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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의 성서 오디세이 | 예수의 위대한 질문(21)] 십자가 위에 선 인간 예수의 마지막 부르짖음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마가복음 15장 33절) 

배철현 서울대 인문대학 종교학과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
자기를 버리는 숭고함은 신의 경지에 이르는 것 … 죽음에 스스로를 내던짐으로써 구원과 무아에 이를 수 있어
1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과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사람이 신이면서 동시에 인간일 수 있을까? 인간 안에 신성과 인성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가? 신성과 인성이 그 사람의 이중적인 인격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완벽하게 신이면서 동시에 완벽하게 인간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스도교는 2천 년 전에 팔레스타인에 존재했던 예수가 신이면서 인간이라고 가르친다. 이 가르침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가장 중요한 신비다. 이 신비에 대한 여러 해석을 담은 소설이 있다. 그리스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1955년에 이라는 소설에서 그리스도교의 핵심교리에 대한 공개적이며 인간적인 다양한 해석과 고민을 담았다. 이 교리는 그리스도교를 지탱하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버팀목이기 때문에, 아무도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거나 그 내용에 도전해서는 안 되는 금기다. 르네상스 시대 이전의 지동설이나 찰스 다윈 이전의 창조론과 같은 금과옥조였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지체 없이 이 불온한 서적을 금서로 지정했고 카잔차키스가 소속되었던 그리스정교회는 그를 출교시켰다.

30여 년 후 미국의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가 이 소설을 영화로 제작한다. 그는 이 영화가 복음서를 기초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영원한 영적인 갈등을 다뤘다고 말한다. 인간 예수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신들이 구축한 동떨어진 교리 안에서만 보도록 통제당해온 그리스도교인들에겐 충격이었다. 그리스도교 신학에서는 예수를 완전한 인간이며 완전한 신이라고 가르친다. 이것을 부인하는 것은 이단이라고 말한다. 이 영화는 완벽한 인간의 고뇌와 완벽한 신의 모습을 둘 다 담은 ‘온전한’ 영화다. 완벽한 인간의 모습에 당황한 그들은 이 영화를 신성모독이라고 낙인 찍었다. 1983년에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이들의 방해로 1988년이 돼서야 개봉한다. 완벽한 인간으로 예수는 인간의 모든 약점, 희로애락과 특히 사람으로서 모든 유혹에서 노출되었을 것이다. 예수는 신의 가장 문제적 선물인 자유의지를 가졌다. 이 영화는 그가 인간적인 유혹과 고통의 심연을 처절히 경험하고 그것을 어떻게 신적으로 극복했는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가장 신앙적이며 교리적인 영화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도 ‘인간 예수의 마지막 유혹’이 아니라 ‘신적인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이다. 영화제목 자체는 형용모순이지만, 우리처럼 발을 땅에 딛고 살았던 인간 예수의 고뇌가 그대로 담겨 있다. 예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는 네 개의 복음서에서 서로 다르게 묘사돼 있지 않은가? 자신이 신봉하는 주제에 대해 유연하지 않는 사람을 분석해보면, 사실 그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자신만을 믿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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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호 (201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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