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Home>월간중앙>투데이 포커스

‘세기의 미남’ 알랭 들롱으로 본 안락사… 편안하게 죽을 권리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태양은 가득히] 등으로 세계적 스타로 떠올라
■ 2019년 뇌졸중 수술 이후 스위스에서 시간 보내
■ 아들 앙토니 들롱에 안락사 요청, 가족들도 동의
■ 스위스 등 7개국과 미국 8개 주만에서만 허용돼


▎1959년 5월 칸 영화제 기간 프랑스 칸의 호텔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과 당시 그의 연인이던 독일 배우 로미 슈나이더. 당시 알랭 들롱의 나이 24세, 로미 슈나이더(1938~1982)의 나이 21세였다. 중앙포토
‘세기의 미남’ 알랭 들롱(87). 알랭 들롱은 영화 [태양은 가득히](1960), [한밤의 살인자](1967) 등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한국에서는 알랭 들롱보다 ‘아랑 드롱’으로 더 유명했다.

프랑스 태생인 그는 1995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곰상에 이어 2019년 칸 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1991년 프랑스 최고훈장 레지옹도뇌르 훈장의 영예를 안았다.

알랭 들롱은 젊었을 때 독일 미녀 배우인 로미 슈나이더 등과 염문을 뿌리는 등 여성 편력을 과시했지만, 결혼은 1964∼69년 여배우 나탈리 들롱과 한 것이 유일하다. 그때 얻은 아들이 앙토니 들롱(58)다.

‘만인의 연인’, ‘세기의 미남’으로 널리 알려진 알랭 들롱이 스스로 안락사를 요청하고, 아들(앙토니 들롱)도 그에 동의했다. 앙토니 들롱은 3월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아버지로부터 자신이 죽게 되면 안락사를 택할 텐데 그때 끝까지 곁에 있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그러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2019년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알랭 들롱은 이후 스위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1999년 스위스 국적을 취득한, 프랑스·스위스 이중국적자다. 스위스는 법적으로 안락사를 허용하는 나라다.

‘세기의 미남’과의 작별이 기정사실화되자 전 세계 팬들은 세월의 무상함을 탓하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알랭 들롱이 안락사를 요청한 데 이어 그의 가족들이 동의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고 있다.


▎전성기 알랭 들롱은 ‘세기의 미남’, ‘미남의 대명사’로 통했다. 한국에서는 과거 알랭 들롱보다 ‘아랑 드롱’으로 더 유명했다.중앙포토
알랭 들롱, 예전 인터뷰에서 안락사 찬성 입장

알랭 들롱은 예전 인터뷰에서 안락사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안락사는 가장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일로, 병원이나 생명 유지 장치를 거치지 않고 ‘조용히 떠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안락사(安樂死)는 글자 그대로 편안하게 죽는 걸 말한다. 법적으로 안락사는 환자의 죽음을 ‘인위적으로(적극적으로)’ 앞당기는 것이다. 영양분 공급 등을 중단하거나 의사가 직접 치명적인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말기 환자 등에 ‘죽을 권리’를 부여한다는 점은 같지만, 안락사와 존엄사는 엄연히 다르다. 존엄사는 임종을 앞둔 환자가 본인 또는 가족 동의하에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소극적) 것이다.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치료 효과 없이 임종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법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이 시행되고 있다.


▎2019년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은 알랭 들롱. 연합뉴스
적극적 안락사와 조력자살의 차이

현재 안락사는 스위스·네덜란드·캐나다·콜롬비아·룩셈부르크·벨기에 등 7개국에서만 허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콜로라도·하와이·오리건·버몬트·워싱턴·뉴저지·몬태나 등 8개 주에서만 안락사가 허용된다.

의사가 직접 치명적인 약을 주입하면 적극적 안락사, 의사가 처방한 치명적인 약물을 환자가 복용하면 ‘조력자살’에 해당한다. 2002년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적극적·직접적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룩셈부르크는 특정 말기 환자에만 적극적인 안락사를 허용했다. 독일·오스트리아는 환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 한해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