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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매력탐구] ‘치어리더 퀸’ 박기량 

“연예인 데뷔요? 롯데팬을 등질 수 있나요?” 

김슬기 월간중앙 기자 rookie@joongang.co.kr / 사진·지미연 기자
‘야구장의 꽃’으로 불리는 치어리더 중에서도 ‘꽃 중의 꽃’으로 인기 구가…“경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에너지와 즐거움을 다른 직업이 채워줄 수 없을 것”

▎롯데 팬들로부터 ‘여신’ 칭호를 얻은 박기량은 열일곱 나이부터 치어리더의 길을 걸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야구 방망이를 들고 포즈를 취한 박기량.



스포츠 종목 중에서 유독 프로야구 주변에 ‘여신’이 많은 까닭은 뭘까? 그날그날의 프로야구 소식을 알리는 스포츠채널의 아나운서들에게 여신이란 칭호가 붙은 이래 야구장에서도 여신급 스타가 등장했다. 한국프로야구의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치어리더가 그들이다. 최고의 야구열기를 자랑하는 부산 사직구장에 강림한 여신을 만났다.

국내 프로야구 팬들의 응원문화를 말할 때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 인기를 한몸에 받는 것은 단지 야구선수들만이 아니다. 야구장에서 팬들과 함께 울고 웃는 치어리더들도 스타 대접을 받은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들 중에서는 유독 롯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이도 있다.

야구장의 꽃으로 불리는 수많은 치어리더 중에서도 꽃 중의 꽃을 꼽으라면 롯데 자이언츠 소속의 박기량이 아닐까? 176㎝의 키에 48㎏의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박기량은 해맑은 미소와 빼어난 몸매, 탁월한 안무 실력으로 인기를 누린다. 그의 춤 동작 하나하나에 야구장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그의 몸짓 하나하나가 카메라 기자들의 초점이 됐다.

박기량이 야구장의 치어리더가 된 것은 학창시절인 17세의 나이 때였다. 부산의 번화가로 꼽히는 서면에서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치어리더 유니폼을 입었다. 순전히 춤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부모님이 처음에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보았지만 박기량은 그 유니폼이 누구보다 자신의 몸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7년이 흐른 지금 박기량(23)은 롯데 자이언츠 치어리더를 이끄는 리더가 됐다.

‘사직구장의 꽃’은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한겨울에도 몸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경기가 없는 요즘에도 사직야구장 치어리더 연습실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에다 쭉 뻗은 다리가 매력적인 박기량은 슈퍼모델이라고 해도 될 만큼 예뻤다. 남녀 가릴 것 없이 길 거리에서 만나면 누구라도 뒤돌아보게 하는 외모를 가졌다.

그는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겨울철에는 프로농구팀(울산 모비스 피버스)와 프로배구팀(삼성화재 블루팡스)에서도 치어리더로도 활동한다.

10대 때 입문한 치어리더의 세계

박기량 씨가 유명세를 타면서 ‘치어리더’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말을 들었어요. 혹시 어릴 때부터 치어리더를 꿈꿨나요?

“아니요, 그냥 춤추기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죠. 학급에 꼭 한 명씩 있는 춤추는 애들 있잖아요. 저도 정말 춤을 좋아했어요. 장기자랑이나 체육대회가 열리면 무대에 올라가 유행하던 걸그룹의 춤을 따라 췄어요. 아마 그 당시 유행하던 가수들의 춤은 다 출 수 있었을 거예요.(웃음) 길거리 캐스팅이 아니었다면 치어리더가 될 일은 없었죠. 제가 학생일 때만 해도 연예인 시켜주겠다고 해놓고 돈도 안 주고 몸만 혹사시키는 불법 연예 기획사가 많다는 소문이 많던 시절이라 길거리에서 명함을 받아도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똑같은 분에게 세 번 이상 같은 명함을 받으니까 은연중 관심이 생겨버렸어요. 믿을 수 있는 기획사라는 판단이 들어 부모님과 상의한 끝에 회사로 찾아갔는데, 그 회사 사무실에 걸려있던 치어리더 팀장의 사진이 눈에 꽂혔어요.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더라고요. 제 마음에 치어리더라는 불씨가 댕겨진 순간이었죠.”

