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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요동치는 美 대선, 멀어지는 러시아’ 尹 정부 외교 어디로? 

“가치동맹과 실리외교 사이에서 한반도 군사적 긴장 고조 막아야”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푸틴 방북 후 북한에서 조립식 무기 공장 통째로 지원받았다는 의혹 제기돼
트럼프 백악관 재입성 가능성 커져… 대북정책도 근본적 변화의 전기 맞을 것


▎2024년 6월 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내년엔 올해의 두 배인 331억원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북·러 밀착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2022년 2월 1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흔들리던 국제 정세가 한반도를 ‘폭풍의 언덕’으로 만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월 19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을 한 뒤 모두 23개조에 걸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북·러 관계가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 조약에 따라 러시아가 북한에 위성 발사체나 미사일에 쓸 수 있는 첨단기술, 군사 장비를 제공할 경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되리란 우려도 나온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취하는 대응이 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를 위해 과연 합리적·효과적인지에 관한 의구심이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6월 20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은 21일 게오르기 지노비에프 주한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정부 방침을 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6월 23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무기의 종류는 러시아가 하기에 달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러시아는 북한을,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제공을 카드로 활용하며 서로 상대방의 행동을 외교적으로 자제시킨 셈이다.

으르렁거려도 선은 넘지 않는 한국과 러시아


▎한국 외교부는 북·러 조약 직후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를 초치하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윤 정부는 러시아·중국·북한의 삼각관계 결성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인가. 첫째, 동북아에서 한국·미국·일본이 삼각동맹 수준으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외교적·군사적 결속을 더해 서방 동맹으로서 역할을 늘릴 수 있다. 둘째, 인도나 튀르키예처럼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값싼 러시아산 에너지로 이익을 취하는 입장을 취하는 방법도 있다. 인도는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에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도 참여하는 글로벌 경제협력체) 회원국이며, 튀르키예는 나토 동맹국으로서 미국과 핵 공유도 하면서 지정학적으로 관련이 깊은 러시아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페트로달러 시대 마감을 선언하며 서방을 견제하면서 러시아와는 석유 수출 담합에서 협력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이 독자 노선을 추구하는 선택지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민주주의·인권·시장경제·글로벌경제·사회체제 등에서 서방의 주도적인 일원이다. 다만 이런 조치가 실제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상황 관리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러시아와 북한이 체결한 조약의 본질을 알아보고, 중국이 왜 이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의도는 무엇인지를 잘 읽고 합리적이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중국이 푸틴을 대하는 태도에서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7월 3~4일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과 관련해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례적인 편집을 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을 항상 1면에 배치하던 관례를 깨고, 1면에 카자흐스탄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 사진을 다섯 장이나 실었다. 푸틴 사진은 2면에 게재했다. 충분히 견제로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북·러가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가운데 ‘동맹 수준’이라는 평가와 우려를 낳은 제4조에 대해선 해석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북한은 조약 제4조를 ‘유사시 자동군사개입’으로 확대 해석한다. 하지만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부장관은 “방어적 입장일 뿐”이라며 “유엔헌장 제51조와 러시아와 북한의 국내법에 따라 모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는 의미”라고 제한했다. 유엔헌장 제51조는 “유엔회원국에 무력 공격이 있을 경우 개별적, 집단적 자위권을 가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일종의 선언적 규정이라는 이야기다.

북한에 이어 베트남을 방문한 푸틴은 6월 20일 하노이 기자회견에서 “조약상 군사 지원은 오직 침공이 있을 때만 적용되며 한국은 북한을 공격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이런 분야의 협력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불과 하루 전 평양에서 체결한 조약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면서 ‘동맹이 아닌 약간 적극적인 수준의 군사 협력 정도’라고 애써 해명한 셈이다. 다만 푸틴은 이 조약 체결 뒤 한국 정부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제공 불가 방침 재검토’라는 발언이 나온 데 대해선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상응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압박했다.

북·러 조약 둘러싼 양국의 동상이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러 조약 체결을 통해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지난 6월 우크라이나 병력이 전장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실 지난해 4월 19일에도 러시아 대통령(2008~2012년)을 지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한국 무기의 우크라이나 제공과 관련해 ‘퀴드 프로 쿠오(quid pro quo·서로 주고받기)’라는 용어를 꺼내 들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 러시아는 북한에 무기를 주는 맞대응을 하겠다는 위협이다.

북한은 63년 전인 1961년 7월 6일 소련과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을 맺고 자동군사 조항과 경제·문화·기술 협력을 명시했다. 당시 조약에는 ‘지체 없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군사적 또는 기타 지원을 제공한다’고 적시돼 있었지만, 이번에는 ‘국내법에 따라’라는 표현이 들어 있어 주목을 끈다. 러시아로선 국내법을 핑계로 자동개입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완충 장치를 부착한 셈이다.

