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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 열전] ‘한방 특성화’ 성과 거둔 변창훈 대구한의대 총장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R&D 특구 조성… 대학 살려면 지역사회와 긴밀한 상생 절실 

총장 취임 뒤 정부 재정지원 사업 1700억원 유치 성과… 한의학 바탕으로 고부가가치산업 창출하는 학과군 구축

▎3월 10일 변창훈 대구한의대 총장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의 발전 방향과 향후 계획을 제시했다. / 사진:대구한의대
대구한의대가 올해 설립 62주년을 맞았다. 대구한의대의 뿌리는 향산(香山) 변정환 박사가 1959년 4월 25일 경북 청도군에 세운 회춘의학연구소와 같은 해 12월 6일 대구시 봉산동에 세운 제한의원에 있다. 제한의원은 1970년대 세계 최초의 한방종합병원인 제한한방병원과 제한동의학술원의 모태다. 두 기관은 1980년 대구·경북 지역의 유일한 대구한의과대학 설립의 바탕이 됐고 대구·경북 지역의 한의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구한의대의 건학이념은 국민보건·인류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전문인 양성이다. 동양의학의 정수라고 불리는 한의학의 심오한 이치를 개발하고 체계화해 민족의학으로서 승화·발전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는 대구한의대는 특히 변창훈 총장 취임 뒤로 눈부신 성과를 내 주목받고 있다. 한의학 중심의 선도연구센터(MRC) 지원사업과 BK21+사업을 통해 한의학의 과학화를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한방 HAPPY AGING 사업’(지방대학특성화 사업), 아시아 최고를 표방하는 코스메디컬바이오산업 거점대학(프라임사업), 그리고 수요기반 일체형 산학협력 플랫폼 구축을 통한 한방웰니스산업 거점대학(LINC+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월간중앙이 3월 10일 대구한의대 총장실에서 변 총장을 만나 대학의 발전 방향과 향후 계획을 물었다.

인재 모아 시대 선도하는 전문인으로 양성


▎대구한의대 정문 및 제2행복기숙사 전경. / 사진:대구한의대
대구한의대가 육성하는 인재상은?

“지지(知止), 인도(仁道), 역행(力行)이 우리 대학의 교훈이다. 지지는 ‘알고 머무르다’는 뜻으로 더 힘차게 날기 위한 준비 과정을 의미한다. 우리 대학의 교육 목적인 ‘창의적 지성인’과 들어맞는다. 인도는 ‘어질게 봉사한다’는 뜻이다. 이는 모든 학문연구의 지표이며 핵(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교육 목적의 하나인 ‘건강한 인격인’과 같은 의미다. 역행은 ‘배움을 힘써 실천한다’는 의미로 ‘선도적 실천인’을 뜻한다. 결국 대학은 배움 자체도 중요하지만, 배움을 실천에 옮길 줄 아는 지행합일의 실천인을 양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장님의 교육 철학을 듣고 싶다.

“대학에 30여년 동안 몸담고 있으면서 수많은 학생을 양성하고 사회에 배출했다. 이는 국가의 미래를, 더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대학교육은 미래의 인재를 모아 시대를 선도하는 전문인으로 양성하는 것이다. 이 전문인이 사회 각 분야에서 새로운 세계를 이끄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다시금 대학교육의 바탕이 될 수 있는 교육순환의 장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결국은 지역을 발전시킬 인재를 공급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 대학교육은 지역과 함께해야 한다. 과거의 대학은 지역과 관계없이 소위 상아탑이라는 고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지금의 대학은 지역의 인재를 직접 모아서 지역사회에 필요한 전문인재로 키워내는 일이 중요하다. 즉 대학에서 양성한 인재를 지역의 여러 산업계에서 채용해 인재들이 그 지역에 머물면서 후속 세대를 양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대학이 지자체, 지역사회와 긴밀한 상생관계를 맺는 일이 매우 중요해졌다. 대학이 얼마나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고, 지역사회로부터 다시금 학문 후속 세대를 공급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느냐에 현재는 물론 대학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대구경북대학교육협의회장을 맡고 계신 것으로 안다.

“대구·경북 지역에 위치한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이 30개가 넘는다. 각자의 전문성과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학령인구 감소로 공동의 대처와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이렇듯 엄중한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제가 가진 역량을 십분 발휘할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세 가지 정도를 말할 수 있겠다. 첫째, 대학 간 협력의 극대화다. 대학 특성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학 간 중복투자의 회피, 컨소시엄을 통한 대형 국책사업 진입, 대학 간 학생의 교류와 연계전공의 활성화 등을 꼽을 수 있겠다. 둘째, 지역사회 문제에 공동으로 협력하고 대처하는 것이다. 지역 산업을 발전시켜나가는 데 있어서 지역 대학들과 지방자치단체가 손을 잡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산학협력 등에서 지역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인적·물적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한 예로 우리 대학은 경상북도, 경산시와 함께 바이오코스매틱연구개발(R&D) 특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클루엔코’(CLEWNCO)는 우리 대학과 경산시가 함께 만든 화장품 공동브랜드다. 이처럼 우리 대학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최근 한류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한 K뷰티 융복합 산업을 이끌어 한의학의 세계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글로벌코스메틱비즈니스센터가 완공돼 운영 중이다.”

