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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반도체 전도사’로 돌아온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글로벌 반도체 분업 체계 급변… 여야·관료·기업 아우를 리더십 절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美 유학 중 대만과 일본의 民官 일체 반도체 전략 목격… 한국 소외돼 있어 충격”
“尹 정부, 예산 지원 생색 말고 ‘반도체·AI 국가위원회’ 구성해 선택과 집중 필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정부와 기업이 같은 목표를 공유하며 글로벌 반도체 분업 체계에서 한국의 선명한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가장 궁금했던 질문부터 꺼냈다. “세상은 정치인 박영선의 ‘노선’이 변경된 것처럼 말한다. 동의하는가?” 박영선(64)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잠시 말 없는 미소를 짓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동의하기 힘들다. 다만 2021년 서울시장 선거 후 미국 (싱크탱크)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수석 고문으로 있다가 하버드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으로 생활하며 생각했던 것은 있다.”

그 시절 박 전 장관이 품었던 생각의 궤적은 2024년 1월 펴낸 [반도체 주권국가]에 응축돼 있다. 그로부터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AI, 신들의 전쟁]을 다시 세상에 내놨다. ‘박영선과 반도체, AI’가 본격적으로 호환되기 시작한 계기는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개최된 어느 반도체 관련 포럼에서 비롯됐다. “대만, 일본의 관리, 기업인들이 와서 자기네 논리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 관료도, 기업도 없었다.” 처음에 박 전 장관은 주최 측의 의도적 배제라고 여기고 항의했다. 하지만 “한국의 입장은 당신이 말해보라”는 반응을 듣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한국의 민·관 어디도 미국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적극적 시도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후 ‘미·중 갈등 속 반도체 무기화가 핵심 화두로 떠오른 세상에서 대한민국의 위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는 박 전 장관의 뇌리에 소명처럼 자리 잡았다.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전략에서 한국이 역량에 걸맞은 지분을 찾도록 돕는 작업”이 그것이다. 그러려면 지금 우리 반도체 산업이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할지부터 규정해야 할 터다. 7월 3일 중앙일보 서소문 네오스테이션에서 만난 박 전 장관과의 대화는 반도체, 특히 삼성전자 이야기로 가득 찼다. 정치인 박영선이 어디까지 변했으며,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지를 가늠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미국에서 대만과 일본의 반도체 전략을 접하며 더 위기의식을 체감하는 것 같다.

“대만은 정부 차원에서 TSMC를 일종의 보험으로 활용한다. (시스템 반도체 1등 기업 TSMC의 존재감에 힘입어) 미국을 상대로 협박도 하고, 읍소도 하는 양면 작전을 쓰더라. 일본도 (미국의 강요에 의한 플라자 합의로 빚어진) ‘잃어버린 30년’ 이야기를 꺼내며 다시 반도체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설득 작업을 미국 관료와 학계를 대상으로 펴고 있다.”

TSMC 자체가 대만이라는 국가의 외교 레버리지가 되고 있는 듯하다.

“대만은 ‘중국 리스크가 있으니 TSMC가 미국, 일본에도 공장을 짓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주도권은 우리가 가져야 한다’는 논리다.”

“반도체 산업 발목 잡는 한국 정치의 낙후성”

대만·일본에 비해 한국은 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국가 혹은 민·관 합동의 전략 자체가 부재하다는 뜻으로 들린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최강의 메모리 반도체 국가로 올라섰다. 그리고 지금은 AI 칩의 패권을 놓고, 누가 리딩 국가와 파워풀한 기업이 될 것인지에 관한 싸움이 시작됐다. 이를 위한 새로운 공급망이 만들어지는 단계이며 이 지도는 미국이 그린다. 현재 이 ‘공급체인’에서 (북한과 중국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는) 한국과 대만은 빠져 있다. 그 대신 일본과 싱가포르가 들어가 있다. 여기에는 한국과 대만에 지금 수준 이상의 캐파(capa)를 주지 않겠다는 미국의 시각이 담겨 있다.”

