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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스페셜] 짬뽕·김치찌개·파스타… 윤석열의 메뉴로 보는 대통령들의 ‘식사 정치’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尹 연일 메뉴·식사 파트너 바꿔가며 소통·통합 메시지 발산
■ 김영삼은 칼국수, 김대중은 낙지·홍어, 박근혜는 술 대신 주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소재 식당에서 국자를 든 채로 김치찌개 한 그릇을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에게 건네고 있다. 사진 국민의힘
윤석열(62) 대통령 당선인은 178㎝의 키에 체중이 90㎏인 거구다. 적어도 1987년 직선제 이후 대통령 중에서는 윤 당선인보다 덩치가 큰 대통령은 없었다. 헌정 사상 최장신 대통령은 고(故) 최규하 대통령으로, 그의 키는 182㎝였다.

큰 덩치 때문일까. 윤 당선인은 대식가이자 미식가다. 그래서인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이후 그의 점심 메뉴는 연일 화제다.

3월 17일 윤 당선인은 김한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특별위원장, 박주선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과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아 오찬을 함께했다.

비공개 오찬이었지만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샐러드 등 음식을 놓고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은 공개됐다. 사진을 통해서 본 점심 메뉴는 파스타와 피자 등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4일 서울 남대문시장 방문 뒤 이어진 점심에서 상인회 회장의 꼬리곰탕에 후추를 뿌려주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꼬리곰탕에 후추 뿌려주기도

윤 당선인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출근 첫날이었던 지난 14일에는 코로나19피해를 본 상인을 찾아 남대문시장에서 점심으로 꼬리곰탕을 먹었다. 식사 때 윤 당선인은 상인회 회장의 꼬리곰탕에 직접 후추를 뿌려주기도 했다.

그다음 날인 15일, 윤 당선인은 경북 울진 산불 피해 현장에서 소방관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 중식당을 찾아가 짬뽕을 먹었다. 16일에는 통의동 인근 식당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철수 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등과 김치찌개로 점심을 해결했다.

당초 이날 윤 당선인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하기로 했는데, 아침에 전격 취소되자 인수위 핵심 관계자들과 ‘번개’를 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이 메일 메뉴와 식사 파트너를 바꿔 가는 것을 소통·통합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한다. 정치인, 특히 대통령의 경우 넥타이 색깔이나 드레스 코드와 함께 식사 메뉴에 담긴 함의(含意)는 절대 작지 않다.


▎집권 3년 차이던 1995년 김영삼 대통령 내외가 서울 재동초교 5학년 학생들을 청와대로 불러 함께 칼국수로 점심을 먹고 있다. 중앙포토
식사·술자리 통해 결속은 다지고 거리감은 좁히고

돌아보면 윤 당선인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은 사람들을 청와대로 불러 식사를 함께하거나 술자리를 가졌다. 이런 자리에서 대통령들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거나, 의견을 나눴다. 여당 인사들과는 결속을 다졌고, 야당 인사들과는 거리감을 좁혔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나 각종 회담 자리 등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칼국수를 내놓았다. 심지어 올림픽에 출전했던 국가대표 선수들에게까지 칼국수를 대접했다는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미식가이자 대식가였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낙지나 홍어를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김 전 대통령은 식사 자리에서 토론하는 걸 즐겼고, 때로는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1997년 대선 선거운동 기간 이동 중인 버스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는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대선후보. 중앙포토
식사 자리에서 토론 즐겼던 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은 종종 ‘폭탄주 회동’을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9년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당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에게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 사이에 폭탄주를 마신다”며 직접 보드카 폭탄주를 만들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독 삼계탕을 좋아했다. 노 전 대통령은 여름철이면 청와대 앞 삼계탕 전문점을 자주 찾았는데, 기업인들이나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이곳으로 자주 초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간에 알려진 대로 4년 임기 내내 거의 ‘혼밥’을 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던 까닭에 청와대 오찬이나 마찬 때도 주류 대신 주스가 테이블에 올라왔다.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관악구 원당 전통시장을 찾아 순댓국을 먹고 있다. 중앙포토
탈권위적 행보… 긍정적 이미지 쌓으려는 의도

문재인 대통령 역시 취임 후 ‘혼밥’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여당 인사들과의 만찬 때는 비빔밥·도미찜·갈비·콩나물국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민준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은 “윤 당선인은 지난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을 빚었을 때도 건국대 근처 맥줏집에서 회동했다”며 “최근 윤 당선인의 점심은 탈권위적 행보로 국민과의 거리감을 좁힘으로써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대 대선 때 방송에 맨 처음 내보냈던 광고 ‘욕쟁이 할머니’ 편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며 “허름한 순댓국밥집에 들른 이 전 대통령을 욕쟁이 할머니가 마구 구박하는 장면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은 서민적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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