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심층취재

Home>월간중앙>특종.심층취재

[스포츠 특집] 사진으로 본 2020 도쿄올림픽 

삼복더위보다 더 뜨거웠던 스포츠 열전 17일 

미·중·일 나란히 1~3위, 한국은 金 6개로 종합순위 16위 그쳐
안산 한국 첫 하계올림픽 3관왕, 드레슬은 수영 5관왕 위업


▎한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 박상영(왼쪽)이 7월 30일 마쿠하리메세 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 결정전 마지막 라운드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 남자 에페 대표팀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단체전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기쁨을 누렸다. 박상영은 2016 리우 대회 개인전 금메달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메달을 차지했다. / 사진:연합뉴스
한여름을 달궜던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가 막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상 처음으로 대회가 1년 남짓 연기돼 치러진 2020 도쿄올림픽에는 205개 나라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선수단과 난민대표팀 등 총 206개 팀이 참가했다. 이번 대회는 미국이 금메달 39개로 종합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금메달 38개의 중국이 2위, 금메달 27개의 개최국 일본이 3위에 올랐다.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의 한국은 16위를 기록했다. 삼복더위보다 더 뜨거웠던 17일간의 열전(熱戰)을 사진을 통해 돌아봤다.

33개 종목에서 339개의 금메달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목표는 금메달 7개 이상 획득과 함께 종합 10위였다. 그러나 29개 종목 355명의 선수가 참가한 한국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를 땄다.

종합순위는 16위.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로 종합순위 8위를 차지했던 2016년 리우 대회 때와 비교하면 메달 수는 물론, 순위에서도 뒤로 밀렸다. 하지만 국민은 메달 획득에 크게 집착하지 않았다. 결과보다 과정, 순위보다 열정에 주목했다. 비록 메달 획득에 실패했더라도 최선을 다해 기량을 펼친 선수들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45년 만에 4강에 오른 여자 배구가 대표적이다. 여자 배구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졌지만, 국민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국민 기대 저버리지 않은 양궁과 펜싱


▎8월 2일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신재환이 2차 연기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번 대회 33개 정식 종목 가운데 한국이 메달을 딴 종목은 모두 8개. 양궁(금 4), 펜싱(금 1, 은 1, 동 3), 체조(금 1, 동 1)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고, 태권도(은 1, 동 2), 유도(은 1, 동 2), 사격(은 1), 배드민턴(동 1), 근대5종(동 1)은 뒤를 받쳤다.

양궁과 펜싱은 이번에도 국민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양궁은 전체 금메달 5개 가운데 4개를 싹쓸이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양궁은 혼성전을 시작으로 남녀 단체전과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궁은 올림픽 통산 금메달 수를 27개로 늘리며, 쇼트트랙(24개)을 넘어 한국 올림픽 최다 금메달 종목으로 올라섰다.

펜싱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한 한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에 버금가는 성적을 올렸다. 12개 종목 중 남녀 플뢰레 단체전을 제외한 10개 종목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출전권을 확보한 펜싱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금 3, 은 4, 동 1), 프랑스(금 2, 은 2, 동 1)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체조의 선전은 이변에 가까웠다. 신재환(제천시청)은 남자 기계체조 도마에서 금메달을 획득, 2012년 런던 대회 도마 양학선 이후 9년 만이자 한국 체조 역대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의 감격을 누렸다. ‘여홍철의 딸’로 화제를 모았던 여서정(수원시청)은 도마에서 동메달을 거머쥐며 한국 여자 체조 선수로는 첫 번째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메달과는 거리가 멀었던 육상·수영·근대5종에서는 희망의 싹을 발견했다.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이 육상 남자 높이뛰기에서 2m 35 기록으로 4위에 올랐다. 우상혁은 1997년 이진택이 세운 종전 한국 기록(2m 34)을 24년 만에 갈아치운 데 이어 한국 육상 트랙·필드 사상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종전 8위)을 작성했다.

우상혁·황선우·우하람·전웅태 새 희망으로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이 8월 1일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선에서 한국신기록 2m35㎝를 성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수영에서는 황선우(18·서울체고)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자유형 100m 아시아 신기록(47초56)과 자유형 200m 한국 신기록(1분 44초 62)을 작성한 그는 자유형 100m와 200m 결선에 진출했다. 수영 5관왕에 빛나는 케일럽 드레슬(25·미국)은 “내가 18세일 때보다 빠르다”라며 황선우를 치켜세웠다.

한국은 다이빙에서도 가능성을 봤다. 우하람(23·국민체육진흥공단)이 3m 스프링보드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4위에 오르며 3년 뒤를 기약했다. 펜싱·수영·승마·육상·사격을 한 명의 선수가 모두 소화해 내는 근대5종에서는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가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메달(동메달)을 획득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전통의 효자 종목으로 불리던 태권도·사격 그리고 금메달이 유력했던 야구와 골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태권도는 역대 최다인 6명이 출전했지만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에 만족해야 했다.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처음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우리나라가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격에서는 김민정(24·KB 국민은행)이 여자 25m 권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베테랑 진종오(42·서울특별시청)는 무관에 그쳤다. 2연패에 도전했던 야구와 여자 골프도 쓴 입맛을 다셔야 했다. 특히 베이징올림픽 때 사상 첫 전승(9승)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야구는 6개 팀 가운데 4위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수영 황제’ 대관식 치른 케일럽 드레슬


▎양궁 김제덕(왼쪽)과 안산이 7월 24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전 결승에서 네덜란드를 꺾고 금메달을 획득하자 기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돌아보면 올림픽에서는 늘 새로운 별이 뜨곤 했다. 특히 한 명이 여러 개의 메달을 목에 거는 ‘메달 수집가’는 국적을 떠나 세계 스포츠 팬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았다.

