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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화제] ‘새로운 한미’ 이끄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탄탄한 매출 기반 ‘투자 선순환’ 전략 지속”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매출의 상당 부분을 혁신신약 개발 R&D에 집중 투자해 성과 거둬
“지난 50년은 선대 회장의 기록, 새 50년은 한미 구성원이 써갈 것”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지난 50년의 한미 역사가 창업자 임성기 선대 회장의 기록이었다면, 이제부터 시작될 새로운 50년은 한미 구성원들이 오롯이 써내려갈 역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 사진:한미그룹
새로운 50년을 준비 중인 한미그룹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재현 제조본부장(부사장)을 한미약품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박재현(55) 대표이사는 1993년 한미약품 제제연구센터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의약품 연구개발과 품질관리 및 생산 총괄 등의 직무를 수행했다. 한미약품 팔탄공장 공장장 등을 역임했다. 박 대표는 “지난 50년의 한미 역사가 창업자 임성기 선대 회장의 기록이었다면, 이제부터 시작될 새로운 50년은 한미 구성원들이 오롯이 써내려갈 역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6개월이 지났다. 그간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창립 50주년을 맞은 2023년은 ‘새로운 한미’로 변신하기 위한 과감한 결단과 준비의 시간이었다. 한미의 DNA를 다시 각인하고, 급변하는 헬스케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심층적 전략 검토가 이뤄졌다. 각 부문별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실행 단계로 끌어올렸다. 그동안 한미가 수면 아래에서 치밀히 준비해 왔던 새 모달리티의 비전이 올해를 기점으로 구체화될 것이다.”

한미약품이 올해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나온다. 비결이 뭔가?

“한미약품은 2018년부터 5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매출 1위’를 달성했고, 올해도 타이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성과는 외부 도입 위주의 ‘상품 매출’이 아닌, 경쟁력 있는 자체 개발 제품을 통해 이뤄낸 ‘제품 매출’이 대부분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작년 한 해 동안 100억원 이상 처방 매출을 달성한 ‘블록버스터’ 제품 18종을 배출했는데, 이 중 17종이 한미가 자체 개발한 제품이다. 특히,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은 지난해 1403억원의 처방 매출을 달성해 한국 제약사가 독자 개발한 단일 복합 신약으로는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또 한국 고혈압 치료제 전체 시장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아모잘탄패밀리(고혈압 치료제 제품군)’는 2021년 12월 기준 누적 처방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기념비적 기록을 세웠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매출의 상당 부분을 혁신신약 개발 R&D에 집중 투자하면서 탄탄한 매출 기반의 투자 선순환 모델을 조기에 구축했다. R&D와 특허전략, 독창적인 제제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한 템포 빠르게 시장에 출시하고, 이를 통해 얻은 캐시카우를 R&D에 다시 집중 투자하는 한미만의 방식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 나가는 핵심 동력이다.”

최근 미국에서 롤론티스 성과는 어떤가?

“‘롤론티스’의 미국 브랜드 ‘롤베돈’은 지난해 9월 미국식품의약국(FDA) 시판허가 승인 직후 현지 전역에 출시됐다. 롤베돈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에 ‘신약’의 지위로서 출시된 유일한 제품이다. 출시 3개월 만에 현지에서 1011만4000달러(약 1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1560만 달러(약 208억원), 2분기 2100만 달러(약 280억원)의 매출을 꾸준히 기록하는 등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미약품 미국 파트너사 스펙트럼이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환자에게 차별화된 제품을 제공하는 비대면 세일즈 마케팅 전문 제약사 ‘어썰티오(Assertio)’에 인수되면서 롤베돈의 장기적 성장 기반도 마련됐다.”

“자체 개발 NASH 치료제 해외 기술 수출 기대”


▎한미약품 바이오 분야 연구원들이 제조 공정에 관한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 / 사진:한미그룹
개발 중인 신약 중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확률이 높은 품목이 뭔지도 궁금하다.

“한미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롤베돈의 성공적인 상용화 이후 같은 기술을 적용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들의 개발에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미국 MSD가 개발 중인 ‘에피노페그듀타이드(랩스듀얼아고니스트)’는 성공적인 글로벌 2a상을 마치고, 2b상에 빠르게 진입했다. 한미가 NASH 치료제로 자체 개발 중인 지속형 삼중작용제 ‘에포시페그듀타이드(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 역시 순항 중이다. 다른 파이프라인 대비 NASH 치료 효과의 핵심인 ‘간 섬유화’를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효능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또 다른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도 기대된다. 난치성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에서도 속도감 있게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희귀질환 분야 치료제 개발은 창업주 임성기 선대 회장님께서 ‘제약회사의 존재 이유, 사명과 같은 일’이라고 단언할 정도로 한미가 책임감을 가지고 개발해 나가는 분야다. 단장증후군,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가 발표한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는 뭔가?