학교 다니랴 치어리더로 일하느라 힘들었겠네요?

“학교와 집, 경기장을 쳇바퀴처럼 오가는 날이 반복됐어요. 춤추는 게 제일 좋았던 철부지가 한순간에 직업인이 돼버린 거죠. 낮에는 학교수업을 듣고 밤에는 야구장에서 응원하느라 보통 학생들보다 두 배는 더 바쁘게 살았어요. 울산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수업 끝나자마자 총알택시를 타야 했어요. 흔들리는 택시 안에서 화장하는 것이 어찌나 힘들었던지 몰라요.(웃음) 하지만 체력적으로 힘들기보다 친구들과 많이 못 놀고, 10대다운 학창생활을 보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어요.”

부모님은 그런 모습을 보고 뭐라 하셨나요?

“엄마아빠는 제가 치어리더를 하다가 금세 포기할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특히 아빠가 탐탁지 않아 하셨는데 언젠가는 제가 울면서 ‘그만두겠다’고 할 줄 아셨대요. 하루는 제가 아빠 앞에서 정말 힘들다고 투정을 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관두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계속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여러 번 싸웠죠. 한두 주 동안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낸 적도 있었어요.

결국 부모님께 인정받으려면 제가 즐겁게 일하는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그 뒤로는 힘든 내색을 절대 안했죠. 오히려 ‘오늘 경기는 이렇게 해서 이겼다’, ‘오늘 응원은 이래서 좋았다’고 말씀 드리면서, 딸이 얼마나 즐겁게 일하는지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니까요. 그러니까 아빠도 제 일을 점점 인정해주셨어요.”

본격적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치어리더로 활동한 것은 언제부터죠?

“데뷔한 후 처음 2년 동안은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의 치어리더로 활동했어요. 믿기 어렵겠지만 그때만 해도 사실 제가 야구를 잘 몰랐어요. 부산 야구가 그렇게 유명한지도 몰랐고요. 그런데 어느 날 롯데 자이언츠 소속의 치어리더 언니가 저한테 ‘야구장에 한번 구경 와볼래?’라고 하는 거예요. 그때까지 사직야구장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고 롯데라는 야구팀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웃음)

그런데 처음 가본 야구장이 정말 어마어마했어요. 응원하는 사람들의 우렁찬 함성 소리에 관중들이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서 즐기는 모습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죠. 그 모습을 보고 나서 ‘롯데 자이언츠에서 응원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겼죠. 운 좋게도 그 후 실제로 롯데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고, 감사하게도 지금은 일곱 명의 치어리더를 이끄는 팀장까지 맡게 됐어요.”(웃음)


▎박기량은 환한 미소와 어떤 안무든 곧바로 소화해내는 특출난 춤 실력을 가졌다. 오랜 치어리더 경험을 통해 “경기가 안 풀릴수록 팬들 앞에서는 웃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1분 20초 춤추기 위해 매일 6시간 연습

결국 치어리더를 시작한 뒤에 야구를 알게 된 거군요?

“부끄럽지만 사실이에요. 롯데에 처음 와서도 처음엔 ‘경기가 언제 끝나나’ 하며 조바심을 냈던 기억이 나요. 경기 규칙을 잘 모르니까 두세 시간을 끄는 야구경기가 너무 지루한 거예요. 야구에 재미를 붙이려고 언니들한테 야구 규칙을 틈틈이 물으면서 배웠죠.

오늘은 왜 이기고 졌는지, 지금 저 행동은 왜 반칙인지 옆에 있는 사람들이 귀찮을 정도로 묻고 또 물었어요. 한때 그렇게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야구가 알고 보니 ‘시간이 언제 갔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거예요. 정말 신기하죠? 세상에서 야구만큼 재밌는 스포츠가 없더라고요.”

롯데 자이언츠의 치어리더들은 보통 3시간이 넘는 야구 경기 중에 총 열 번의 응원 무대를 가진다. 1분20~1분40초 동안 보여줄 무대 동작을 하기 위해 경기가 있는 날이면 매일 6시간이 넘는 연습을 한다. 무대 위에 오르면 4명의 치어리더가 한 사람처럼 보일 만큼, 손발이 척척 맞는 ‘칼군무’를 선보인다. 특히 ‘스페셜 무대’라고 불리는 특별 무대는 롯데 치어리더들의 춤 실력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무대로, 6회 말이 끝난 후 이뤄진다.

