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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이 주목한 22대 국회 뉴리더(3)]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보는 ‘특검 정국’ 

“尹, 탄핵당할 만한 중대 잘못 아냐… 채 상병 특검 중재안 받아들여야”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민주당은 천하람 중재안 정도면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입장”
“尹 정부 2년? 정치 신인이 대통령 되면 안 된다는 교훈 얻어”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지지율 10%를 넘기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1986년생 초선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의 정치는 ‘도전’의 연속이다. 대구 출신이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소속임에도 21대 총선에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 출마했으며, 2023년 2월에는 0선 당대표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해 12월 국민의힘을 나와 개혁신당에 합류해서도 22대 총선에서 순천 도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정무적 능력이 좋고 스피커 파워가 센 정치인이 한 명쯤은 원내에 진입해야 한다”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설득을 받아들여 비례대표로 나서 당선됐다. 7월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천 원내대표를 만났다.

“22대 국회의원들, 토론 없고 대세 따라 움직여”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선대위원장이 4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의원 생활은 어떤가?

“솔직히 말해 재미없다. 단독 과반인 더불어민주당 이외의 정당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민주당도 협상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상황이 그래서 거대 양당에는 치열한 대화와 토론·타협이 아닌, 대세에 따라 움직이는 의원들이 많이 보인다.”

개혁신당을 포함한 원내 소수 정당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우리 당이 의석수는 적지만, 중재·대화·토론이 제대로 이뤄져 일이 되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후보는 앞서 대법원장을 포함해 제3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채 상병 특검 대체안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삼권분립 원칙을 위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천 원내대표는 제3자인 대한변호사협회에 특검 추천 권한을 부여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채 상병 특별검사법’ 중재안에 대한 거대 양당의 반응은?

“민주당은 천하람 중재안 정도면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한동훈 특검안보다 천하람 중재안을 받기가 정치적 부담도 적고 훨씬 마음 편하지 않겠나. 대한변협에서 특검을 추천하는 내용도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통과시킨 전력이 있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 거부할 이유가 없다.”

중재안은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과 논의한 결과라고 말했다. 국회 내 소장파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정말 극소수다. 당론 내지는 당 주류의 의견으로부터 본인의 입장을 자유롭게 말하는 의원은 손꼽을 정도다.”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들에 대한 타협안을 우리가 만들어보자고 설득하고 있다. 거부된 법안 중에는 여야가 그렇게까지 극한 대립을 하지 않아도 될 법안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간호법(간호사 활동 영역을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넓히는 법)이 그렇다. 여야 소장파 의원들이 모여서 타협안을 도출해내면 얼마나 멋지겠나.”

이번 22대 국회는 실패한 21대 국회와는 다르다는 메시지도 줄 수 있겠다.

“정확한 지적이다. 22대 국회는 주류에 줄 서는 퍼펫(Puppet·꼭두각시) 정치인이 아닌, 소신을 가진 젊은 정치인들이 대거 입성했다는 것으로 국민께 보여주자고 (여야 소장파 의원들을) 열심히 설득 중이다.”

“배신 프레임에도 한동훈 지지층 흔들리지 않을 듯”


▎천하람·김기현· 안철수·황교안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지난해 2월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으로 흘러갈까?

“저는 그간 어대한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원희룡·나경원 후보의 선거 캠페인이 잘 안 보인다. 한동훈 후보도 캠페인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두 후보에 비해서는 잘하고 있다. 한 후보가 이슈를 끌고 가면 나머지 후보들이 그것에 대해 평론하는 형태로 선거판이 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시간이 지날수록 과열되는 양상이다. 친윤계와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한동훈 후보를 향해 ‘배신의 정치’, ‘유승민의 길’ 등의 프레임을 들고나와 공세를 펼치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친윤계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했던 것처럼 ‘한동훈 찍어내기’에 나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한 후보가 닮은꼴이라고 말한다.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 시절 친윤계로부터 공격받았을 때와 지금 한동훈 후보가 처한 상황은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대통령 지지율이다. 대통령의 보수 진영 지지율이 높으면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 어렵다. 그래서 이준석 의원이 버티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한동훈 후보는 보수 진영 내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이미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각을 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 가운데 상당수가 ‘한동훈이 대통령과 다른 길을 갈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이것은 전망이기도 하지만, 지지층의 희망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원희룡 후보가 ‘배신의 정치’, ‘절윤(絶尹)’을 언급해도 국민의힘 지지층이 그렇게까지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스타일상 이준석 의원보다 한동훈 후보가 세련됐고, 확고한 팬덤을 갖고 있다. 이준석 팬덤은 국민의힘 주류와 거리가 있지만, ‘위드훈’이라는 한동훈 팬덤은 50~60대로 주류 연령대다.”

