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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2030세대 표심 변수로 떠오른 ‘이대남’ 커뮤니티 

게임하느라 바빴던 그들은 어떻게 정치권의 주목을 받게 됐나 

손준영 월간중앙 인턴기자
4·7 서울시장 보선 때 두각, 이념보다 실용 노선 따르는 특성 보여
커뮤니티 밖 동년배들 목소리 묻히고 여성 혐오 심화할까 우려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2월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20대 남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펨붕이들 안녕하세요? 이재명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2월 9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게시판에 남긴 글의 제목이다. 펨붕이는 에펨코리아 이용자들을 가리키는 은어다. 이 후보는 “여기서는 제가 너무 비호감인 것 같아 조심스럽다”면서도 “쓴소리, 단소리 뭐든 좋다. 듣고 가슴 깊이 새기고 정책에 반영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에펨코리아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으로부터 등을 돌린 이대남(20대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이 후보에게는 적진과 다를 바 없다. 해당 게시글은 이 후보가 글을 작성한지 하루도 안 돼 ‘비추천 수’ 8500개를 기록했다. 급기야 운영진은 ‘셀프 홍보’는 금지라는 원칙을 내세웠고, 이 후보는 자신의 게시글이 삭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해당 게시글의 조회 수는 100만 회에 육박해 이슈 몰이 자체는 성공했다는 것이 이 후보 측의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연일 온라인 소통으로 청년 표심 공략에 나선 것을 두고 청년층의 높은 지지를 받았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 후보는 민주당 선대위 회의에서 ‘2030 남자들이 에펨코리아에 모여서 홍(홍준표 의원)을 지지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공유한 바 있다. 홍 의원은 앞서 온라인 청년 플랫폼 ‘청년의꿈’을 개설했는데 3일 만에 사이트 조회 수 1000만 회를 달성하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또한 청년의꿈에 두 차례 방문해 “한 수 배우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이대남들의 관심사인 ‘N번방 방지법’을 ‘사전검열’이라고 규정하며 커뮤니티 공략 행보에 나섰다. 지난해 5월 입법돼 12월 10일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N번방 방지법) 개정안은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발 기류를 불러일으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자유로운 활동을 국가가 검열하려고 한다는 여론이 조성된 것이다. 이에 윤 후보는 12일 페이스북에서 “선량한 시민들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주는 법”이라며 N번방 방지법 재개정을 공약했다. 이를 두고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페이스북에 “윤 후보가 갑자기 N번방을 들고나온 이유는 ‘일베 대통령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며 윤 후보가 이대남 표심을 잡기 위해 남초 커뮤니티 주장을 대변하고 있다며 날 선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력 대선후보들이 연일 남초 커뮤니티에 주목하는 것은 2030세대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웹페이지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현재 대표적인 이대남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는 국내 사이트 접속 순위 3위에 달하고, ‘디시인사이드’는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남초 커뮤니티는 본래 스포츠, 게임, 사진 등 각종 취미와 관련된 게시판에 불과했다. 에펨코리아의 경우 ‘풋볼매니저(FM)’라는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의 게시판에서 비롯됐다. 디시인사이드도 디지털카메라(DC) 사진 갤러리(게시판)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이러한 커뮤니티들은 2000년대 이후 이용자가 점점 불어나면서 다양한 주제로 게시판들을 만들었고, 정치 게시판의 기능이 커진 대형 종합 커뮤니티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이대남 커뮤니티’는 그 세를 넓혀 급기야 대선 정국을 좌우할 정도로 정치 세력화됐다. 그들이 속속 커뮤니티에 집결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은 현실의 답답함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토로하던 이대남의 울분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20대 남성은 대부분 현역 입대 대상이거나 군 복무를 마친 지 몇 년 되지 않은 상태다. 부실 배식, 군인의 극단적 선택과 같은 사건이 터지면 동질감을 느낀 이대남은 감정적으로 동요한다. 지금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미흡한 군인 처우를 고발하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비판 일색의 댓글들이 주를 이룬다.

