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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변호사이기 전에 구조자의 심정으로"...안준형 변호사의 특급 조언
'단약' 결심한 마약 투약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길라잡이이자 해답서


▎마약 사건 전문 변호사인 저자는 마약 투약자를 처벌·격리의 대상으로만 바라봐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사진 세이코리아.
마약사건은 시작부터 편견과 억측, 비난이 함께한다. 유명 연예인의 마약 투약 사건은 언론에 대서특필된다. 수사기관이 공을 다투는 동안 무죄추정의 원칙은 유명무실해지고, 없는 일조차 부풀려져 자극적인 기사로 와전된다. 마약 사건 전문 변호사인 저자 안준형이 누구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마약사범에게 손을 건넨 이유다. 저자는 마약사범에게 귀를 기울여야 그들이 재활과 단약을 통해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저자도 마약에 한 번 손을 댄 이들이 단약을 하기란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을 안다. 초범으로 저자를 찾아온 의뢰인들 중 상당수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어찌할 줄 몰라하던 의뢰인의 가족들도 범행이 반복되자 서서히 가족을 '포기'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마약의 끝은 정해져 있다. 투약이 이어져 몸이 망가진다면 신체적 자살이고, 아직 거기에 이르지 않았다면 사회적 자살 중이다. 나는 구조자의 심정으로 마약 투약자들을 본다"라고 강조한다. 즉, 저자는 변호사이기 전에 구조자의 심정으로 의뢰인을 대한다는 것이다.

'처벌'에서 '치료'로 인식 바꿔야

저자를 찾아온 의뢰인 중에는 유독 안타까운 이들도 있었다. 필로폰에 중독된 의뢰인이 대표적이다. 단약을 결심한 직후 온 가족과 함께 단약·재활에 나선 의뢰인은 산책은 물론 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하는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나갔다. 가족들도, 의뢰인도 평화로운 일상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의뢰인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유서도 없었고, 아무런 낌새도 없었다. 의뢰인이 사고 당일에도 가족들과 평범하게 저녁식사를 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했다. 성공리에 단약·재활을 이어가던 의뢰인의 갑작스러운 이별에 저자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저자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약을 끊는 과정이 그녀에게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것일까. 그녀가 필로폰을 끊었다는 사실에 주변 사람들 모두가 기뻐하고 안도했지만, 단약 과정에서 그녀가 감당했던 고통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가족의 슬픔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당시 나는 한없이 허무했고, 비통했다"라고 회고했다.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는 마약 사건 전문 변호사인 저자의 경험을 담은 책이다. 저자의 의뢰인은 한번 실수를 저지른 이후 단약을 다짐했지만 실패한 의뢰인, 수감생활을 통해 진정한 '마약쟁이'가 된 의뢰인, 마약을 끊지 못해 결국 죽음에 이른 의뢰인 등 다양하다. 저자는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닌 대한민국이 마약 투약자들을 바라보는 인식을 기존 '처벌'에서 '치료'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마약사범과의 관계를 단순 '변호사-의뢰인'의 관계로 여기지 않는다. 마약 투약자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 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낸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원칙 하에 의뢰인을 대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마약 사건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죄보다 사람을 더 미워하는 것이다. 그게 내 가족 중 한 사람이면 더욱 그렇다. 마약 투약자를 자식으로 둔 부모는 어떤 태도로 자식을 대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저자는 마약 투약자 가족들에게도 위로를 건넨다. 마약 투약자의 가족으로 사는 경험은 처음이기에, 모든 것이 서툴고 두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 혼란스러울 마약 투약자 가족들에게 저자는 자신의 의뢰인이 법정 최후 진술에서 했던 말 한마디를 들려준다. "저를 포기하지 않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이 한마디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

안준형 지음 세이코리아 1만8800원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kim.tae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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