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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빨간불 들어온 중국 경제, 비상구가 안 보인다 

통계 마사지로도 가릴 수 없는 침체, 썰물처럼 떠나는 외국인 투자와 인력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부동산 경기와 소비부진, 지방 정부 부채 증가, 청년 실업률 급등 겹악재 포위
경제난으로 반체제 시위도 크게 늘어…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 최대 위기 직면


▎중국 충칭에서 열린 취업박람회 현장.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수록 청년 취업난은 사회 불안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중국에선 버블티가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음료라는 말이 있다. 버블티는 차나 주스 등에 쫀득한 식감의 타피오카를 넣은 음료를 말한다. 젊은이들이 이 음료를 선호하자 버블티를 맛보고 품평하는 전문 인플루언서까지 등장했다. 버블티 제조업체들은 25~40위안(약 4700~7500원)의 버블티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해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렸다. 그런데 올해 들어 경기침체가 갈수록 악화하자 지갑이 얄팍해진 중국 젊은이들이 더 이상 비싼 버블티를 마시지 않고 있다. 결국 버블티 업체들은 8~9위안짜리 제품을 내놓는 등 초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젊은이들은 미쉐빙청(蜜雪氷城) 같은 저가 브랜드 매장을 찾고 있다. 미쉐빙청은 5위안(약 1000원)짜리 밀크티로 유명한 브랜드다.

경기 침체에 따른 극심한 소비 부진으로 중국의 식음료 등 요식업계가 줄줄이 도산하거나 저가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월급 삭감, 해고 광풍 속에 중장년층은 섣불리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지 못하고, 사상 최악의 청년 취업난으로 젊은이들은 쓸 돈조차 없다. 중국 기업정보 플랫폼 톈옌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중국에서 식음료 매장 105만6000곳이 폐점해 지난해 전체 폐업 건수(135만9000곳)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상하이에 본점을 둔 중국 고급 레스토랑 체인 신룽지(新榮記)는 최근 베이징 금융 중심가 지점을 폐쇄했다. 신룽지는 중국에서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유일한 식당이다. 일반 객단가는 800위안(약 15만원) 정도인데, 최근 398위안(약 7만원)짜리 할인 세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 세트는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가난뱅이 세트(窮鬼套餐)’로 불린다. 유명 레스토랑 티아고도 6개 매장을 조만간 모두 폐쇄한다고 밝혔다. 미술품 컬렉션을 전시해 유명했던 베이징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페라 밤바나도 갑자기 문을 닫았는데, 직원들의 임금도 체불된 상태다.

요식업계 매출도 최악이다. 베이징 통계국에 따르면 베이징 요식업계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8.8% 감소했다. 순이익률은 0.37%에 불과했다. 중국의 소비 척도를 나타내는 소매 판매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10.1%에서 6월 2.0%, 7월 2.7%로 추락했다.

무너지는 중국 경제 광명론(光明論)

중국 경제가 침체 수렁에 빠져들면서 최대 피해자는 젊은이들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청년 실업률은 17.1%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16~24세 청년 실업률 집계 방식을 바꾼 후 최고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21.3%를 찍자 통계 발표를 돌연 중단했고, 같은 해 12월부터 대학 재학생 등을 집계에서 제외한 새로운 통계 방식을 적용해왔다.

이후 청년실업률은 14%대로 잠시 낮아졌지만, 17%대로 다시 높아졌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이 실업률 수치마저 수백만 명의 농촌 실업 현황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학 졸업자 수백만 명이 실업 상태에 빠지면서 올해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란웨이와(爛尾娃)’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란웨이와’는 직역하면 ‘썩은 꼬리를 가진 아이’라는 말로, 고등교육을 받았음에도 결과적으로 끝이 좋지 않음을 의미한다. 자금난으로 건설이 중단된 아파트를 지칭하는 ‘란웨이러우(爛尾樓)’에서 따온 말인데, 부모에 의지해 생계를 이어가는 고학력 청년들을 일컫는다. 중국에서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1179만 명의 대학 졸업생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지만, 취업난은 사상 최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물론 서방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갈수록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시진핑 국가주석도 중국 경제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을 이례적으로 인정했다. 시 주석은 7월 26일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열린 당외 인사 좌담회에서 “현재 중국 경제 발전이 일부 어려움과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그동안 중국 경제 위기론이 나올 때마다 ‘경제 광명론(光明論)’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시 주석이 중국 경제의 어려움을 인정한 것은 경제 상황이 심각할 정도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중국 경제가 덩샤오핑이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한 이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올해 목표로 설정한 5.0% 안팎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4.9%와 4분기 5.2%, 올해 1분기 5.3% 등 세 분기 연속으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올해 2분기 4.7%를 기록하면서 급격하게 추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반기에도 하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인 UBS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9%에서 4.6%로 낮췄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와 JP모건도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4.9%와 4.7%로 이전보다 0.5%p씩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에서 4.8%로 낮춰 잡았다. 일본의 노무라 홀딩스도 4.5%로 내렸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이유는 부동산 경기 침체 때문이다. 중국에서 부동산 경기는 정부의 다양한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7월 신규 주택 매매는 전년 동월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고, 신규 주택 착공도 20% 줄었다.

