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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점 대비 반토막 난 ‘대장코인’의 운명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 1월 26일 정오 기준 4486만원… 지난해 11월 9일의 절반 수준 그쳐
■ 전문가 “‘변동성 크니 큰돈 벌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 편향 경계해야”


▎1월 24일 안정세를 찾은 비트코인 가격이 서울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끼리 서로 소통하며 여러 루트로 투자 정보를 모으는 등 고립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사진:연합뉴스
가상화폐 시세가 지난해 12월 초순에 이어 재차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1월 26일 정오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은 4486만1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고점을 기록한 지난해 11월 9일 8247만7000원 대비 45.6% 감소한 것으로, 사실상 반토막이다. 1월 24일 4081만원까지 하락했다. 소폭 반등에 성공했지만, 혼조세가 계속되고 있다.

같은 시간 이더리움도 297만9000원을 기록했다. 12월 1일 전고점 588만4000원 대비 49.4% 하락한 수치다. 특히 이더리움은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안정적인 상승률을 보였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급락의 배경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우려와 러시아 채굴 금지 검토 등 제도권발 악재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가상화폐를 포트폴리오에 포함했던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기 전 매도에 나선 것이다. 1월 초 미 연준이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3월 테이퍼링 종료와 금리 인상, 양적 긴축 등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며 가상화폐 시장에 1차 충격이 가해졌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암호화폐 채굴과 발행, 거래 등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행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보고서에는 “암호화폐 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투기적 수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며 “은행의 투자와 루블화를 통한 암호화폐 거래를 모두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반 체베스코프 러시아 재무부 장관은 1월 25일 타스통신을 통해 “금지 대신 규제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며 거래 중단설을 부인했으나, 투자자들에게는 이미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러시아는 지난해 세계 암호화폐의 11%를 채굴하며 3위에 자리한 바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캡처
전재산 날린 뒤 ‘퇴학’…커뮤니티선 극단적 선택 ‘밈’으로

연이은 폭락 속 반등의 기미가 안 보이자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은 개인 포트폴리오를 인증하며 손실액을 공유하고 있다. 27세라고 자신을 소개한 투자자는 전역 후 모은 돈과 대출금을 모두 잃고 코인판을 떠난다는 ‘퇴학’ 인증을 올렸다. 돈을 벌었다는 제목의 게시글도 실상은 손실액이 일부 복구된 것으로, 개미 투자자들의 손해가 막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엔 극단적 선택을 언급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삐에로 사진과 함께 “어디 한번 계속 (가격) 떨어뜨려 봐라. 난 극단적 선택하면 그만이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글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에서 밈(Meme)으로 발전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커뮤니티에서 극단적 선택 언급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와 사회가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못하는 것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의 확장성이 굉장히 강력한 만큼 극단적 선택 언급이 늘어날수록 실제로 궁지에 몰려 있는 투자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베르테르 효과로 잘 알려진 모방자살은 젊은 층이 더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며 “극단적 선택이 밈으로 발전한다면 2030 청년층 비중이 높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도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SOS생명의전화. 많은 사람이 이용한 때문인지 수화기의 칠이 벗겨져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여러 루트로 정보 모으는 등 고립되지 않도록 해야”

가상화폐 급락으로 인한 젊은 층의 극단적 선택은 이미 수차례 알려진 바 있다. 2018년 1월 부산에서 투자에 실패한 20대 휴학생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지난해 4월에도 강원도 모처에서 투자 실패를 비관한 20대 남성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투자자들이 항상 유념해야 할 마음가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자신을 향한 객관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 교수는 “심리이론에서 가상화폐의 큰 변동성은 위험 요인인 동시에 강력한 중독 요인”이라며 “‘변동성이 크니 나는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편향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투자 실패 사례 중엔 자신의 판단만을 믿은 경우가 매우 많다”며 “투자자끼리 서로 소통하며 여러 루트로 투자 정보를 모으는 등 고립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19g29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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