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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기업] 커지는 거시경제 불확실성 속 안정성 돋보이는 SK㈜ 

SK㈜ 보유 비상장 자회사 실적 견조한 상승세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SK E&S, 도시가스·전력 사업 호조 속 실적 ‘고공 행진’
SK㈜ 첨단소재 사업 투자지분가치도 6년간 10배 ‘껑충’


▎SK실트론CSS에서 생산하는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 사진:SK㈜
미·중 갈등에 전쟁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 가운데 시장 일부 참여자들은 SK㈜가 갖춘 안정성에 주목하고 있다. 2015년 통합지주사로 출범한 SK㈜는 여타와 다르지 않은 ‘사업형 지주사’가 될 것이란 시장 예상과 달리 2017년부터 ‘투자형 지주사’를 표방하며 다른 길을 걷고 있다. SK㈜는 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등 4개 투자센터로 조직을 정비하고 SK그룹의 미래 영역 투자를 선도하는 모습이다.

SK㈜는 지난 10월 16일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핵심 비상장 자회사인 SK E&S 사업 성장 현황과 향후 전략 방향성을 설명했다. 9월 13일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명회를 기관투자가들까지 확대한 것이다. 투자자 이해를 높여 기업 가치를 바르게 평가받겠다는 의지다.

전력(발전)·LNG·수소 사업을 담당하는 SK㈜ 자회사 SK E&S는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모회사 SK㈜의 기업가치에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SK E&S는 2021년부터 3년간 총 1조3000억원 이상을 SK㈜에 배당한 ‘효자’다.

SK E&S 신성장 동력 수소 사업 성과 앞둬


▎ 사진:SK㈜
SK E&S는 도시가스와 전력 사업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11조2489억원, 영업이익 1조4191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SK그룹 전체 영업이익 중 차지하는 비중이 SK이노베이션(40.0%), SK텔레콤(16.4%)에 이어 셋째(14.5%)로 컸다.

특히 도시가스 사업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22.3%)의 압도적 지위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2조9682억원(전년 동기 대비 22.5% 증가)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전력 사업은 지난해부터 4개월(2022년 12월, 2023년 1·2·4월)에 걸쳐 실시된 전력도매단가(SMP) 상한제 등 영향이 일시적으로 반영됐다. 이후 7월 여주 발전소가 신규 가동에 들어가면서 발전설비 총용량이 5기가와트(GW)로 늘어나는 등 하반기부터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SMP 상한제도 12월 일몰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큰 상태다.

하남열병합발전소와 부산정관에너지 등 일부 열병합발전소를 제외한 SK E&S 산하 모든 발전소가 회사가 직도입하는 낮은 단가의 LNG를 원료로 사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전력 생산단가가 낮아 급전순위와 이익률이 높다는 증권가의 분석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SK E&S의 2분기 영업이익 2470억원은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고, 이러한 추세가 3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발전설비 용량이 여주 발전소 가동으로 약 28% 확장됐고, SK하이닉스 이천과 청주의 LNG 유통까지 더해져 내년 SK E&S의 영업이익이 1조원을 상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SK E&S가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수소 사업도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SK E&S는 SK인천석유화학 부지에 건설하는 세계 최대 규모(연산 3만t) 액화수소 플랜트 상업운전을 올 4분기부터 시작한다. 플랜트에서 생산된 액화수소는 SK E&S가 구축할 40여개 액화수소 충전소에 공급된다. 2026년부터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들여오는 LNG를 수소로 개질한 ‘블루수소’를 연 25만t씩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탄소는 CCS(탄소 포집·저장) 기술을 적용해 친환경적으로 제거된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수소 전문기업 美 플러그파워와 합작법인 ‘SK 플러그 하이버스(SK Plug Hyverse)’를 통해 수소 연료전지와 수전해설비의 대량 생산 채비를 갖추는 등 ‘그린수소’ 시대에도 대비하고 있다.

SK E&S는 향후 수소 연료전지, 혼소 발전을 비롯해 수소차, 드론 등 모빌리티 분야로 블루수소 활용처를 확대해 국내 청정수소 생태계 구축을 조기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션 리(Sean Lee) 씨티증권 연구원은 “SK㈜의 주력 비상장 자회사인 SK E&S가 펀더멘털과 실적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나타냈다”며 “이는 자사의 견고한 LNG 밸류체인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션 리 연구원은 또 “SK E&S의 호실적이 SK㈜의 NAV(순자산가치) 할인율 확대를 막는 촉매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 상승으로 찐 LNG기업의 히든밸류 레벨업’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SK E&S의 실적 개선 전망을 주요 근거로 SK㈜의 목표주가를 24만원으로 제시했다.

SK㈜ 첨단소재 사업 분야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SK㈜ 첨단소재 사업 분야의 투자지분가치는 2016년 말 1조원 수준에서 2022년 말 약 11조원으로 6년 동안 무려 10배 이상 증가했다.

SK㈜ 첨단소재 사업의 시작은 2015년 반도체 특수가스 생산기업인 SK㈜머티리얼즈와 2016년 실리콘 반도체 웨이퍼 생산기업 SK실트론 경영권을 인수하면서부터다. SK㈜는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을 인수한 후 그룹이 보유한 제조 및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공정 개선 등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했다. 아울러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고객을 확장하는 등 시너지를 창출하는데 성공했다. 단일 품목이 가져올 수 있는 업황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다수의 볼트온(Bolt-on)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핵심 소재사업 모두 갖춘 세계 유일 기업 SK㈜


▎SK㈜는 지난 3월 미국 개인간 차량공유 플랫폼 1위 기업 ‘투로’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해 투자 원금 대비 약 121% 수익률을 달성했다. / 사진:투로 홈페이지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특수가스 사업을 시작으로 반도체 프리커서(SK트리켐), 산업가스(SK에어플러스), 식각가스(SK레조낙), 반도체 포토 소재(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성장성 높은 반도체 소재 영역으로 확장을 지속했다.