부동산 침체에서 비롯된 위기 도미노


▎2024년 7월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열린 당외인사 간담회에서 시진핑(가운데) 국가주석은 이례적으로 중국의 경제적 어려움을 인정했다. / 사진:중국 CCTV 캡처
미국 블룸버그 통신의 경제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올해 5월 말 기준 중국에 6000만 채의 미분양 아파트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마오전화 홍콩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적체된 공급을 소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의 ‘공급 과잉’을 지적했다. 중국인민대 경제연구소장을 역임한 마오 교수는 “중국 정부가 내놓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와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 등의 조치들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부채 상환 중단이나 미완공 등의 문제로 법원 경매에 넘겨진 주택이 늘어나면서 올해 상반기 주택류 법원 경매 부동산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20만2000채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버블 붕괴 여파로 지방 중소형 은행들이 줄도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23년 중국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부실 비율이 높은 고위험 은행들이 337곳이라고 집계했다. 이들 대부분은 지방 중소은행들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방 중소은행은 중국 전역에 걸쳐 3800여 곳이 있다. 중소형 은행의 자산 규모는 총 55조 위안으로 전체 은행 자산의 13%를 차지한다. 달러로 환산하면 7조7000억 달러로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3%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중국 중소형 은행들은 그동안 높은 예금이자를 주며 확보한 자금을 민간 부동산 개발회사나 중소기업 등에 높은 금리로 대출해 돈을 벌어왔다. 하지만 이들 은행이 이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거품 붕괴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경제지 [제일재경]은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데이터를 자체 추산한 결과 최근 2개월 사이에만 60여 곳의 중소형 은행들이 해산·합병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미국 신용평가기관 S&P 글로벌은 지난해 4월 보고서에서 중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가 2024년 말에 최고조에 이르고, 부실 여신 규모는 최고 6600억 위안(약 12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부동산 위기가 내년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왕단 항성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추세가 2025년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실 여신 규모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의 부동산 대출 잔액은 52조6300억 위안에 달한다. 이 가운데 38조1700억 위안은 개인 주택에 대한 대출이고,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 잔액은 12조8000억 위안이다.

