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업

Home>월간중앙>경제.기업

[금융특집] 쌀(米) 산업 구하기에 나선 농협의 진심 

“우리 쌀 소비 촉진이 애국이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취임 후 쌀 수급 균형에 총력, ‘범국민 아침밥 먹기’ 운동 전개
충남·전남 등 지자체와 기업 연계해 쌀 소비 촉진, 방송인 기안84 활용한 SNS 홍보도


▎김태흠(가운데) 충남도지사와 강호동(오른쪽 두 번째) 농협중앙회 회장이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 사진:농협
강호동 농협협동조합중앙회(이하 농협중앙회) 회장은 “1961년 창립된 농협은 농업의 경쟁력 강화와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 그리고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며 “농협은 앞으로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이라는 비전 아래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고, 지역사회와 동반성장해 나가기 위해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농협중앙회는 NH농협지주를 축으로 삼는 NH농협금융그룹의 근간이 되는 조직이다. 금융회사로서 이문을 남기는 것 못지않게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에 역점을 두는 점에서 농협의 독특한 위상이 존재한다. 실제 농협중앙회 홈페이지 대문에는 “농업인의 행복을 향해, 지역 농축협과의 협동을 향해, 대한민국 국민의 희망을 향해, 보다 더 큰 세계를 향해,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의 아름다운 항해가 시작됩니다. 희망농업, 행복농촌 농협이 만들어 갑니다”라는 문구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 농협은 농가소득, 특히 그 중추를 이루는 쌀 산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쌀 생산량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비량이 떨어지고 있는 세태에 있다. 2018년까지만 해도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0㎏이었다. 하지만 2019년 59.2㎏으로 떨어지더니 코로나19를 거치며 계속 하락추세다. 2023년에는 56.4㎏까지 내려갔다.

쌀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을수록 농민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나 정치권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바라보는 국가적 사안으로 떠올랐다. 다행히 K-푸드 열풍에 힘입어 김밥이 글로벌 수출품으로 떠올랐지만, 내수가 뒤받쳐줘야 근본적으로 쌀 소비가 증대될 수 있다. 농협중앙회를 필두로 농협이 전사적으로 ‘범국민 쌀 소비촉진 운동’에 뛰어든 배경이기도 하다.

“국민 1인당 연 60㎏ 쌀 소비가 목표”

강 회장이 “매년 반복되는 쌀값 불안정에 따른 농업인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농협 예산을 투입해 ‘범국민 쌀 소비촉진 운동’을 연말까지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한 시점은 2024년 7월 28일이다. 농협중앙회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NH농협금융지주, NH농협은행 등 모든 계열사들이 동참했다.

구체적으로 △범국민 ‘아침밥 먹기 운동’ △쌀 수출·판매 확대 △쌀 가공식품 시장 활성화 등의 전사적 추진 등이 실행 중이다. 그 결과, 현재 지역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쌀 재고 약 5만t을 소진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이전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60㎏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렇게 되면 수급이 균형을 이루며 쌀값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농협이 펼치는 쌀 소비촉진 운동의 특이점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데 있다. 가령 아침밥 먹기 운동은 현재 시·도 농협지역본부를 비롯해 지자체, 교육청, 연고기업을 대상으로 ‘아침밥 먹기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나가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범농협 12만 임직원 아침밥 먹기와 아침 간편식 고객나눔 행사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함께 진행하는 ‘1000원의 아침밥(대학교 대상)’, ‘모두의 아침밥(편의점 대상)’, ‘근로자 아침밥(기업체 대상)’ 등에도 참여 학교와 유통업체, 기업을 확대해 아침밥 실수요를 창출해 나갈 방침이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쌀 가공식품 수출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수출 시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던 운송료 등의 부대비용을 지원해 수출 물량을 확대함과 동시에 냉동김밥 등 수출 상품을 다변화하고 현지 한인마트, 한인식당 등에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다른 한편에선 쌀 가공식품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리딩 히트상품’을 개발하고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확대하는 등 농협의 생산과 판매 역량 강화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국산 쌀 소비 촉진을 위해 8월부터 11월까지 우수 전통주와 쌀 가공식품을 발굴하는 품평회도 열 계획이다. 12월에는 ‘우리쌀, 우리술 K-라이스 페스타’를 개최해 우수 출품작에 대한 시상식도 만든다.

이 모든 활동은 ‘신규 수요’ 창출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기존 밥과 쌀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아침밥, 수출, 가공식품 관련 수요 창출만으로도 5만t 소비를 증대할 수 있다는 셈법이다.

이를 위해 넘어야 할 심리적 장벽은 ‘탄수화물이 비만의 원인’ 등과 같은 쌀에 대한 오해와 편견 해소다. 이런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동원해 쌀의 영양학적 가치와 아침밥의 중요성 등을 연중 지속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강 회장은 “대한민국은 ‘밥심’ 하나로 지금의 경제발전을 이뤄냈다”며 “농협은 ‘밥심’의 귀중함을 제자리로 되돌려 놓기 위해 대대적인 쌀 소비촉진 운동을 펼쳐 쌀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쌀값 안정을 견인하겠다”고 강조했다.

