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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인터뷰]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상 전환’ 

“시의원이 동장 하면 어때요?”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지역 시민운동·충북도의회 거치며 ‘풀뿌리 정치’ 현장에 밝아
“지방자치에 내각제 요소 필요… 국회서 시스템 만들고 싶어”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충북 지역에서 시민운동과 풀뿌리 정치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초선’이다. 7월 3일 국회 의원회관 2층 열람실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했다.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록 초선이지만, 지역 시민운동과 풀뿌리 정치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민주화 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1987년 충북대학교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으로 지역 학생운동 선봉에 섰다. 졸업 후에도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하다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이후 두 번의 충북도의원을 지내고 지방의원들의 역량을 키우는 일에 힘을 쏟았다.

이 의원을 만난 7월 3일 오후, 마침 국회에선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의사 진행을 막겠다고 예고해 여야가 대치 중이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이 계속 용산(대통령실)의 들러리 역할을 고수하는 한 정치는 완전히 실종되고 말 것”이라며 “민주당 초선들은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본회의가 잠시 정회된 틈을 이용해 의원회관 2층 열람실에서 그를 만났다.

22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민주당의 강공 드라이브가 예사롭지 않다.

“21대에는 민주당이 주로 양보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지자들이나 국민이 보기엔 좀 답답했던 모양이다. 민주당이 좀 강하게 밀어붙이길 바라는 것 같다. 제가 당선된 것도 21대에서 민주당이 머뭇거린 것에 대한 반작용 아닐까. 그러니 초선들은 강하게 나갈 수밖에. 다만 민주당에 강경파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 국회에서 여당으로서 협상하고 양보하는 것에 익숙한 분들도 여전히 있다. 그분들은 초선 의원들의 드라이브를 지켜보는 중이다. 어쨌든 지금은 강공 드라이브를 좀 펼쳐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국회에 처음 등원하면서 가진 포부는?

“오래전부터 ‘반칙 없는 세상, 특권 내려놓는 세상’을 꿈꿔 왔다. 평등하고 조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늘 품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국회가 가진 특권도 좀 내려놔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주민소환제라든가 지구당 부활, 지역당 만드는 것 등을 염두에 두고 내부적으로 토론하고 있다. 다만 아직 겉으로 내놓을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

“대표발의 법안 1호는 청주 가정법원 설치”

대표 발의한 법안도 있나?

“두 개 있다. 우선 충북에 가정법원을 설치하는 것이다. 청주에 가정법원이 없다 보니 가정법원 관할 사건은 대전으로 가야 한다. 충북인들에게 큰 소망이다. 그래서 이번에 1호 법안으로 청주 가정법원 설치를 발의했다. 가정법원 설치 문제는 내 전임인 이장섭 전 의원이 지난 국회에서 발의했다가 폐기된 적이 있다. 지역의 숙원을 잇는다는 생각도 있었다.”

당선된 뒤 동네를 돌며 지역민들을 만났다고 들었다.

“개원하기 전까지 50일 정도 당선인 신분으로 민원을 들으러 다녔다. 그렇게 다녀보니 법안으로 만들어볼 만한 것도 있었다. (예를 들면) 학교 앞 도로는 스쿨존 속도 제한 등 아동을 보호하는 도로교통법 규정이 적용되는데 학교 안에선 그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위협이 되는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는 문제여서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풀뿌리 정치를 해온 밑바탕이 있으니 중앙 정치무대에서 해보고 싶은 게 있을 텐데.

“맞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방의회를 부활시키면서 지방자치의 씨를 뿌렸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고 혁신도시를 만들면서 꽃을 피웠다. 충북의 경우 혁신도시가 있는 음성군, 진천군의 GRDP(지역내총생산)가 제일 높다. 그냥 높은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이다. 정착민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그 이후 정부들은 오히려 중앙 권력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질했다. 그러다 보니 지방에 대한 상상력도 많이 쇠퇴한 것 같다. 예를 들면 대구·경북의 통합이나 부·울·경 메가시티 이런 얘기들은 지방분권에서 오히려 후퇴한 것들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메가시티가 미래 경쟁력이 있다면 경기도는 왜 둘로 쪼개려고 할까? 단체장 몇몇이 의논해 결정하는 과정도 잘못됐다. 앞으로 통합된 시대를 살아갈 사람들 얘기는 없고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갈 정치인들의 논의로만 진행되고 있는 거다. 메가시티가 지역을 오히려 어둡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럼 어떤 대안이 있을까?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것, 정착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기능엔 예산과 조직이 있다. 예산 편성권은 단체장에게 집중돼 있다. 지방의회가 그 권한 일부를 가져야 한다. 의회가 편성권을 갖고 주민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가는 거다. 그리고 조직 운영에서도 기초의원을 동장으로 겸직시키면 좋지 않을까.”

“잠시 머물다 갈 사람들이 ‘메가시티’ 떠든다”


▎7월 1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지방자치 연속토론회’에서 이광희 (둘째 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 의원을 비롯해 참석자들이 지방의회법 제정을 바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이광희 국회의원실
동장은 공무원 중에서도 간부급(5급)의 자리 아닌가?