어디서도 반등 요인 보이질 않아


▎중국 상하이 명품점 앞의 노숙자. 명품 기업들마저 중국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지방 정부 부채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방 정부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직접 부동산 시행·시공을 진행하거나 별도의 ‘인프라 투자회사’를 설립해 부동산 사업을 해왔다. 그 결과 지방정부와 인프라 투자회사의 채무는 매년 늘어나 지난해 말 기준 100조 위안(약 1경8887조원)에 달했다. 특히 남부 충칭과 서부 간쑤성, 북부 네이멍구자치구 등에서는 부채 리스크 해소를 위해 ‘솥을 부수고 철을 팔자(砸鍋賣鐵·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산을 유동화한다는 의미)’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중국 공산당은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에서 심각한 부채난을 겪고 있는 지방정부를 위해 현재 사실상 중앙으로 집중된 세수·재정 권한을 일부 지방에 이양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위훙 싱가포르 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중앙정부도 재정 수입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는 등 재정 압박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런 계획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의 3대 지표 중 하나인 제조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8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전월보다 0.3 낮은 49.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인 제조업 PMI는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수축 국면을 의미한다. 제조업 PMI는 5월 49.5, 6월 49.5, 7월 49.4 등을 기록하면서 넉 달째 50을 밑돌고 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8월 대기업 PMI는 50.4로 전월 대비 0.1 하락했지만, 중형기업 PMI는 48.7로 전월 대비 0.7, 소기업 PMI는 46.4로 전월 대비 0.3이나 각각 내려갔다. 제조업 PMI를 구성하는 5대 지수 모두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탈중국’ 행렬에 동참하는 한국 기업들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낳은 유령도시. 저장성 항저우시 인근 아파트 단지는 에펠탑 모형까지 건립하며 마케팅에 나섰지만 미분양 사태를 맞았다. /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경제 상황이 이처럼 갈수록 악화하자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중국의 올해 FDI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비등하면서 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대폭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FDI는 -148억 달러(약20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마이너스라는 건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 투입한 자금보다 빼낸 자금이 더 많다는 뜻이다. 분기별 FD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지난해 3분기 이후 이번이 역대 두 번째다. 규모는 국가외환관리국이 1998년부터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병행하고 있지만 투자 감소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 자본이 중국에서 계속 빠져나가자 중국 선전과 상하이의 증권거래소는 8월 19일부터 해외 자금 흐름에 대한 일일 데이터 공개를 중단했다. 앞으로 해당 데이터는 당분간 분기별로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8조3000억 달러(약 1경1064조원) 규모나 되는 시장의 핵심 지표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중국 정부가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증시에서 경제 침체로 인해 외국 자본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자 급격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또 썰물처럼 빠지는 외국 자본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제조업 부문의 외국인 투자 제한을 모두 없애는 등 외자 진입 문턱을 크게 낮추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리창 총리는 최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외국인 투자 진입 제한을 더 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에서 줄줄이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인 IBM이 중국에서 연구·개발(R&D) 부서를 폐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 일하던 직원 1000여 명을 해고할 방침이다. IBM이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중국에서 2023년 매출이 전년 대비 19.6%나 감소하는 등 사업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IBM처럼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마찬가지 조치를 내리고 있다. MS는 7월부터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을 전면 폐쇄하고 온라인 매장만 유지하기로 했다. 게다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생산 기지로서 중국의 역할도 줄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으로 빅테크 기업들을 포함해 미국 기업들이 중국 사업을 재평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옮기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제품 대부분을 중국 내 조립 공장에서 생산해오던 휴대폰 제조업체인 애플은 올해 처음으로 아이폰 플래그십(대표) 모델을 인도에서도 조립하기로 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 포스는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델 등 노트북 제조업체들도 중국을 떠나 동남아와 인도 등으로 생산라인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뷰티 편집숍 세포라는 중국 내 직원 4000명 중 3%인 120명을 정리해고한다. 대만 외식업체 딘타이펑도 베이징과 톈진 등의 매장 14개를 폐쇄하고 철수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들의 ‘탈중국’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판매량이 급감하자 올해 안에 창저우 공장도 매각할 방침이다. 현대차 중국 법인인 베이징현대는 2016년 매출이 20조1287억원에서 2023년 4조900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LCD 공장을 매각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중국판매법인도 직원들에게 구조조정을 통보하고 지원자를 받고 있다.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반체제 시위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실제로 후난성 신화현의 한 육교에 7월 30일 시 주석과 공산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 2개가 내걸린 사건이 발생했다. 흰색 천에 붉은색 글씨가 적힌 첫 번째 현수막에는 ‘특권 대신 평등을, 통제 대신 자유를, 거짓말 대신 존엄성을, 문화혁명 대신 개혁을, 지도자 대신 투표를, 노예 대신 시민을 원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두 번째 현수막에는 ‘파업과 수업 거부를 통해 독재자이자 나라의 역적 시진핑을 파면하자, 통제에 반대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 내용으로 볼 때 시 주석과 공산당을 타도하자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들은 “최근 중국경제가 부진하고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중국 국민이 이에 대한 불만 때문에 현수막 시위를 벌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산당 통치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국제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의 중국 반체제 시위 모니터를 인용, 올해 2분기 반체제 시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반체제 시위 대부분은 경제 문제 때문에 벌어졌다. 노동 관련 시위는 44%, 주택 관련 시위가 21%에 달했다.

프리덤 하우스의 케빈 슬래이튼 연구원은 “수십년 동안 중국 공산당은 경제적 번영을 대가로 국민에게 일당 독재에 복종할 것을 요구해 왔다”면서 “경기 침체 등 경제 악화의 여파가 많은 국민에게 악영향을 미치면서 공산당의 통치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슬래이튼 연구원은 “경제 시위는 주택 프로젝트 지연, 갑작스러운 회사 폐쇄나 유동성 부족, 임금 지급 불가, 심지어 퇴직자에게 적절한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는 지방정부의 문제와 같은 불만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2410호 (202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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