사회 전역으로 퍼지는 ‘아침밥 먹기 운동’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비롯한 농협 임직원들은 아침밥 먹기 운동에 전사적으로 동참 중이다. / 사진:농협
실제 8월 7일 농협중앙회는 서울 중구 본관에서 임직원 ‘구내식당 아침밥 먹기 운동’ 행사를 선제적으로 개최했다. 이날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 여영현 상호금융대표이사, 우진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 위원장, 김동혁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NH농협중앙회지부 위원장 등 임직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지 부회장은 “쌀 산업은 국가 경제의 근간으로 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농협 임직원 모두가 쌀 소비 촉진에 앞장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26일 농협경제지주는 서울 중구 이화여고와 농업박물관 앞에서 쌀 소비 촉진을 위한 ‘행복 미(米) 밥차’를 운영했다. ‘행복 미 밥차’는 농협경제지주 차원에서 쌀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우리 쌀 중심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위해 ‘찾아가는 밥차’ 캠페인이다. 농협경제지주는 이를 11월까지 지속할 예정이다.

이날 농협은 학생 및 직장인을 대상으로 국산 쌀을 활용한 간편식 무스비와 식혜 1000세트를 나눠줬다. 또 ‘행복 미 밥차’ SNS 인증 이벤트도 진행했다. 박서홍 농협경제지주 대표이사는 “우리 쌀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쌀 소비 활성화를 위해 시민들에게 직접 아침밥을 제공하는 밥차 행사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농협은 삼시세끼 밥심으로 더 건강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쌀의 우수성을 적극 홍보하겠다”라고 말했다.

8월 26일에는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과 김태흠 충청남도 도지사가 충청남도 내 15개 대학교가 참여하는 ‘대학생 아침밥 먹기·충남 쌀 소비 촉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임경호 공주대 총장 등 충남 관내 대학 학생처장 14명이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충남지역 농협미곡종합처리장에서 도정한 쌀 430t이 30% 할인된 가격으로 15개 대학교 구내식당에 공급된다. 이를 위해 농협중앙회와 충청남도는 총 10억원 이상을 공동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강 회장은 “아침밥을 챙겨 먹는 건강한 식습관 정착을 위해 충청남도와 공동으로 대학생 아침밥 먹기 프로젝트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 도지사도 “밥심을 청년들에게 알려주고, 쌀 소비를 촉진해 농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협약”이라며 “쌀 산업의 미래는 젊은 사람들의 입에 달려 있다”고 화답했다.

농협중앙회는 이어 9월 3일, 본관에서 농협하나로마트 8개 동반사와 쌀 소비 촉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 황성만 오뚜기 대표이사, 김상훈 사조대림 대표이사, 김상익 CJ제일제당 한국 대표, 천영훈 풀무원식품 대표, 박은영 대상 전무, 문상철 동원F&B 전무, 김성수 유한양행 전무 등 관계자 40여 명이 참석했다.

협약에 따라 농협과 동반 기업들은 △임직원 아침밥 먹기 운동 동참 △국산 쌀을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 상품개발 확대 △쌀 산업 발전 및 건전한 쌀 소비문화 정착을 위한 홍보 캠페인 등을 협업하기로 했다. 하나로마트 8개 동반사 대표들은 “앞으로 농협과 함께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적극 전개하는 등 우리 쌀 소비 촉진 활동에 지속적 관심을 갖고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쌀의 날’의 화두는 쌀 가공산업 활성화


▎박서홍(왼쪽 네 번째) 농협경제지주 대표이사와 참석자들이 푸드트럭 ‘행복 米(미) 밥차’ 이벤트에 참여했다. / 사진:농협
같은 날 농협경제지주는 곡창지대인 전라남도의 담양군에서 ‘전남농협 쌀 수출 확대! 글로벌 도약 선포식!’을 개최했다. 김영록 전라남도 도지사를 비롯해 이병노 담양군수, 정철원 담양군 의장, 김문수 전남도의회 농수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전남농협 쌀 1000t 수출을 결의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민·관이 협력해 전남 쌀의 글로벌 진출 의지를 다지는 첫 번째 선포식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농협은 9월 두바이, 뉴질랜드 수출을 시작으로 미국, 호주, 프랑스 등 해외 11개국에 연말까지 총 1000t의 전남 쌀을 수출할 계획이다. 농협은 우리쌀의 인지도 제고와 수출 품목 다각화를 위해 올해 최대 5000t의 쌀 수출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지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물류비와 시장 개척비 등 예산 1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농협중앙회 미래전략연구소와 농협경제지주는 지난 8월에는 ‘2024년 쌀의 날 기념 심포지엄’도 열었다. ‘쌀의 날’은 8월 18일로 이번이 제10회째다. 이날 심포지엄은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목적이었다.

쌀의 소중함과 농업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농협은 방송인 기안84를 섭외한 유튜브 프로젝트 ‘농부왕 기안84’ 채널도 만들었다. 경기도 여주 출신인 기안84는 지난 4월부터 경기도 안성 소재 600평 규모의 계단식 논에서 1년간의 영농 과정을 체험한다. 초보 농사꾼 기안84를 도와 청년농부 한태웅 군이 멘토로 참여했다. ‘농부왕 기안84’는 농협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11월까지 순차 공개된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410호 (2024.09.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