이번 대회 최다 ‘메달 수집가’는 새로운 수영 황제 케일럽 드레슬. 드레슬은 계영 400m를 시작으로 자유형 100m, 접영 100m, 400m 혼계영, 자유형 50m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드레슬은 금메달만 5개를 목에 걸었다.

특히 그는 남자 혼계영 400m 결승에선 접영(3번째 영자)으로 나서 세계신기록을 합작했고, 남자 접영 50m에서도 올림픽 기록을 경신했다. 드레슬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도 2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역대로 단일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가져간 선수는 수영의 마이클 펠프스(미국).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8관왕에 올랐다.

여자 선수로는 에마 매키언(27·호주)이 4관왕(자유형 100m, 400m 계주, 400m 혼계영, 자유형 50m)에 오르며 드레슬 못지않은 괴력을 뽐냈다. 매키언은 동메달도 3개(접영 100m와 800m 계주, 혼성 400m 혼계영)나 손에 넣으면서 이번 대회 최다 메달리스트로 기록됐다.

한국에서는 안산(20)이 양궁 여자 3관왕, 김제덕(17)이 양궁 남자 2관왕에 올랐다. 안산은 특히 한국의 하계올림픽 첫 3관왕에 오르는 신기원을 열었다. 그 밖에도 리사 캐링턴(32·뉴질랜드)이 여자 카약에서 3관왕(1인승 200m, 1인승 500m, 2인승 500m)에 올랐고, 케일리 매커운(20·호주)는 여자 수영에서 3관왕(배영 100m, 배영 200m, 400m 혼계영)을 차지했다. 자메이카의 육상 영웅 일레인 톰프슨(29)은 리우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여자 100m와 200m를 석권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금메달 부부’ 英 사이클 제이슨 케니-로라 케니


▎8월 1일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승전에서 여서정이 혼신의 힘을 다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금메달 커플’도 화제를 모았다. 영국의 사이클 스타 제이슨 케니(33)는 남자 경륜 결승에서 1위를 차지하며 개인 통산 7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의 아내 로라 케니(29) 역시 사이클 여자 매디슨에서 금메달을, 여자 단체추발에서 은메달을 땄다. 케니 부부는 모두 15개의 올림픽 메달을 수집했는데, 이 가운데 12개가 금메달이다. 두 사람은 2016 리우올림픽이 끝난 뒤 결혼했고 2017년 아들을 낳았다.

여자 레슬링에서는 가와이 리사코(27)-가와이 유카코(24) 자매가 자유형 57㎏급과 자유형 62㎏급에서 각각 금메달을 땄고, 아베 히후미(24)와 아베 우타(21) 남매는 남자 유도 66㎏급과 여자 유도 52㎏급에서 각각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대들의 잔치’ 스케이트보드에서는 최연소 관련 기록이 쏟아졌다. 니시야 모미지(일본)는 여자 스트리트에서 금메달을 따며 대회 최연소 금메달리스트(13세 330일)가 됐다. 히라키 고코나(일본)는 여자 파크에서 은메달로 최연소 메달리스트(12세 343일)의 영예를 안았다.

이사벨 베르트(52·독일)는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앤드루 호이(62·호주)는 종합마술 단체전에서 은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며 최고령 메달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대표팀의 기수 에디 알바레스(37)는 야구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역대 6번째로 동·하계 메달리스트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알바레스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은메달(남자 5000m 계주)을 땄다. 미국 여자 농구는 결승전에서 일본에 90대 75로 승리하면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7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 다시 한번 드림팀다운 위용을 과시했다.


▎7월 27일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전에서 황선우가 힘찬 출발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8월 8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배가 확정된 직후 김연경이 동료들을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우하람이 8월 3일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 다이빙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3m 스프링보드 준결승에서 입수하고 있다. / 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도쿄올림픽 남자 근대5종에 출전한 전웅태가 8월 7일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승마 경기에서 장애물을 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사이클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건 영국의 제이슨 케니(왼쪽)-로라 케니 부부. / 사진:AP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에서 올림픽 출전 사상 최고 성적을 낸 일본은 여자 농구에서도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일본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때 중국에 이어 아시아 국가로는 두 번째로 올림픽 결승에 올랐다. 8월 8일 결승전에서 공중 볼을 다투는 미국과 일본 선수. / 사진:AP 연합뉴스



▎8월 6일 아오미어반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리드 결승전 경기에서 서채현이 코스를 공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새로운 ‘수영 황제’ 케일럽 드레슬(미국). 드레슬은 2016년 리우 대회를 포함해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7개를 수집했다. / 사진:연합뉴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109호 (2021.08.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