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후보자 자료 제출 놓고 공방
野, 신상발언 기회 안주자 전원 퇴장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박민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과방위원장의 의사진행 방식에 대해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한 지 한 시간여 만에 파행을 빚었다. 자료 제출 여부를 두고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다 집단 퇴장하면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7일 국회 본청에서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청문회 시작부터 야당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가 쏟아졌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자가 외부고문을 맡은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와 관련한 자문계약서와 정세분석보고서를 비롯해 후보자와 배우자의 금융거래내역, 후보자가 회장을 지낸 법조언론인클럽의 회계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고 의원은 또 후보자의 외환거래내역과 종합소득세신고서, 증여세 납세증명서, 후보자 청탁금지법 의혹과 관련한 국민권익위원회 통화내역 등도 제출하라고 했다.

같은 당 정필모 의원은 "후보자 소득증빙자료가 제출되지 않아서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며 "소득을 증빙할 수 있는 금융거래 내역, 세금 납부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장제원 과방위원장은 야당에 자료 목록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은 "낼 수 있는 자료는 내야겠지만 이렇게 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 간사 조승래 의원이 "지금 청문위원들이 자료 제출이 잘 되지 않아서 청문회 준비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니냐"며 신경전이 불거졌다. 조 의원은 "후보자 본인이 정보 제공에 동의하겠다고 의사표현만 하면 오전 중 다 확보 가능한 자료이니 위원장이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의사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장 위원장이 "자료 제출과 관련해선 가족들을 설득할 일이 있으면 설득을 해서라도 오전 중 자료를 제출하고, 안 된다면 왜 안 되는지 명확하게 해서 답변을 달라"고 하면서 사태가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고 의원의 질의 차례에서 공방이 재점화됐다. 고 의원은 신상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장 위원장은 신상 발언을 줄 수 없다고 맞받았다. 고 의원은 "위원장이 하라고 하면 해야 하는가. 위원장 갑질"이라며 "위원장은 청문위원 권리를 보호해주기는커녕 청문위원을 매도하고 있다. 굉장히 유감이고 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장 위원장은 "세상에 위원장을 상대로 청문회 하는 것도 처음 본다"며 "위원장 자격을 고민정 위원이 정하는가. 민주당이 요구하는 자료도 위원장이 다 받아줘야 하고, 입맛에 맞는 후보자 답변도 내가 받아줘야 하는가"라고 반박했다.

야당 의원들은 고 의원의 신상발언 기회를 장 위원장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제히 퇴장했다. 여당 의원들과 박완주 무소속 의원만 남아 청문회가 이어졌지만, 야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다시 입장해 ‘편파 운영’이라며 항의하면서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오갔다. 결국 인사청문회는 시작한 지 1시간 20분 만인 오전 11시 20분께 정회했다.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