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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영남권 최고의 여행지 13選 | 경상북도] 

‘피서의 끝판왕’ 경상북도 ... 산·강·바다 삼박자 척척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경상북도는 삼박자가 척척 맞는다. 여름 3요소라 할 산·강·바다를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심산유곡은 가슴속 묵은 때를 씻어주고, 강물은 마음까지 시원하게 적셔준다. 맑고 푸른 동해 바다는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울릉도 행남해안산책로
천하의 명당 ...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은 한반도 최동단 지역으로 영일만을 끼고 동쪽으로 쭉 뻗은 트레킹 로드다. 서쪽의 동해면과 동쪽의 호미곶면, 구룡포읍, 장기면에 걸쳐 있다. 연오랑세오녀의 터전인 청림 일월(도기야)을 시점으로 호미반도의 해안선을 따라 동해면 도구 해변과 선바우 길을 지나 구룡소를 거쳐 호미곶 해맞이 광장까지 4개 코스의 25㎞ 구간과 해파랑길 13~14코스로 연결되는 구룡포항, 양포항, 경주와의 경계인 장기면 두원리까지 전체 길이는 58㎞에 달한다. 조선 명종 때의 풍수지리학자인 격암 남사고는 한반도를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형상으로 봤다. 더불어 백두산은 호랑이 머리 중의 코이며, 호미반도는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천하 명당이라 했다. 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 작성에 앞서 국토 최동단을 결정하기 위해 호미곶과 죽변 용추곶을 놓고 각각 일곱 번이나 답사한 뒤에 호미곶을 최동단으로 정했다고 한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지리>에서 대한십경 중의 하나로 이 호미곶의 일출을 꼽았다.

피톤치드에 흠뻑 ... 경주 건천 편백나무 숲내음길


산내 방면 20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편백나무 숲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다. 숲길 입구까지 경사는 제법 있지만 차량 접근이 가능하다. 경주시 건천읍 송선리 단석산 자락에 위치한 ‘건천 편백나무 숲내음길’에 가면 피톤치드에 흠뻑 취할 수 있다. 시원스레 뻗은 줄기를 가진 편백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또 500여m의 산책로에 나무 데크가 설치돼 있어 조용히 걷기에 적합하고 정자도 2곳 마련돼 있는 만큼 휴식하며 머무를 수 있다. 연인·가족과 함께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걷다 보면 금세 한 바퀴를 돈다. 아쉬움에 숲을 음미하며 한 번 더 돌면 가슴속까지 피톤치드가 가득 찬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걷기만 해도 충분히 힐링이 된다. 평소 시간이 없어서, 일에 쫓겨서 여유를 갖지 못했던 사람들에겐 건천 편백나무 숲내음길이 안성맞춤이다. 느릿느릿 자라는 나무는 바쁜 일상을 숨가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느림의 미학을 가르쳐준다.


▎고령 지산동고분군고분가얏길

▎군위 한밤마을 돌담길
맑은 물 아름다운 산세 ... 금오산 올레길


금오지(池) 둘레 약 2.9㎞를 따라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는 코스로 구성된 금오산 올레길은 금오지의 맑은 물과 금오산의 아름다운 산세를 감상하면서 걷기 좋은 길이다. 대부분의 길이 데크로드로 만들어져 걷기 편하고, 코스 중간에는 L=190m 부교로 조성돼 있어 물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금오지 여기저기에서 물고기가 점프하는 모습과 자라가 유유히 수면 위를 헤엄쳐 가는 모습 또한 볼 수 있다. 금오산은 경북 구미시·칠곡군·김천시에 걸쳐 있는 해발 976.5m의 산이다. 산 정상은 비교적 평탄하나 산세가 높고 기이하다. 고려시대에는 자연 암벽을 이용해 축성된 길이 2㎞의 금오산성을 세웠는데, 임진왜란 때 왜적을 방어하는 요새지로 이용됐다. 해운사·약사암·금강사·법성사·대원사 등의 고찰과 고려 말기의 충신 야은 길재를 추모하기 위해 지은 채미정(採薇亭), 신라시대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수도하던 도선굴을 비롯해 명금폭포·세류폭포 등이 있다.

