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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윤석열 회동 일단 무산… 신구 권력 충돌하나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16일 예정됐던 청와대 회동 연기, 실무진 협의 마무리 덜된 탓인 듯
■ 김수현 청와대 대변인, 文 훈장 셀프수여 언론 보도에 SNS 통해 해명


▎3월 16일로 예정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 회동이 전격 연기되자 신구 권력이 갈등을 넘어 충돌 조짐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오찬 회동 전격 연기를 두고 신구 권력이 갈등을 넘어 충돌 조짐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현 정부 들어 동반자 관계로 출발했지만, ‘조국 사태’를 계기로 서로 등을 돌렸고, 결국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라는 대척점에 서게 됐다. 윤 당선인에게 자신의 손으로 검찰총장 임명장을 준 문 대통령으로서는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3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늘로 예정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 안 돼서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면서 “실무자 차원의 협의는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오늘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실무 차원에서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실무 협의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윤 당선인 측의 장제원 비서실장이 맡아왔다. 양측은 회동 연기 이유에 대해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실무적 협의’라는 단서를 달았다. 조만간 회동이 이뤄질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회동 당일 아침 전격 연기 발표를 두고 양측의 견해차가 작지 않았을 거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난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조국 사태’ 불거지며 문·윤 ‘공기’ 달라져

앞서 문 대통령 측과 윤 당선인 측은 윤 당선인의 민정수석 폐지 공약, 산하기관 인사 등의 사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입장차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돌아보면 한국 정치사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만큼 드라마틱한 관계는 전례가 없었다. 두 사람은 현 정부 들어 대통령과 서울중앙지검장(2017년 5월~2019년 7월), 검찰총장(2019년 7월~2021년 3월)으로 손발을 맞췄다. 특히 정부 초기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때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의 ‘날 선’ 검(檢)이었다.

2019년 7월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은 당시 두 사람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가리켜 “우리 윤 총장”이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했다.

그러나 ‘조국 사태’가 불거지며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을 둘러싼 ‘공기’가 달라졌다. 윤 당선인은 조 전 장관의 후임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도 대립을 이어갔다. 그러자 검찰총장 임명 당시 온갖 찬사를 쏟아냈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 당선인에게 십자포화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인에게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3개월 뒤인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윤 당선인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에둘러 표현했다.

지난해 3월 4일 검찰총장직에서 내려온 윤 당선인은 그해 6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더니 국민의힘 후보 선출(11월), 제20대 대통령 당선(2022년 3월) 등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는 “저의 경선 승리를 이 정권은 매우 두려워하고, 뼈아파할 것”이라며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손으로 임명장을 준 사람이 곧바로 정권 교체의 주인공으로 되돌아온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일 것”이라며 “현 정권으로서는 정권 교체 자체보다 그 주인공이 윤석열이라는 점이 가장 뼈아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퇴임을 앞두고 국내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셀프수여’한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청와대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내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 한 세트. 대한민국 상훈 홈페이지
文 대통령 내외 받는 훈장 한 세트에 1억3647만 소요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실은 이렇습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많은 언론이 ‘文(문) 대통령 부부, 퇴임 전 1억원대 무궁화대훈장 셀프수여한다’는 취지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며 “기사 제목을 보면, 마치 문 대통령이 엄청난 예산을 들여, 받지 않아도 될 훈장을 스스로 요청해 받는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수석은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우리나라 상훈법 제10조는 ‘무궁화대훈장은 우리나라의 최고 훈장으로서 대통령에게 수여하며, 대통령의 배우자, 우방 원수 및 그 배우자 또는 우리나라의 발전과 안전보장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전직 우방 원수 및 그 배우자에게도 수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수석은 또 “수여 시기도, 제1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거의 모든 대통령이 취임 초에 수여했고, 노무현·이명박 대통령만 임기 말에 수여했는데, 문 대통령은 취임 초에 수여하지 않았으니 전직 대통령 사례 등을 감안해 임기 말에 수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6월 한국조폐공사에 의뢰해 무궁화대훈장 두 세트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 대통령 내외가 역대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훈장을 셀프수여할 것이란 보도가 쏟아졌다. 무궁화대훈장에는 금·은·루비·자수정 등 보석이 사용된다. 문 대통령 내외가 받는 훈장은 한 세트에 6823만7000원으로, 총예산 1억3647만4000원이 소요된다. 제작 기간도 지난해 6월 30일부터 9월 6일까지 두 달 넘게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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