윤석열 정부 2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 정치에 큰 이정표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등장한 정치 초보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다. 저희 같은 젊은 정치인들에게는 반면교사가 됐다.”

이번 총선에서도 정치 신인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한국 정치가 발전해왔나? 정치도 전문가가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치 신인에게 과도한 프리미엄을 주는 경향이 있다. 스토리가 있는 뉴페이스를 불러서 한두 달 선거를 뛰게 하고 본회의장에 앉힌다. 선수가 높아지면서 쌓인 인적 네트워크, 타당 의원들과의 신뢰와 같은 정치적 자산은 무시한다. 심지어 대통령마저 신인을 밀어준다. 한국 정치가 자산이 쌓이지 않고 매번 리셋되는 가장 큰 이유다.”

민주당은 “채 상병 사건이 탄핵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라고 한다.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중대성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대통령이 이 사건 이첩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정도만으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할까? 저는 대통령과 대통령실에서 그 정도까지 중대한 잘못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윤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잘못된 교훈을 얻은 것 같다.”

잘못된 교훈이라면?

“박 전 대통령은 특검 때문에 탄핵당한 것이 아니다. 특검 이전부터 국민의 신뢰를 흔드는 여러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대국민 사과, 특검 결정, 대통령 권한 위임, 개헌론 등의 결정이 늘 한 템포씩 늦었고, 국민을 만족하게 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입버릇처럼 ‘특검을 거부하는 사람이 범인’이라고 말해왔다.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특검을 받았다면 이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민은 정부가 외압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듯한 모습에 매우 큰 배신감과 함께 이 정부를 응징해야겠다는, 의무감에 가까운 정의감을 느끼신다고 본다.”

개혁신당은 지난 1일 조직위원장 54명을 임명했다. 지도부 중에는 허은아 대표(서울 영등포갑), 천하람 원내대표(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전성균 최고위원(경기 화성정), 이주영 정책위의장(서울 송파갑)이 포함됐다. 54명 중 1960년대생이 2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1980년대생이 16명으로 뒤를 이었다. 김철근 사무총장은 “지방선거를 넘어 다음 총선 출마를 목표로 한 양질의 인재들을 중심으로 조직위원장에 임명했다”며 “연내 100개 지역 이상의 당협 조직을 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신당 인재상? “도전 정신, 소신 갖췄으면”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우리 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개혁신당이 2027년에 수권 정당이 되는 것도 꿈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번 조직위원장 모집은 만족하나?

“그렇다. 원내 정당이 되고 우리 당 인재풀이 총선 이전보다 나아졌다. 정당의 인재 영입은 당 지지율에 많이 좌우된다. 그래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지지율 10%를 넘기는 것이 1차 목표다.”

개혁신당이 바라는 인재상은?

“속된 말로 ‘싸가지’가 없었으면 좋겠다. 태도가 버릇없으면 곤란하고, 주류에 맞서 소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분이 우리 당에 많아졌으면 한다. 도전 정신, 소신을 가진 젊은 세대가 개혁신당에 와서 도전해줬으면 좋겠다. 개혁신당이 당장 수권 정당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조금 길게 보고 정치하는 젊은 세대라면 좋은 동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오히려 우리 당에 안 오시려나?(웃음)”

2026년에 지방선거가 있다. 어떤 결과를 원하나?

“전국 3~4인 선거구에서 기초의원을 많이 배출하면 풀뿌리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만약 서울시장 선거에서 우리 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개혁신당이 2027년에 수권 정당이 되는 것도 꿈이 아닐 것이다. 투트랙으로 좋은 인재들을 영입해 전국에 많이 당선시키고, 광역단체장 및 특례시장 후보는 타깃형으로 훌륭한 분을 모셔올 생각이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408호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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