이때는 치어리더 유니폼이 아닌 ‘걸그룹’ 의상과 비슷한 옷을 입고 더 과감한 무대를 펼친다. 박기량은 “일반 무대에서 활기차고 밝은 안무를 선보였다면, 스페셜 무대에서는 확 섹시하게 가자는 주의”라며 “야심 차게 준비한 롯데 치어리더들의 스페셜 무대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거나 이목을 끌면 기분이 더 좋다”고 말했다.

춤 안무를 짜는 것도 치어리더 팀장의 몫이다. 그는 경기가 없는 날에도 틈틈이 새로운 안무를 구상하고 연습한다. 댄스 가수들의 춤 영상을 보면서 안무를 구상하기도 하는데, 멀리 있는 사람들의 눈에도 잘 띌 수 있게 포인트가 되는 동작을 추가해 응원 안무를 짠다. 댄스 곡에다 가수들의 안무를 기본으로 하늘을 향해 손을 높이 들거나 찌르는 동작을 추가하는 식이다. 이를 1분 20초 응원 시간에 맞도록 원곡을 편집해 맞춘다.

그래서 박씨의 퇴근은 항상 늦다. 다른 팀원들보다 일찍 출근해 연습할 안무를 점검하고, 연습이 끝난 후에는 신참 치어리더들을 특별 코칭하기도 한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이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박씨는 틈틈이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치어리더의 매력을 야구팬들에게 알리는 역할도 자처한다.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잦아졌는데, 방송이 나가고 나면 그의 매력 때문에 인터넷이 떠들썩해질 정도다.

여느 댄스가수 못지않게 춤을 잘 추는데, 그 춤 실력은 타고난 건가요?

“학교 다닐 때부터 춤추기를 좋아했으니까 남들보다 동작을 빨리 익히거나 안무를 잘 익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처음에는 춤의 분위기나 느낌을 살리는 데에는 언니들을 쫓아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막내 시절에 제가 꼭 닮고 싶은 언니가 한 분 있었는데, 그 언니처럼 춤추기 위해 하루 10시간 넘게 땀 흘리며 연습했어요. 그런 덕분에 요즘에는 어떤 춤이든 한 번 보면 곧바로 따라 출 수 있어요.”(웃음)

체력관리를 하기도 쉽지가 않겠어요.

“몸 구석구석에 아픈 데가 많죠. 하지만 모든 치어리더가 이런 아픔을 겪는 걸요. 한 달에 겨우 하루 정도 쉬곤 하는데 한의원을 들락거리며 진찰을 받기도 해요. 한번은 어깨가 앞뒤로 탈이 났는데, 한의사 선생님이 저한테 ‘아가씨 이러다 큰 일 나요’라고 경고를 하더라고요. 치어리더에게 몸이 아픈 것은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일반 직장인처럼 여름휴가, 겨울휴가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며칠 길게 쉬는 것이 소원이 됐어요.”

어느 경기장에 가나 치어리더는 늘 예쁜 외모와 늘씬한 몸매로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 받는 무대 너머의 삶이 알려진 적은 드물다. 치어리더들의 화려한 군무 뒤에 숨겨진 땀과 눈물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데에는 박기량의 인기가 단단히 한몫 한 듯하다. 지난해 10월에 방송된 MBC <휴먼 다큐―사람이 좋다> 박기량 편이 큰 화제를 모았기 때문이다. 방송 중에는 대기실이 따로 없는 원정 경기에서 치어리더들이 식당이 아닌 화장실에서 피자를 먹는 모습이 방영돼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방송이 나간 뒤로 주변에서 ‘치어리더 그렇게 힘든 직업이었느냐’며 걱정해주는 분이 많았어요. 친구들도 ‘너 그렇게 사는 줄 몰랐다’라며 깜짝 놀란 눈치였고요. 사람들이 치어리더의 화려한 면을 보시다가 방송이 나간 뒤로 인식이 조금은 바뀐 것 같아요. 사실 악성 댓글이 확 줄었거든요.(웃음) 이제는 열정을 가진 프로 직업인으로 많이 봐주시고, 더 좋게 평가해 주시는 것 같아요.”