“한미의 신약 R&D 열정을 더욱 크게 해줄 야심찬 프로그램이다. 비만 영역을 한미의 새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인데, H.O.P에 포함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국 제약사가 최초 개발해 상용화까지 이뤄내는 첫째 ‘지속형 GLP-1’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사노피가 글로벌 3상까지 진행한 후보물질로, 명성 높은 국제 학술지 NEJM(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에도 우수한 효능이 등재된 바 있다. ‘경제적인 한국인 맞춤형 GLP-1’으로 향후 2~3년 내 상용화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비만 치료제만 개발하는 조직을 별도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유는?

“비만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기보다는 비만이 모든 대사질환 유발에 관여하는 강력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비만을 포함한 대사질환 분야 치료제 발굴과 개발에 독보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는 회사다. 특히 세계적 열풍이 불고 있는 ‘GLP-1’에 대해서는 글로벌 수준의 개발 능력과 임상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에페글레나타이드, 에피노페그듀타이드, 에포시페그듀타이드 모두 GLP-1에서 시작된 물질들이다. 매우 높은 약값이 책정돼 있으면서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는 상황에서 한미가 분명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발표한 H.O.P는 비만 치료와 관리, 예방에 이르는 전 주기적 관점에서 맞춤형으로 기획한 포트폴리오다. 한국인 체형에 적합한 GLP-1에서부터 랩스커버리를 능가하는 새로운 지속형 플랫폼이 적용된 LA-GLP/GIP/GCG, GLP-1 투약 시 빈번히 나타날 수 있는 근육량 손실이나 요요 현상 등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치료제, 섭식 장애 치료제, 환자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비만 관리와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 등으로 구성돼 있고, 포트폴리오는 더욱 확장할 수 있다.”

한미의 독자 플랫폼 기술로 랩스커버리와 팬텀바디 등이 거론된다. 이외에 AI 신약개발 등 다른 플랫폼으론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하다.

“한미약품은 기존 ‘랩스커버리’ 기반 지속형 바이오신약 R&D 성과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지속형 플랫폼도 완성 단계에 돌입했다. 앞서 언급한 H.O.P에 포함된 LA-GLP/GIP/GCG가 대표적이다. 또 기존의 역량을 바탕으로 한미가 더 잘할 수 있는 새로운 모달리티에 대한 비전 수립도 마쳤다. 세포·유전자(Cell&Gene) 치료제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항암백신, 표적 단백질 분해(TPD) 약물 등이다. 시간표는 2032년에 맞춰져 있다. 향후 10년 동안 개발 중인 신약들의 상용화를 추진하면서 이를 통해 얻는 R&D 역량을 새로운 모달리티에 집중할 계획이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올해, 10년 후의 한미, 나아가 100년 후의 한미를 그려 나가고 있다는 데 주목해 달라.”

AI·빅데이터 등 디지털분야 M&A도 추진

파트너사들과의 협업 진행 상황은 어떤가?

“갈수록 공고해지고 결과도 구체화하고 있다. MSD, 제넨텍, 앱토즈, 어썰티오, 어퍼메드 등 경쟁력 있는 회사들과 진행 중인 신약 과제들 모두 순항 중이다. 이들 외에도 현재 단계에서는 공개할 수 없는 다양한 새로운 파트너사들과 희귀질환, 대사질환, 항암 연구 분야에서 다각적 협업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미의 신약개발 역량을 토대로 구축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비즈니스도 글로벌 파트너링 요청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R&D에 투입되는 금액이 연간 얼마 정도나 되는지도 궁금하다.

“한미약품은 매출 대비 15~20%대 R&D 투자 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1년간 써야 할 R&D 액수를 정해 두고 투자하는 회사는 아니다. 액수가 정해지면 타성에 젖는 연구, 루틴 업무로서 진행되는 연구들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남는 연구비를 소진하기 위해 수행되는 연구’를 경계한다. 10년 이상 소요되는 신약 임상은 진행이 고도화할수록 투자액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단순히 1년간 투자되는 R&D 비용 액수 자체가 특정 기업의 R&D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 한미약품이 최근 10여 년간 신약개발 연구 및 바이오, 합성신약 등 제품 상용화에 필수적인 생산시설에 투자한 누적 금액만 3조원에 달한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고 싶다.”

혹시 M&A 시장에도 관심을 두고 계신가?

“물론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디지털 분야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AI를 활용해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헬스케어 시장 전반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역량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미의 새로운 모달리티로 제시한 세포유전자 치료제, mRNA, TPD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회사에 대한 투자는 물론 기술 이전에 대한 검토도 이뤄지고 있다.”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한미그룹은 2032년까지 그룹사 합산 매출 5조원에 도전한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한미약품의 몫이다. 한미약품이 가진 제제기술 역량과 경쟁력 있는 신제품들, 그리고 신약 성과 등이 결합하면 한미약품만으로도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311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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