SK실트론은 신규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2020년 미국 듀폰(DuPont)의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현 SK실트론CSS)을 인수했다. 이후 미국 미시건주 베이시티에 신규 공장을 증설하면서 전기차 시대에 폭발적 수요가 예상되는 전력반도체용 SiC웨이퍼 사업의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

SK㈜머티리얼즈 CIC(Company-In-Company)는 올 2분기 매출 302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830억원을 기록했다. 전방 산업 업황 하락으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다소 감소(매출-19%, EBITDA -39%)했지만, D램 중심의 업황 회복과 차세대 제품 판매 확대로 실적 턴 어라운드가 기대된다.

SK실트론은 2분기 매출 4920억원, EBITDA 1580억원을 기록했다. 전력비 상승 부담과 고객사 감산 등 이유로, SK㈜머티리얼즈 CIC와 마찬가지로 외형과 수익성이 다소 감소(매출 -18%, EBITDA -37%)했다. 다만, 장기계약 기반의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내 생산공장 증설로 SiC웨이퍼 생산 능력이 2배가량 확대 되면서 상반기 대비 하반기 2배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양택 SK㈜ 첨단소재투자센터장은 “SK㈜는 반도체와 전력반도체, 배터리 분야 핵심 소재 사업을 모두 갖춘 유일한 글로벌 기업으로서 고성장 소재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며 “고객·기술 관점의 SK만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미래 기술혁신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 있어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빌리티(Mobility) 영역에서의 약진도 눈에 띈다. SK㈜는 지난 3월 미국 개인간(P2P: Peer-topeer) 차량공유 플랫폼 1위 기업 ‘투로(Turo)’ 보유 지분 전량을 6750만 달러(약 881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를 종결했다. SK㈜는 이를 통해 투자 원금 3500만 달러(당시 약 398억원) 대비 약 121% 수익률(원화 기준)을 달성했다. 투로는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돼 현재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1만여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 P2P 차량공유 플랫폼 기업이다. 투로는 회사가 소유한 차량을 빌려 쓰는 B2C(Business to Customer) 차량공유 모델과 달리 개인이 소유한 차량을 공유하는 방식을 통해 기존 렌터카 대비 낮은 가격과 인수·반납 등 절차가 간편하다는 서비스 차별화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투로’, 쏘카’ 등 매각…투자 성과와 선순환 속도

SK㈜는 지난 8월에는 국내 최대 카셰어링 업체 ‘쏘카(SOCAR)’ 지분 17.9% 전량을 ‘롯데렌탈’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 금액은 최소 1321억원, 최대 1462억원 규모로, 내년 9월 주식 매매계약이 완료될 예정이다. SK㈜는 쏘카 매각을 통해 약 400억원 가량의 차익을 실현할 예정이다. SK㈜는 투로 지분 매각에 이어 이번 쏘카 지분 매각으로 카셰어링 분야 초기 진입 사업자로서 투자성과를 창출했다. 동시에 모빌리티 선진 시장·서비스에서 축적한 역량을 기반으로 전동화(electrification), 자율주행 등 새롭게 떠오른 분야에서의 성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SK㈜에서 모빌리티 영역을 담당하는 유경상 디지털 투자센터장은 “기존 포트폴리오의 성공적 매각으로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투자선순환을 가속화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기업가치 증대에 힘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최근 IB업계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SK㈜가 2대 주주 지위를 보유한 중국 동박 제조 1위 기업 왓슨(론디안왓슨뉴에너지테크) 보유 지분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왓슨은 배터리 음극 집전체로 사용되는 동박을 생산하는 업체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SK㈜는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약 3800억원을 왓슨에 투자해 약 30% 지분을 확보했다. 현재 업계가 추정하는 왓슨의 기업가치는 4~5조원 수준으로, SK㈜ 보유지분 30% 가치도 1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분 매각이 성사될 경우 SK㈜는 투자 4년여 만에 약 3배 수익률을 달성하게 된다.

최관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SK㈜의 연 초 대비 최근 순자산가치(NAV)는 2조4000억원 증가했지만, 시가총액은 3조3000억원 감소하는 등 올해 SK㈜ 주가 낙폭이 과도하다는 판단”이라며 “(왓슨 매각을 통해 SK㈜의) 의미 있는 NAV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현 주가에서 추가적 주가 상승여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하며 목표 주가를 26만원으로 제시했다.

SK㈜는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2월, 5월, 9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각각 3900억원, 6000억원, 4100억원 등 총 1조4000억원의 회사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이후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세 번의 수요예측에서 각각 1조4000억원, 1조7000억원, 1조4200억원 등 모두 조 단위 주문액을 기록했다. 기업신용평가와 채권에서 모두 ‘AA+/안정적(Stable)’ 등급(NICE신용평가)을 유지하고 있는 SK㈜는 AA급 우량채 중에서도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채무 부담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장기) 회사채 발행을 통해 차입금 구조를 장기화해 재무 건전성에 일조하는 전략도 고려됐다”며 “투자 전문회사로서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에 대해 좋은 조건이라면 추가적인 매각 협상을 추진하는 등 투자 선순환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311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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