경기장에서 가장 힘든 점을 꼽으라면요?

“배고픈 거요.(웃음) 경기 중에는 물과 음료수만 마실수 있는데, 보통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식사를 하다 보니까 경기가 끝날 때까지 7~8시간을 쫄쫄 굶어야 해요. 여름에 응원할 때는 물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다 땀으로 배출돼서 화장실 가고 싶은 생각도 안 들 정도라니까요.

너무 배가 고파서 경기 직전에 밥을 먹고 응원한 적도 있는데, 팀원 모두 체해서 혼이 났어요. 그래서 배고픈 치어리더들을 위해 음료수를 잔뜩 챙겨주시는 팬들께는 정말 감사하죠. 경기장에서 관중들이 치킨이나 맥주 먹는 걸 보면 제일 부럽죠. 그래서 저는 경기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밥부터 먹어요. 밤 12시에 라면 끓여먹고 계란프라이 해서 밥 해 먹고요.”(웃음)


▎연예계의 러브콜을 받기도 하지만 박기량은 치어리더로 야구장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힘줘 말한다. 롯데 치어리더로서의 자부심이 엿보인다.



화려한 모습에 감춰진 땀과 눈물

박기량 씨를 따르는 팬도 꽤 많죠?

“예전에 어떤 팬이 비싼 약을 보내주신 적이 있어요. 고생한다며 몸 보신 좀 하라는 뜻에서요. 제 건강을 걱정하고 응원해주시는 팬들 덕분에 지치고 힘들어도 더 열심히 하게 돼요. 2010년에는 제 팬카페도 생겼어요. 팬카페가 생긴 걸 처음 알게 됐을 때는 정말 얼떨떨하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구나’, ‘나를 사랑해 주시는 분이 이렇게 많구나’라고 느끼죠. 항상 팬들께는 감사합니다.”

왠지 롯데 팬들은 더 극성일 것 같은데 어떤가요?

“사실 다른 팀 치어리더들로부터 ‘롯데 팬 무섭지 않아?’ ‘물건 던지지 않아?’라는 질문을 가끔 받기도 했어요. 부산에 원정 경기 올 때 ‘무서워서 못 가겠다’고 말할 정도래요.(웃음) 처음에는 저도 처음엔 롯데팬들의 열정과 기에 완전히 눌렸죠. 지금은 달라졌지만, 경기가 진 날에 선수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거나 물건을 던지는 걸 볼 때는 정말 무서웠어요.

치어리더들한테 방울토마토나 닭다리를 던지는 분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치어리더 초년병 시절에는 응원 나갈 때마다 벌벌떨었어요.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하늘을 쳐다보며 춤출 때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제는 자신 있어요.

팬들에게 스스럼없이 ‘일하니까 가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친근해지고 여유도 생겼어요. 치어리더들에게 엉큼한 생각을 갖고 저희 주변으로 몰려드는 분들이 있어도 팬들이 알아서 제지해주실 정도예요. 제 사진으로 플래카드를 만들어서 흔들어 주시는 팬이나, 예쁘게 나온 사진만 골라서 인터넷에 올려주시는 팬들도 계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롯데는 응원 문화가 최고 수준이잖아요. 그런 관중들과 함께라서 더욱 뿌듯하겠어요?

“부산 사직야구장을 ‘사직 노래방’이라고들 하잖아요. 그만큼 롯데의 응원문화는 모두를 하나 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경기가 시작되고 3회전까지는 분위기가 그렇게 열광적인 편은 아니에요. 양쪽 팀 모두 점수가 안 나는 상황이기도 하고 팬들도 맥주를 덜 드신 상태거든요.(웃음)

그러다가 3회 말부터 ‘열광 응원’이 시작하는데 이때부터는 분위기가 확 달아올라요. 사직구장 공식 응원곡인 ‘뱃놀이’를 부르거나 옆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고 방방 뛰는 팬들을 보면 저도 막 신나요. 특히 ‘부산갈매기’를 부를 때는 가슴이 뭉클해지고 울컥하는 기분이 드는데, 치어리더이지만 팬과 같은 입장에서 경기를 바라보고 응원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치어리더 박기량이 대중적인 스타가 된 데는 국내 프로야구의 대중화가 맞물려 있다. 프로야구의 인기는 자연스레 각 팀의 치어리더에 대한 관심을 낳았고, 그중에서도 단연 ‘롯데’ 치어리더에 대한 관심이 롯데 팬들 사이에서 생겨났다. 박씨의 응원 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은 스포츠 인터넷 게시판과 개인 블로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의 응원 무대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팬들은 그에게 ‘롯데 여신’이라는 칭호를 붙여줬다.