병역 문제와 젠더 갈등, ‘비하 발언’에 울분 삭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1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출발 국민보고회에서 남성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현 정부와 정책 자체가 여성 친화적이었던 점도 한몫했다. 문재인 정권 초기 20대 여성의 지지율은 95%(한국갤럽 2017년 7월 조사)에 달했고, 남성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묻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징병제 국민청원’과 관련해 단순히 “재미있는 이슈”라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 게 대표적이다. 남성 위주 커뮤니티에서는 기성 정치권이 자신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컸다. 자조적인 분위기 속에 남성은 여성할당제, 여성전용 시설 등으로 인해 ‘역차별’을 당한다고 주장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울분을 삭였다.

그뿐만 아니라 20대 남성에 대한 기성 정치권의 직접적인 비하성 발언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불쏘시개가 됐다. 박영선 민주당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는 지난 3월 26일 낮은 20대 여론조사 지지율과 관련해 “20대의 경우는 아직 과거의 역사에 대해서 30~40대나 50대보다는 경험 수치가 좀 낮지 않은가”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과 관련해 “남자들은 축구 보고 롤(LOL, 온라인게임) 하느라 바쁘다”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이 있을 때마다 이대남 커뮤니티는 분노했고, 동시에 더 강한 결집력이 생겨났다.

20대 남성들의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반감은 계속해서 쌓였고, 이는 결국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폭발했다. 당시 방송 3사(KBS·MBC·SBS)가 진행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 응답자의 72%가 오세훈 시장을 지지했다. 이는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인 60대 이상 고령층을 포함한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지지율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기성 정치권에서도 이대남의 표심을 사로잡을 전략을 본격적으로 마련하기 시작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대남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인했고, 주요 20대 남초 커뮤니티는 승리감에 고조된 잔치 분위기였다. 선거 직후 에펨코리아에는 “재미있는 이슈라더니 결말을 보니 어떤가”, “무시 받기만 했던 20대 남성의 승리”라는 글들이 높은 추천 수를 받으며 올라왔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이들은 담론을 더욱 적극적으로 형성해내기 시작했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분출된 에너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로 이어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영토인 ‘이대남’에 적극 호소했고 이를 기반으로 초유의 ‘0선 30대 제1야당 대표’가 선출됐다.

입증된 투표 영향력에 적극 구애 나선 대선주자들


▎20대 남성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서 홍준표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최종 경선 탈락 직후 이어진 ‘탈당러시’ 게시글들의 모습. / 사진:에펨코리아 캡처
이는 온라인 여론의 강력한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많다. 2030 남성층의 지지를 업은 이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중진들의 집중 견제를 받자,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이 펼쳐졌다. 실제로 에펨코리아에서는 당원 가입과 투표 인증 릴레이 글이 연이어 올라왔고 이는 이 대표의 당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전당대회(6월 11일) 전후 한 달 동안 새로 가입한 당원 2만3000여 명 중 40% 가량인 8958명이 30대 이하였다.

이대남 커뮤니티의 영향력은 대선 공약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대선주자들은 선택적 모병제 도입, 가상화폐 규제 유예, E스포츠 활성화 등 이대남의 주요 관심사에 대한 맞춤형 공약을 들고 나왔다. 특히 민주당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대선 공약을 위한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지난 12월 13일 “확률형 아이템의 정확한 구성 확률과 기댓값을 공개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가 하루 전인 12월 12일 디시인사이드에 남긴 게임 유저 권익 보호 글의 연장선상이다.

남초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발휘되는 분야는 군 복무제도다. 이 후보를 비롯해 심상정·안철수 후보 등이 ‘한국형 모병제’를 잇달아 공약으로 제시해 이대남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국회에서 계류 중인 이른바 ‘BTS 병역특례’도 이대남의 눈치를 보며 ‘자제론’이 펼쳐지고 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 관련 여론이 악화했을 때 지지율에 악영향이 끼칠 수 있다는 심산이다.