박 전 장관이 갖는 근본적 문제인식은 대만에 비해 한국의 대응이 턱없이 미흡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미국의 시각을 교정하기 위해 대만은 와서 열심히 공략한다. 대만 정부와 TSMC는 거의 한 몸이다. 심지어 대만 정치권에선 국민이 먹을 쌀을 재배하는 농업용수보다 TSMC에 주는 공업용수를 우선해야 한다는 이슈가 나온다. 또 전기도 TSMC에 우선 공급을 하니까 가끔 정전 사태가 일어날 정도다. 대만 국민도 TSMC에 사활이 걸렸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막연히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위치를 고민하다가 [반도체 주권국가]라는 책을 쓰게 됐다.”

결국 한국 정치의 낙후성이 우리 반도체 산업에도 굉장한 마이너스로 작동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여야 간 여러 쟁점 중에서 반도체 이슈가 강력하게 등장해야 할 때다. 그리고 이것을 끌고 가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플랜은 무성하지만 정작 구체적으로 이뤄진 무언가는 보이지 않는다.

“6월 말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발표한 플랜에서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문제에 관한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반도체에서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이 기술력이다. 그다음 두 번째가 전력이다. 기술력은 이제 어느 정도 한계에 왔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졌고, 전력을 얼마나 싼 가격에 공급하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력 이슈와 관련해서 유럽 등에선 RE100 등 재생에너지 비율을 올리라고 요구하는 추세다.

“그때가 되면 가격 경쟁력 면에서 한국이 과연 어떻게 버틸까. 이 부분도 산업부에서 ‘8월에 할 것’이라는 말만 나올 뿐 아직 발표를 못 하고 있다.”

게토레이 마시며 반도체 열변 토로했던 이건희 회장


▎2020년 10월 박영선(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이건희 회장을 조문했다. 삼성을 향한 박 장관의 비판에는 개선의 바람도 담겨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박 전 장관은 4선 의원을 지내며 민주당에 오래 몸담았다. 동시에 적잖은 보수당 측 유력 인사들과도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다. ‘여의도 문법’을 잘 아는 입장에서 초당적 협의가 가능하긴 할까?

“리더십이 있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바라보는 반도체의 시각이 다르다. 민주당은 재생에너지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국민의힘은 원자력으로 해야 한다는 쪽이다. 양쪽 의견이 나름대로 다 일리 있다고 생각한다. 네덜란드의 ASML이 그랬듯, 재생 에너지로 모든 것을 돌리기에는 여러 환경을 따져 볼 때 불리한 조건이다. 이에 대한 타개책은 방향만 정확하면 여야 간 타협으로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지금 방향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반도체를 향한 박 전 장관의 관심은 어느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나?

“1988년 MBC 경제부 기자로 일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D램을 발표하던 시기였고, 나는 그 소식을 리포트했다. 동시에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거버넌스에 관한) 문제점을 비판하는 기자이기도 했다. 지금 한경협의 전신인 전경련의 출입기자였을 때,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을 제주포럼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이 회장은 게토레이를 마시면서 ‘나는 반도체에 미쳐 있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다’라고 하시더라(웃음). 그 당시에 반도체를 그토록 강조했던 사람은 없었기에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정치인 박영선이 겨누는 칼날이 재벌 개혁에서 정치 개혁으로 옮겨간 것 같다는 세간의 평가는 어떻게 받아들이나?

“나의 재벌 개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 가장 포커스를 뒀던 재벌 개혁의 초점이 거버넌스, 그러니까 순환출자 구조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였다. 이를 고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건전한 경제 생태계를 갖고 가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을 하며 나의 어젠다는 재벌의 자본과 스타트업의 기술력을 어떻게 연결시켜서 분업적, 협력적인 생태계를 만들어 가느냐가 됐다. 그렇게 ‘자상한 기업’ 시리즈, 자발적 상생 기업 시리즈, 이런 것들을 계속했다.”

장관직을 역임하며 현장에서 어떤 문제점을 체감했나?