예쁜 외모와 춤 실력, 직업인으로서의 열정을 모두 갖춘 박기량을 향해 방송계에서 러브콜이 이어지는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박씨는 올 초 설 특집 프로그램에도 방송에 출연해 섹시댄스로 화제를 모았다. 야구 경기장에서 볼 수 없었던 그만의 색다른 매력에 일반인들까지도 치어리더 박기량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외모로만 주목받고 싶지 않아”

야구팬들이 뽑은 ‘가장 예쁜 프로야구 치어리더 1위’로도 뽑혔다죠?

“부모님께서도 ‘네가 왜 여신이야’라고 되물으실 만큼 ‘롯데 여신’이라는 표현이 처음엔 낯설었어요. 한 설문조사에서 제가 예쁜 치어리더 1위로 뽑혔다고는 들었는데, 제가 왜 뽑혔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제가 특별히 예쁘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제 외모보다는,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셨다고 생각해요. 롯데팬들의 응원과 지지도 큰 몫을 한 것 같고요.”(웃음)

러브콜이 쏟아지는데 연예인으로 데뷔할 생각은 없나요?

“러브콜 많이 받았죠. 그런데 저는 치어리더를 그만두고 연예인 할 생각은 없어요. 방송에 출연한 이유는 롯데 치어리더를 알릴 수 있고, 일하면서 방송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경기장 밖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제가 배우는 부분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롯데 팬들을 등지면서까지 연예활동을 하고 싶진 않아요. 지금의 ‘반짝 관심’이 언젠가는 식지 않겠어요? 앞으로도 저는 ‘치어리더 박기량’으로 남고 싶어요.”

치어리더를 언제까지 하실 건데요?

“제 뼈가 버티는 한이요.(웃음) 체력이 버티는 한 치어리더를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치어리더가 체력적으로 힘들고 겉보기와 달리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직업 수명이 짧은 편이에요. 오래 해야 10년 정도죠. 1년 만에 관두는 사람도 많고, 연습생 생활 한 달 만에 떠나는 사람도 많아요. 저도 ‘치어리더를 계속해야 하나’ 고민했던 때가 있었어요.

대학에서 항공운항과를 다녔는데 주변에서 다들 제가 승무원이 되기를 바라시더라고요. 교수님도 저를 설득할 만큼, 직업적으로 불안정한 치어리더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을 택하라는 권유가 많았어요. 하지만 저는 치어리더가 주는 즐거움을 포기 못해요. 경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에너지와 기쁨은 다른 직업이 결코 채워주지 못할 것 같아요. 세상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정말 몇 안 된다고 하잖아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만족스럽고 행복해요.”

기량씨를 바라보며 치어리더를 꿈꾸는 이들도 있을 텐데, 치어리더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뭐라고 보세요?

“체력도 중요하고 춤 실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팀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봐요. 저한테는 롯데 자이언츠 치어리더라는 자부심이 있거든요. 치어리더들 사이에서도 롯데는 ‘한번쯤 일해 보고 싶은 구단’으로 꼽히는데, 롯데를 응원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해요. 치어리더가 진심으로 응원할 때 팬들에게도 그 마음이 전달되고, 그 응원이 그대로 선수들에게 전해져 힘이 된다고 봐요.”

앞으로 남은 목표가 있다면요?

“제가 이끄는 치어리더 팀을 최고로 만들고 싶어요. 저희 팀이 ‘열심히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터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요. 지금 한 팀으로 운영되는 치어리더 팀을 두 팀으로 늘려서 더 많은 치어리더와 함께 무대에 서고 싶기도 해요. 저희 팀 이름은 1년째 못 짓고 있는데, 팬들에게 작명을 부탁드려볼까도 생각 중이에요.”(웃음)

201403호 (201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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