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혜 경기지사 출마로 보궐선거 지역으로 확정
■ 민주당 열세 지역인 만큼 이재명 고민 깊어진 듯
■ 안철수, 이재명 등판 여부 보고 출격 결정할 수도
▎3·9 대선에서 경쟁을 벌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분당갑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3월 2일 대선후보 TV토론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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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국민의힘 소속 아닌가. 정치 지형이 국민의당 때와는 크게 달라졌으니까 정치적 입장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차분히 생각해보겠지.”(국민의당 관계자)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정가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0.73%p 차로 석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의 맞대결 성사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두 사람이 맞붙는다면 ‘대선급’ 빅 매치가 된다.최근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당내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던 친명(친 이재명)계는 차제에 이 고문이 등판해서 원내에 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고문과 가까운 한 의원은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지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어떤 형태로든 이 고문이 정치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 송영길 전 대표도 전날 밤 CBS라디오에서 “(이 고문이) 지방선거 때 선거 지원을 하든지 보궐선거에 나오든지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는 게 맞다”며 “(대선 때) 1600만 표를 얻은 정치인을 제도권 밖에 놔둬서 그게 정국 안정이나 통합에 도움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송 전 대표는 이 고문 측의 지원을 받아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서고 있다.
▎4월 14일 한 행사장에서 만나 인사하는 송영길(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송 전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분당갑 보궐선거 출마를, 이 대표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분당갑 보궐선거 출마를 권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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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국힘 일각 ‘이재명·안철수 등판론’ 제기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은 4월 30일 확정된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의원이 그날까지 사퇴해야 6월 1일 함께 보궐선거를 치를 수 있다.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함에 따라 분당갑은 사실상 보궐선거 지역으로 확정됐다.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등록일은 5월 12∼13일.만일 이 고문이 분당갑에 등판한다면 국민의힘에서는 안철수 위원장 카드로 맞불을 놓겠다는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이 고문의 출마로 지방선거가 ‘윤석열 vs 이재명’ 구도로 확전되는 걸 막으려면 거물급 인사를 출격시켜 제대로 맞불을 놓아야 한다는 논리다.이에 안 위원장을 후보로 추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안 위원장은 중도 표심을 품을 수 있는 데다, 그가 출격할 경우 공동정부의 한 축이라는 상징성도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라디오에서 “(안철수 위원장) 본인이 출마 의지를 밝힌다면 당내에서 많은 분이 모여 돕는 과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2020년 제21대 총선부터 ‘직접 출마’와 선을 그어온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선 제가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할 생각”이라며 말을 아꼈다. 발언의 행간에서 ‘고민 중’이라는 세 글자가 읽힌다. 그러나 이 고문의 출마가 확정되고, 국민의힘에서 추대 분위기가 무르익는다면 안 위원장으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거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소수 정당인 국민의당을 이끌고 국민의힘과 합당한 안 위원장 입장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임무를 마치고 나면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다. 소수파 수장인 데다 원외(院外) 신분으로 거대 정당의 헤게모니를 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안 위원장은 내년 6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전직 국민의힘 3선 의원은 “천하의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2008년) 원외 신분일 때는 당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영(令)이 잘 서지 않더라”며 “호랑이 굴로 들어온 안 위원장으로서는 원내에 복귀하는 게 향후 정치 행보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상황을 종합해보면 이재명 vs 안철수 빅 매치의 성사 관건은 이 고문의 ‘결심’이라 할 수 있다. 이 고문으로서는 분당갑 승리를 통해 원내에 진입할 경우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획득 확률도 그만큼 높일 수 있다. ‘대선 낙선→당권 획득→대선 재수 & 당선’으로 이어졌던 문재인 대통령의 ‘길’을 그려볼 만하다.
▎제1기 신도시 중 하나인 성남시 분당구. 정치적으로 분당구는 전통적으로 국민의힘 당세가 강한 곳이다. 그러나 분당 중에서도 분당을은 2016년에 이어 2020년에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병욱 후보가 잇달아 당선됐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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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대선에서 분당갑 윤석열 4만여 표차 승리반면 낙선한다면 정치적 치명상을 면키 어렵다. 현재 민주당은 친문과 친명, 즉 구주류와 신주류 간의 알력 다툼이 치열하다. 서울시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한쪽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 고문이 보궐선거에 출마했다가 패한다면 친명계로서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이 고문의 고민 지점도 여기에 있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국민의힘 당세(黨勢)가 강한 지역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분당에서 18만3094표를 얻어 14만966표에 그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4만여 표차로 따돌렸다. 2년 전 총선에서는 김은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후보가 분당갑에서 김병관 민주당 후보에 1129표차로 승리했다.국민의힘 관계자는 “안철수 위원장으로서는 민주당의 분당갑 출전 선수가 누구인지 지켜보면서 출마 여부를 결정할 공산이 크다”며 “이재명 고문으로서는 분당갑이 당 약세 지역이라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