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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 일본뇌염 예방접종, 비용보다 안전 우선해야 

쥐 뇌세포·햄스터 신장세포 유래 백신 중추신경계 이상반응 가능성 안전성 입증된 ‘베로세포’ 백신 확대 위해 국가필수접종 지정 필요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2k7531@joongang.co.kr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여름이 되면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있다. 바로 일본뇌염이다. 일본뇌염은 매년 우기와 함께 모기 개체수가 늘어나는 여름에 주로 창궐하는데, 일반적으로 발병 위험이 가장 높은 기간은 6월부터 9월까지다. 그러나 최근 우기가 길어지고, 추석 등 가을의 연휴를 이용해 무더운 동남아 등지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어 계절과 관계없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뇌염은 매개체인 ‘작은빨간집모기’를 통해 인체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모기에 물리면 5~15일 정도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는데, 초기에는 고열, 두통, 무기력증, 흥분 상태 등의 증상을 보이다 바이러스가 중추신경계에 침투하면 의식장애와 경련을 일으킨다. 세계적으로 연간 약 7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이들 중 1만~1만 5천 명이 목숨을 잃는다. 국내에선 2010년 이후 63 명의 환자가 발생해 이 중 14명이 사망했다. 대부분 40대 이상이거나 20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이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경기도 안산 명문소아과 신영규 원장(대한소아청소년과 개원의사회 감염이사)은 “일본뇌염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그만큼 예방이 최선이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국내에서 일본뇌염 예방접종은 1982년 크게 확대됐다. 이후 연간 발병률이 10건 이하로 감소했다. 그러나 예방접종률이 낮아지고 모기 활동기간이 늘어나면서 지난해에 20건이 발생해 5명이 사망하는 등 최근 들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예방접종은 생후 12개월부터 만 12세까지 4회에 걸쳐 이뤄진다. 노인 등 면역력이 약해진 성인들도 주기적으로 예방접종을 하는게 바람직하다. 백신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접종 대상자의 나이와 신체 특성에 맞춰 선택하는 게 좋다. 국내에서 무료로 접종이 실시되는 백신은 생백신과 사백신으로 구분된다. 사백신은 쥐의 뇌조직에서 배양해 추출한 백신균을 활용하고, 생백신은 바이러스를 햄스터의 신장세포에서 배양해 제조한다. 그런데 둘 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점차 사용하지 않는 추세다. 안전성의 문제 때문이다.

신 원장은 “지난 30 년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쥐 뇌조직 유래 백신은 제조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쥐의 뇌조직 성분이 백신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초염기성 단백질이란 성분이 중추신경의 이상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 원장은 “생 백신은 이용하는 국가가 적은 탓에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안전성을 100%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안전성이 입증된 ‘베로세포(vero-cell)’ 백신을 국가 필수 예방접종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베로세포 백신은 원숭이 신장세포를 이용해 인체에서 이상반응을 일으킬 위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유럽은 여행자 백신으로, 일본은 국가필수예방백신으로 지정해 접종하고 있다.

신 원장은 “베로셀 유래 백신은 임상실험을 통해 면역성이 높고 다른 백신과 달리 이상반응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젤라틴·항생제·치메로살 등이 함유되지 않은 고순도 정제백신”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선 국가 필수 접종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일반 접종비용보다 2~3배 정도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신 원장은 “오랜 기간 백신을 접종해 일본뇌염 발병률이 낮은 국가에서는 백신의 선택에 있어 경제성과 유효성보다 안전성이 더욱 중요하다”며 “비용이 약간 더 들더라도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의 위험성을 미리 차단하는 게 국가 필수 예방접종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201410호 (201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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