얼마 전에 임현식 씨가 저희 어머니를 만나는 것이 방송으로 나갔잖아요. 만약에 이 방송이 오래 지속된다면 저는 어머니 장례를 치르는 모습도 다 나갔으면 좋겠어요. 장례식에서 임현식 씨가 사위 노릇을 하고, 저를 위로해주는 그 모습이 바로 인생 동반자들의 모습이잖아요. 그게 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 아닌가요? 그때만큼 장수 프로그램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201403호 (201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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