“‘동장 직선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해보려다 못했던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굳이 동장을 따로 뽑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주민이 직접 뽑은 시·군의원들이 있지 않은가. 그분들로 실험하면 되지 않을까? 지금 동장은 단체장이 임명하다 보니 승진하면 잠시 거쳐 가는 자리가 돼버렸다. ‘내가 태어난 동네니까 이 동네를 위해 봉사하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공무원도 없다. 그런데 만약에 동네에 애착을 가진 동장이 온다면? 얘기가 달라질 거다.”

집행부와 의회를 분리하는 현재 체제에선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맞다. 하지만 지방자치에는 내각제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경기도는 남경필 지사 때 이미 협치를 해본 적 있다. 여야가 공동으로 도 집행부를 운영한 실험이었다. 거기서 단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현재 법으로도 남 전 지사는 하지 않았나. 지방을 살리는 데 여당 야당 그게 뭐가 중요한가. 실험이 괜찮으면 승계하고 확장하고 확산하는 게 바로 풀뿌리 민주주의 아닌가.”

의원 개인의 자질에 따라 편차가 너무 크지 않을까?

“그런 우려가 있긴 하다. 동네마다 (의원들을) 비교하고 주민소환하고 그러지 않겠냐고 고개를 젓는 이들도 있다. 주민소환은 해야 한다. 내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일을 제대로 안 하는 사람은 민주적인 방식으로 쳐내고 더 능력 있고 잘하는 사람 뽑으면 된다.”

이력을 찾아보니 처음에는 마을 공동체 운동을 했던데.

“시민운동의 한 방편으로 마을신문 사업을 했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 두꺼비가 산란해서 이동하는 서식지가 발견됐다. 이 서식지 보존을 시민운동으로 전개했다. 서식지 일대를 공원화하기로 타협하면서 상생을 끌어냈다.”

(이 의원이 소개한 두꺼비 시민운동은 2000년대 초 주목받았던 청주 원흥이방죽 살리기 운동이다. 천성산 도롱뇽 살리기, 마포 성미산 공동체 운동과 더불어 대표적인 환경 시민운동 사례로 꼽힌다.)

그렇게 눈에 띄어 정치에 입문하게 됐나?

“당시 이근식 민주당 의원 쪽에서 보좌관으로 같이 일하자고 연락이 와서 서울로 올라왔다. 그런데 초반에 너무 힘을 줘 100일 만에 과로로 쓰러졌다. 회복하다가 열린우리당이 만들어지고서 개혁전략연구소라는 사설 연구기관을 통해 지방자치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400여 명을 교육했다. 당시로선 처음 해보는 시도여서 제법 인기를 끌었다. 정치 평론가 박성민 씨도 그때 강사 중 한 명이었다.”

처음 해보는 국정감사에는 어떤 이슈를 다뤄볼 생각인가?

“1주기가 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제대로 다뤄볼 생각이다. 최근 잇따르는 안전 문제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현 정부의 ‘부자 감세’ 문제를 다루려 한다. 부자 감세 때문에 세수가 줄면서 지방으로 가는 예산이 한 15%에서 20%씩 팍팍 깎였다. 그것 때문에 발생하는 부정적 요소들을 찾아내 복원할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인구 소멸 대응, 함부로 손대서 해결될 문제 아냐”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 2일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대통령 관저 공사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구 소멸을 ‘비상사태’라고 선언했다. 후속 정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이 질문은 대답이 길어질까봐 조심스러운데…. 함부로 손대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내일의 인구는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당장 합계출산율을 1.0위로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사는 세대들이 잘살아갈 수 있게끔 사회를 인구 구조에 맞춰 바꿔야 한다. 그래야 어떤 식으로 인구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어느 세대나 소외되지 않고 좋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공동체가 가질 수 있다. 이게 우선이다. 지금 인구가 줄어든다고 호들갑을 떨고 무슨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서 갑자기 출산율이 2.0이 되고 내일부터 소멸 위기가 해소되진 않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현재 인구 구조는 노인이 많은 버섯 모양이다. 이 현실에 맞춰서 정년 연장이나 노인 일자리 확대, 여가 지원 등 사회적으로 감당 가능한 노인 고용 정책을 준비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65세 이상 연금 받는 분 중에는 자기 계발을 하거나 더 잘 놀고 싶은 분도 있다. 은퇴자들의 욕구를 채워줄 학교나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초고령사회에 걸맞은 공공복지·보건 시스템이 갖춰져야 일자리도 생기고 지역생산성도 높아질 거다.”

현재 정치 상황 얘길 해보자. 특검과 거부권의 핑퐁 정국이 이어지고 있는데, 야권 외각에서 나오는 대통령 탄핵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탄핵 청원인이 100만 명을 넘었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정부와 윤 대통령도 그 위기감을 좀 느꼈으면 좋겠다. 다만 윤 대통령이 바뀌진 않을 것 같다. 그러면 윤 대통령 주변, 국회(국민의힘)라도 바뀌어야 새로운 돌파구가 생기지 않을까.”

민주당 입장은 어떤가. 끝까지 가보자는 분위기인가?

“특검 정국과 거부권 행사는 예정된 수순이기 때문에 아마 세게 갈 거다. 지금처럼 강 대 강 대치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 21대 국회에서의 민주당은 두려워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다르다. 계속 부딪치고 돌려보내고 다시 통과시키는 걸 의원들이 두려워하지 않는다.”

- 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408호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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