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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취업은커녕 노동할 기회조차 어렵다 

 


▎여성의 노동은 사회적인 여러 선입견 탓에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실패를 경험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시간조차 부족한 현실이다. 사진은 2021년 8월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면접시험에서 응시생들이 면접 장소로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대 여성인 필자는 다음 주면 만 1년을 채우지 못한 계약직을 마치고 다시 ‘풀타임 취준생’으로 돌아간다. 말이 계약직이지 사실은 알바처럼 생각하고 일하게 된,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직장이기도 해서 다시 구직을 하며 느끼는 막막함은 처음과 다르지 않다. 매주 이력서를 써보면서 대학 시절의 여러 알바 생활과 이번 첫 계약직 노동을 돌아보며 느끼는 답답함의 원인을 몇 가지 방면에서 생각해봤다.

맨 처음 떠오른 것은 몇 년 전 하나은행이 여성 지원자들의 점수를 조작했던 사건이다. 당시 최종책임자였던 함영주 은행장은 ‘관례적’이었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그는 최근 하나금융 회장으로 취임했다. 지금은 19세기도 아니고 20세기도 아닌 21세기다. 여전히 대한민국에서는 법과 사회가 여성들의 노동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답답함을 떨칠 수 없다.

한국에서 여성은 취업에 성공해서 노동에 종사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중단될 수 있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재하는 개인의 삶을 책임지려는 주체적인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사회 분위기는 여성에게 불리하다. 결혼 후 맞벌이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여성이 안정적인 직업군으로 진입하는 것을 경계하는 사회의 눈초리도 여전하다.


▎2021년 11월,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결의 대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사회가 ‘허락’한 노동의 범위는 여성에게 더 좁다

안정적인 일자리의 입구가 좁아지고 취업 준비 기간도 길어진 우리 사회 여성들의 노동력은 ‘사회가 허락하는 곳’으로만 흐른다.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구인이 잦은 시간제 근무와 계약직, 프리랜서 등의 비정규직 선택지들을 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여성 노동자 다수가 종사하는 대인 서비스 직종은 시간제 노동이나 한시적 노동, 계약직 등의 형태로 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직장은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나 수당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필자의 경험이지만,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구둣발로 뛰어다녀야 했던 예식장도, 끓는 기름 앞에서 10시간을 서 있었던 떡볶이집도 퇴근 후 휴식 이외에는 다른 활동을 할 수 없을 만큼 지치는 고강도의 노동이었다. 힘겨운 노동을 하면서도 최저시급 이외의 수당을 받아본 적이 없다. 제값도 다 받지 못하는, 연속성이 없는 노동은 이력서의 경력으로 남지도 못하고 사라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성 취준생들이 안정적인 직장으로 공무원이라는 선택지를 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규인력 채용 과정에서 차별이 적고, 사회적 인정과 임금, 근무시간과 복직이 보장된다는 조건을 충족하는 공무원, 또는 교사를 직업으로 선택한 여성은 지금의 세대보다 더 차별에 시달렸던 엄마였고 이모였으며 언니였다. 이 전략은 여전히 유효해서 지금도 부모님들은 대학에 진학한 딸들의 전공과 무관하게 공무원 시험, 임용고시 준비를 권하곤 한다.

같은 조건의 남성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 현실

평생직장·평생직업은 존재하지 않고 일생토록 진로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도무지 오르지 않는 OECD 성평등 순위도, 통계 산출 이래 늘 더 높기만 했던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도 자꾸 억울한 마음만 갖게 한다. 이미 기성세대가 다 짜놓은 판 위에서 바늘구멍을 뚫어야 하기에 교과서에서 배웠던 평등은 한참 멀게만 느껴진다. 여성의 노동이 허락된 그 범위는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정도에 이르면 ‘여기까지’라는 제한선이 보인다. 유리천장을 깨뜨린 알파걸들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극소수일 뿐이다.

물론 지금 취업준비생인 필자가 처한 상황이 20대 보통 여성들의 표본이 될 수는 없다. 필자보다도 실패해볼 시간과 기회가 더 적은 사람들도 분명히 있고, 반대로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은 다른 생각으로 다른 선택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도 손에 몇 개 잡히지 않는 취업과 노동의 선택지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같은 조건의 남성보다도 더 많이 뛰어다니며 노력해야 한다는 조급함과 불안함은 분명 똑같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요즘 20대 여성들은 취업은커녕 노동할 기회조차 찾기 어렵다.

- 필자 : 김주원(취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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