선비의 숨결 그대로 ... 안동 하회마을


유네스코는 2010년 당시 하회마을을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결정하는 결의문에서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이 그대로 전승되고 있는 생활공간이며, 주민들이 세대를 이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살아있는 유산(Living Heritage)’이 라고 했다.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한국의 대표적인 동성(同姓) 마을이다. 마을 입구부터 길을 따라 들어서면 한국의 옛 문화와 역사를 말해주는 고택들이 즐비하다. 큰 기와집부터 초가까지 다양한 전통 주택에서 지금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중 보물로 지정된 곳이 충효당·양진당 등 두 채, 중요민속 자료로 지정된 곳이 화경당·원지정사 등 아홉 채에 이른다. 강가 백사장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만송정이 자리하고 있고, 맞은편 절벽에는 부용대가 있다. 부용대에서 바라보는 전통 마을의 풍취는 감탄을 자아낸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등재 신청을 앞두고 있는 하회별신굿 탈놀이도 상설공연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문경 진남교반

▎경산 반곡지
퇴계 이황의 가르침이 살아 있는 곳 ... 도산서원


도산서원은 안동의 명소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이름일 것이다. 그 명성은 조선의 대표적 유학자였던 퇴계 이황의 존재감에서 비롯된다. 도산서원은 건립 후 오랫동안 성리학의 본산이자 영남 유학의 구심점으로 활약해왔다. 현재의 도산서원은 퇴계가 제자들을 가르쳤던 서당 영역과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지은 도산서원 영역으로 나뉜다. 서당은 퇴계의 인품을 반영하듯 검소하고 조용한 한편, 퇴계 사후 6년 뒤인 1576년 완공된 서원은 대학자의 권위를 설득시키려는 듯 엄숙한 풍모를 보인다. 도산서당은 퇴계 선생이 직접 설계했다고 전해진다. 방과 마루, 부엌이 모두 단칸으로 선생의 소박함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으며, 뫼 산(山) 자를 산 모양 으로 쓴 ‘도산서당’ 현판에서는 선생의 넉넉함과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의 서원’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9곳의 서원 중 유일하게 제향자가 직접 짓고 생활한 공간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원 내 나무들의 상징성과 절제의 미학은 유교의 함축적 철학관을 잘 보여준다.

서원 건축의 백미(白眉) ... 병산서원


하회마을 인근에는 조선시대 건축의 걸작이자, ‘서원 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병산서원이 있다. 낙동강의 하얀 모래밭과 하회마을 사이에 위치한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 선생을 모시는 서원이다. 고종 때 흥선대원군이 서원 철폐령을 내렸을 때도 헐리지 않고, 그대로 살아남은 47개 서원과 사당 중 하나였을 정도로 그 역사적 가치와 건축적 완성도가 높다. 입교당·만대루 등 개별 건물들의 예술적 완성도도 찬찬히 살펴봐야겠지만, 병산서원에서 무엇보다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입교당에서 바라보는 병산과 낙동강, 백일홍의 경치다. 만대루 지붕 위 시원하게 흐르는 병산의 능선, 기둥과 기둥 사이 아득하게 보이는 강의 녹색 수면 등 병산서원의 건축은 그 자체로 테두리 없는 액자가 돼 서원을 둘러싼 자연을 가두고 돋보이게 한다. 병산서원 입교당 마루에서 정면을 바라보는 일은 그토록 수려한 자연의 관람객이 되는 일이다. 사계절 언제 찾아도 아름답고 넉넉한 풍경으로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울진 등기산 스카이워크

▎의성 조문국사적지
최초의 사액서원 ... 소수서원


영주시 순흥면에 위치한 소수서원은 2019년 한국의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9개의 서원 중 가장 으뜸이 되는 대한민국 대표서원이다. 조선시대 서원은 1543년(중종 38) 풍기군수 신재(愼齋) 주세붕이 세운 백운동서원이 효시다. 주세붕 군수는 당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고려 말 성리학을 최초로 도입해 연구한 안향 선생이 젊은 시절 공부하던 옛 숙수사 터에 선생을 기리기 위한 사당을 세우고, 사당 옆에 학교를 지어 백운동서원을 창건했다. 1550년 명종은 자신이 직접 쓴 ‘소수서원(紹修書院)’ 현판을 하사했다. 이로써 국가로부터 공인받은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후 서원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향촌 교화를 통한 성리학적 이상 사회를 구현하려는 조선시대 사회·정치 이념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청송 주왕산

▎청도 청도읍성

▎영주 무섬마을


202007호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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