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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의 ‘이어령 프로젝트’] 5번째 골목 |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누가 ‘운명’이라 하는가? - 베토벤을 만나려거든 책장을 덮고 ‘음표들의 무도회’에 참여하라! 

물질의 진정한 가치는 관습이 아닌 표현의 아름다움에서 비롯돼… 자연(피시스)과 문화(노모스) 이해하려면 ‘표현(세미오시스)’에서 타협점 찾아야 

김정운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지난 4월 20일 이야기다. 중앙일보 50주년 기념행사로 음악회가 열렸다. 이반 피셔가 지휘하는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Amsterdam)가 4일 동안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했다. 내한공연 첫날의 오픈 파티에는 지금까지 칼럼 등을 연재해온 작가, 예술인, 교수가 다 모였다. 200여 명의 진보·보수의 지식인이 다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이어령 선생을 만났다. “선생님, 한국의 기라성 같은 지성인들이 다 모였네요. 저만 빼고요, 하하.” 나름 겸손한 척하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어령 특유의 빠른 어투가 이어졌다.

“기라성? 그거 일본말이야. 별이 반짝이는 걸 보고 일본사람들은 ‘기라기라’라고 하지. 우리나라 말로 하자면 왜 애들이 부르는 노래 있잖아. ‘반짝반짝 작은 별.’ 잘 보라구. 하늘에서는 똑같이 빛나는 별이 땅에 내려오면 나라마다 제각기 달라져요. 일본땅에 내려오면 ‘기라기라’가 되고 영국이나 미국땅에 내려오면 ‘트윙클 트윙클’이 돼요. 물론 우리 한국땅에 내려오는 별은 ‘반짝반짝’ 빛나지.”

그렇다. 하늘에서 빛나는 별은 ‘피시스(Physis)’, 즉 물질계다. 그것이 일본땅에 내려오면 ‘기라(キラ)’가 되고, 영국, 미국 땅에 오면 ‘트윙클(twinkle)’이 된다. 물론 우리에게 오면 두말할 것 없이 ‘반짝’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어령의 프로젝트 중심이 되는 세미오시스(Semiosis), 즉 기호 상징계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별은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이슬람의 여러 국기로 내려 앉는다. 그러면 그 별은 각 나라의 체제와 법률, 그리고 사회의 여러 법규를 낳는 ‘노모스(Nomos)’가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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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호 (201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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