인재 양성 통한 취업으로 지역 강소기업 육성에 기여


▎대구한의대가 3월 5일 LINC+사업단 상설 전시관을 개관했다. / 사진:대구한의대
3월 10일 대구한의대의 글로벌코스메틱비즈니스센터가 화장품제조업 등록과 최종 점검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국비와 지방비 등 총 228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이다. 센터는 경상북도 및 대구시 소재 약 560개(지난해 기준)의 화장품 책임 판매업자 및 중소 화장품 업체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대구한의대의 연구진이 글로벌 기업과 연계해 수출형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 한 가지는 무엇인가.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문제다. 지역 인재들의 수도권 유출을 막고 타 지역 인재를 유입하기 위해서는 각 대학마다 차별화하고 학교마다 고유의 특화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본다. 서로 유사한 학과의 남발은 문제를 더욱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연계해 성인 학습자를 재교육하는 평생학습 기관으로서 대학 기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우리 대학은 3년 전부터 성인 학습자와 재직자를 위한 성인친화형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융합대학을 만들었다.”

대구한의대는 수성캠퍼스와 삼성캠퍼스 그리고 오성캠퍼스로 나뉘어 있다. 삼성캠퍼스는 대학의 중추캠퍼스로서 대학본부와 단과대학, 그리고 대학원이 있다. 수성캠퍼스는 대구시에 소재하며 대학병원과 한의과대학이 있다. 오성캠퍼스에는 대학 특성화 분야인 바이오코스메틱 관련 학과와 산학협력단이 있다.

대구한의대는 한방 특성화 대학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분화돼 있나?

“우리 대학의 정체성은 한의학이다. 이를 근간으로 한방바이오산업 분야를 화장품·제약·식품 등에 적용한 코스메슈티컬산업과 기능성바이오산업 같은 고부가가치산업을 창출하는 학과군을 구축했다. 또한 의료·보건·생활건강 같은 셀프케어, 문화관광·생활안전·사회복지 같은 한방웰니스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아시아 최상위 대학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강소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학사구조를 한방웰니스산업 분야로 집중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특성화를 고도화하고자 한다.”

시대 변화에 맞춘 학제 개편으로 각종 지원 이끌어내


▎LINC+성과 공유회 개회사를 하는 변창훈 대구한의대 총장. 변 총장은 이러한 사업이 대학의 체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 사진:대구한의대
2021학년도에 학제개편과 사회맞춤형 학과를 신설했는데…

“미래는 사회 모든 분야의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과거와는 다른 혁신적이며 질적인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대학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미래지향적 학제개편을 단행하고 특성화된 사회맞춤형 학과를 신설하게 됐다.”

대구한의대는 재활보건대학을 포함한 1개 단과대학, 4개 학부, 1개 학과, 8개 전공을 신설했다. 신설 학부(과) 및 전공은 스마트IT융합학부의 IoT소프트웨어전공, 스마트빅데이터전공, 스마트영상애니메이션전공, 재활치료학부의 재활의료공학전공, 경영학부의 물류통상전공 등이 있다. 또 건강 및 생명존중사회 핵심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반려동물보건학과, 푸드케어학부의 약선전공, 경영학부의 의료서비스경영학전공, 아로마약리학전공 등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국고사업 유치 실적이 뛰어나다. 그 비결이 궁금하다.

“왕도가 있겠나. 절박함이다.(웃음) 13년 전부터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지 않았나. 결국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 유치를 통하지 않고서는 지금의 상황을 개선할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총장에 취임한 뒤로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 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왔다. 먼저 대학의 기초 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대학 지표를 개선시키기 위해 대학 구성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다.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대학 학제로 지속적으로 개편해 시장 수요에 맞추고자 노력했다. 이를 통해 대학특성화사업·PRIME사업·CORE사업 등 2013년 총장 취임 후부터 현재까지 1700억원이 넘는 각종 재정지원과 연구사업을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현재도 LINC+사업·대학혁신지원사업·LiFE사업 등을 통해 매년 200억원 이상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우리 대학의 체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변창훈 총장은 영남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 과정을 졸업했다. 미국 PRATT INSTITUTE 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도 취득했다. 경상북도 도시계획공동위원회 위원(2005~2008년)을 비롯해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산업단지캠퍼스조성사업 심의위원(2013~2015년)을 지냈고 현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부회장, 대구경북지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 같은 활발한 대외활동이 각종 재정지원을 이끌어낸 측면도 크다.

대구한의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대학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해 갈 수 없다. 전통적인 대면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학생지도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학생지도와 진로교육의 혁신을 통해 학생이 오고 싶은 대학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에게는 끊임없는 상담과 관심, 비교과 지도를 통해 진로와 연계하는 멘토링시스템이 필요하다. 학생지도와 멘토링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 학생이 만족하는 대학생활과 진로교육을 해나갈 생각이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104호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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