양강 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이대남 커뮤니티의 ‘반(反)페미니스트’ 행보에 동조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한목소리로 여성가족부의 명칭 변경을 외치고 있기도 하다. 이 후보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무고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이대남의 표심을 의식한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 후보는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반페미니스트적인 성향이 짙은 홍 의원 지지자의 글을 선대위와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한번 함께 읽어보자”고 권한 바 있다. “페미니즘을 깨야 그 속에 숨어 있는 청년문제가 보인다”, “대통령과 페미니즘 세력은 서로 숙주이자 기생충”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글이었다.

이 후보의 이러한 행보는 젠더 이슈에 민감한 정의당과의 협력을 요원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을 통해 “이 후보가 마침내 국민의힘에서 탈당하는 2030 남성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의 지지만 얻으면 여성 표 없이도 당선될 수 있다는 계산을 끝낸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이 경선 토론에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6일, 윤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회에 나와 ‘위장 당원’이 당내에 다수 존재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를 인용했다. 자료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비판 여론이 있었지만, 이미 기성 정치권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여론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에 가까웠다.

모든 20대 남성 목소리 반영하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이대남의 표심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동적이다. 이들은 특정 정당만 굳게 지지하는 ‘집토끼’가 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여야 주요 대선후보가 이대남 커뮤니티를 공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 의원의 최종 경선 탈락 직후 이어졌던 20대 남성들의 ‘탈당러시’가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지지 성향이 짙었던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노인의 힘 탈당합니다”, “20대 남자 탈당했습니다” 등의 ‘국민의힘 탈당 인증글’이 연일 수십 개씩 쏟아졌다. 개중에는 “이재명 후보를 찍어서 구세대를 정신 차리게 해야 한다”는 식의 급진적인 글도 많았다. 실용주의 노선에 따라 ‘스윙보터’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대남 커뮤니티는 실시간 이슈에 따라 민심이 계속해서 요동친다. 얼마 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인선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진 커뮤니티 이용자가 많았다.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 이모(26)씨는 “과거 성적 대상화 소설인 ‘알페스’와 흉악한 살인범 고유정을 옹호한 듯한 사람이 윤석열 후보 캠프에 영입돼 지지 철회까지 고려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변동성이 큰 이대남 커뮤니티 민심을 조종하려는 ‘밭갈기’도 자주 목격된다. 밭갈기란 온라인에서 특정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성향이 다른 커뮤니티에 ‘원정’을 가서 분란을 조장하는 글을 작성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의 ‘에펨코리아 사태’가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2030세대 여론 파악을 위해 에펨코리아와 소통하겠다며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이어 비슷한 시간 친여 성향 커뮤니티 ‘딴지일보’에 “다들(에펨코리아에) 가입해주세요! 필수입니다!”라고 적었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김 의원은 이대남의 몰매를 맞았다.

남초 커뮤니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마초 성향을 드러내며 여성 혐오 게시글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여경 무용론’의 경우도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여성이란 이유로 무조건적인 비난을 일삼은 사례다. 올해 초에는 “남초 커뮤니티 음지에서 벌어지는 ‘제2의 소라넷’ 성범죄를 고발합니다”라는 이름의 국민 청원이 올라와 23만 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이대남 커뮤니티가 모든 20대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커뮤니티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이용자보다 더 많다. 그런데도 주목도가 높다 보니 커뮤니티 여론이 20대 남성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비치기 십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관심한 류호성(27)씨는 “그런 곳에 접속해본 적도 없고, 그들과 같은 의견을 갖고 있지도 않다”며 “그럼에도 20대 남성은 모두 급진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편견이 생긴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이대남과 이대남 커뮤니티를 구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대남 커뮤니티 ‘구애’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위원(교수)은 “대선후보들이 20대 남성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응집이 잘돼 눈에 띄는 이대남 커뮤니티와 접촉하고 있다”면서도 “마초적인 성향이 짙은 이대남 커뮤니티가 20대 남성 전반을 대변하진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 손준영 월간중앙 인턴기자 storkis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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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호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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