“삼성과 스마트 공장 시리즈를 했었다. 굉장히 성공적으로 잘됐다. 200명 정도의 삼성전자에서 은퇴한 경험 많은 분들이 조직을 만들어 중소기업을 다니면서 컨설팅을 해주는 시스템이었다. 이 일을 하는 데도 삼성 내부적으로 ‘어떤 커뮤니티를 통과해야 되고, 어떤 회의 체계를 거쳐야 한다’고 하더라. 그나마 이런 사안은 어젠다가 너무 확실한 것이니까 빨리 결정된 편이었다. 하지만 장관으로서 오퍼를 냈던 반도체 설계 부문의 협업 같은 안건에 관한 의사결정은 6개월을 기다려도 결정이 안 나더라. 지금 삼성전자가 처한 딜레마가 바로 그것이다. HBM (대응이 늦어진) 문제도 그런 배경에서 생긴 것이다.”

“尹 정부 반도체 정책은 전략과 대책의 디테일 결여”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 현안 점검회의 개최 등 지속적으로 반도체 산업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가시적 성과가 뒤따르지 못 하는 실정이다. / 사진:대통령실
삼성전자가 왜 그렇게 느려졌다고 보나?

“아무래도 1등 기업은 도전 정신이 점점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반면 1등을 유지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으로 조직은 점점 경직화된다. 그러면 눈앞의 이익(profit)에 아무래도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가치에는 점점 어두워지는 상황에 직면한다. 삼성은 하루라도 빨리 조직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된다. 본격적인 AI 시대의 핵심은 소프트웨어 개발이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를 찍어내는 일은 위에서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된다. 하지만 AI 반도체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결국 조직문화, 지배구조, CEO의 역량으로 귀결된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기업들이 왜 소프트웨어를 잘할까. 수평적 거버넌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하나의 어젠다를 놓고 토론하며 ‘만약 우리가 이 방향으로 갔을 때의 장점과 단점은 뭘까’ 같은 대화 속에서 (솔루션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대기업의 조직 문화는 경직돼 있다.”

듣다 보니 과거와 전혀 다른 각도에서 삼성을 때리고 있다.

“(웃으며) 때린다기보다는 애정 어린 충고다.”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정책에 관해 박 전 장관은 “지금의 반도체 위기를 윤 정부가 자각은 하고 있지만, 핵심은 뭔지 모르는 것 같다”고 촌평한 적이 있다.

“첫째 전략, 둘째 대책이 있어야 된다. 내가 보기에(윤 정부는) 전략도, 대책도 디테일이 약하다. 반도체와 AI 문제를 봤을 때, 예를 들어서 오픈 AI나 구글의 제미나이, 이런 것들을 우리 기업이 못 갖고 있다. 네이버와 삼성전자가 손잡고 한다지만 현재는 못 따라가고 있다. 방향을 약간 틀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챗GPT에 의존하지 않고도 (미국 빅테크 AI에 가치관이 종속되지 않고 각 지역이나 나라의 언어·문화·가치관을 반영한 AI 서비스인) 소버린 AI(프랑스 미스트랄 AI의 ‘르 챗’, 중국 문샷 AI의 챗봇 ‘키미’와 중국 바이두의 챗봇 ‘어니’, 한국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등)가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독자적으로 뭔가 특화된, 어떤 한 분야를 잘하는 그런 AI를 만들어야 된다. 특히 소버린 AI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 각국마다 소버린 AI를 만들면 엔비디아 매출이 계속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소버린 AI 트렌드에 올라타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데이터 주권 문제, 개인정보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오픈 AI에 전부 의존할 순 없다. 그래서 소버린 AI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과거처럼 정부가 R&D 예산만 주거나 클러스터를 만들어주면 되는 사안이 아니다. 데이터, 플랫폼, AI 러닝 기술 등을 어떻게 할지를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산업부나 경제부총리 발표 자료를 보면 ‘R&D 예산을 얼마 증액했다’는 수준이다. 이래선 AI 반도체와 관련된 국가 대항전에서 우리나라가 리딩 국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AI 시대가 초래하는 부의 양극화는 곧 정치의 위기”

정부 관료들은 어떤 마인드를 탑재해야 할까?

“우리는 아직도 대통령, 총리의 지시가 많다. AI 시대에 구식이다. 미국이 중국의 추격을 두려워하면서도 못 쫓아올 것이라 자신하는 이유도 ‘지시’하는 시진핑의 리더십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은 AI 반도체와 관련 기업들이 잘 놀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범위로 국한돼야 한다. 내가 정부·민간·학계를 아우르는 ‘반도체 AI 국가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국회에서도 김태년 민주당 의원,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공통으로 ‘반도체 국가위원회’를 발의했다.”

우리의 의도와 무관하게 반도체 글로벌 지도는 미국이 설계하는 것이 현실이다.

“팀 스포츠처럼 반도체는 국제 분업이다. 미국은 설계·지적재산권, 일본은 소재·부품·장비 그리고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대만은 패키징, 이런 식으로 분업이 돼 있다. 이 분업을 AI 시대에 어떻게 다시 재편하느냐, 여기서 한국은 악착같이 우리의 몫을 찾아내야 된다. 가령 싱가포르는 패키징에 딱 점을 찍어서 이 분야에 엄청난 R&D 투자와 혜택을 쏟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전략은 분명한 목표가 안 보인다.”

AI는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겠지만, 필연적으로 양극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하지만 극도로 분열된 정치가 이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을까?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는 증기기관으로 상징되는 1차 산업혁명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당시 사회는 마차를 가진 귀족과 그러지 못한 서민으로 양분됐다. 서민은 마차에 짓밟혀 죽어도 아무 말도 못 한다. 지금 우리 사회도 AI로 인한 간격으로 벌어진 부의 양극화를 좁히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다만 돈이 축적되는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라졌기 때문에 위기다.”

양극화의 반작용으로 드러나는 현상이 포퓰리즘에 입각한 ‘팬덤정치’일 수 있다.

“너무 살기 힘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으니까(특정 정치인에게 ‘홀릭’되고), 내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정치인들에 대해서 용납하지 않게 된다. 단순한 사회적 현상이라고 보지 않는다. (균형을 찾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다. 한편에선 팬덤에 몰입돼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정치도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하기가 더 힘들어지고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진 상황이지 않나 싶다.”

윤 정부 차기 총리설이 나오고 시간이 꽤 흘렀다.

“그것은 단순하고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윤 대통령이)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위치에서, 나의 목소리를 낼 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한국 정치의 낙후성이 국가 미래와 직결된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는다고 우려한다.
총리설의 근원을 따라가 보면 박 전 장관이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시절, 당시 검사였던 윤 대통령과 정치적 좌표가 달랐음에도 관계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법사위원장 때, 국정원 댓글 사건이 있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입장은 진실을 파헤쳐 국민에게 소상히 밝히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이 그때 수사팀장이었다. 아무래도 나와 대화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 사람의 (내면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도 그때 나왔다. 그렇지만 (이를 계기로 대통령으로 뽑힌 뒤) 국민이 걱정을 너무 많이 하고 있지 않나. 대통령이 너무 한쪽 얘기만 들으시는 것 아닌지, 상당히 우려된다.”

여전히 세상은 박 전 장관을 정치인으로 바라본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세워 놨나?

“계획을 세워둔 것은 없다. 책을 통해서 전체적인 나의 생각들을 정리했고, 이것이 반도체 이슈가 터지기 바로 직전에 나온 책이었기에 사람들이 굉장히 호기심 있게 생각하고 평가해 주시는 것 같다. 반도체, AI와 관련된 테마는 곧 대한민국의 먹거리이자 미래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과 관련된 인터뷰나 강연은 흔쾌히 응할 것이다. 다만 조건을 항상 단다. ‘정치 이야기를 안 붙였으면 좋겠다’라고. 왜냐하면 열심히 이야기했는데 정치 이야기 딱 한 마디 하면 모든 것이 덧칠이 돼버리니까(웃음).”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 녹취 정리 송선교 월간중앙 인턴기자

202408호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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