1961년의 조·소 상호원조 조약은 1991년 1월 한국과 소련의 수교, 그해 9월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12월 소련의 붕괴로 사문화됐다. 1996년 러시아에 의해 공식 폐기된 뒤 2000년 2월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삭제하고, 경제·과학·기술·문화 협력을 강조한 ‘북·러 우호선린협조조약’으로 대체됐다. 2000년 7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을 찾았고, 이듬해 8월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했지만 북·러 관계는 냉랭하기만 했다. 공산주의를 포기한 러시아는 고립과 체제 유지를 고집하는 북한을 외면했고, 북한은 한국과 수교해 경제협력을 이어가는 러시아와 가까워질 수 없었다.

그랬던 두 나라가 급속히 가까워진 계기는 2022년 2월 24일 개전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올해 들어 푸틴의 해외 방문이 부쩍 잦아진 것도 이러한 군수품 확보 외교의 일환일 수 있다. 5월 16~17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같은 달 23~24일에는 이웃 국가이자 거의 유일한 동맹국인 벨라루스를 찾았다. 26~28일에는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6월 19일에는 북한을 찾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데 이어 20일 베트남을 방문했다. 7월 3~4일에는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 주석을 다시 만났다. 푸틴 입장에서는 바다를 건너지 않고 찾을 수 있는 유라시아 대륙의 주요 협력국을 고루 찾아다닌 셈이다. 거기에 북한이 포함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러시아는 특히 미사일과 항공기, 전차 생산을 위해 중국의 반도체가 절실하다.

“北, 러시아에 포탄 생산 조립식 공장 지원” 보도 배경


▎2024년 1월 영국 [가디언]이 입수한 영국 국방 정보 보고서에는 러시아 선박이 북한 나진항에서 무기를 거래하는 사진이 담겼다. 여기서 더 나아가 러시아는 아예 북한의 공장을 가져오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 사진:가디언 캡처
이런 상황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미국 연방정부 산하 독립미디어인 국제방송청(AGM)이 운영하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지난해 12월 15일 보도다. RFA는 “북한이 러시아에 방사포, 곡사포 및 포탄을 생산하는 조립식 공장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무기와 탄약을 넘어 아예 생산설비를 넘겼다는 이야기다. 이런 내용은 러시아의 보도 통제에도 인터넷 TV채널 ‘차르그라드’에서 “신속 조립 공장”이라는 이름으로 보도됐다고 RFA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함경북도의 간부 소식통은 RFA에 “우리(북한)가 러시아에 방사포(다연장포), 자행곡사포(자주곡사포) 포체와 포탄을 생산하는 군수공장 10여 개를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7월 이후 나진항을 통해 사거리 55~65㎞의 방사포, 152㎜ 자행곡사포와 포탄을 생산하는 공장 설비 전체를 러시아에 지원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지원한 조립식 공장이 모두 만가동(전면 가동)하면, 매달 방사포대 25대와 로켓 20여만 발, 자행곡사포 25대와 포탄 100만 발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소식통은 “이 군수공장 설비는 (전시에 대비해) 짧은 시간에 설치해 생산이 가능하도록 (분해와 이동, 재조립이 쉽게) 만든 조립식 공장으로 각 부분별로 나뉘어져 있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전시에 폭격을 피해 군수물자 생산시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고 이동식·조립식 군수공장을 개발하고 운영해 왔다는 사실을 동시에 드러내는 정보다.

북한은 6·25전쟁 당시 김일성이 피란해 임시정부로 활용했던 자강도(당시는 평안북도) 강계를 비롯한 오지에 제2경제(군수공업)를 집중해 왔는데, 전선과 멀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전시에는 전선 부근으로 생산설비를 옮겨 운송로를 줄일 목적으로 이동식·조립식 공장을 개발했을 수도 있다.

러시아가 탄약이나 무기와 함께 이런 생산시설까지 실어간 배경은 크게 네 가지로 짐작할 수 있다. 첫째는 철과 화약을 비롯한 원료를 원활하게 공급해 무기·탄약을 신속하게 생산하려는 목적이다. 둘째는 품질 확보다. 특히 북한은 이른바 ‘주제철 공법’으로 철을 생산하는데, 북한에서만 쓰는 방식이라 해외에서는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주체철은 전량 수입해야 하는 코크스 대신 매장량이 풍부한 무연탄을 때는 무연탄 가스발생로를 이용한 공법이다.

셋째는 군수물자 생산기지를 러시아 서부에 설치함으로써 운송 경로를 단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선박으로 나진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실어간 뒤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 전선으로 운반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넷째는 북한과의 모든 무기 거래를 금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대한 부담이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2006~2017년에 걸쳐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를 받고 있다. 러시아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 제재에 동참하거나 최소한 비토권은 행사하지 않았다.

한국의 분쟁 불개입 원칙과 우크라이나 우회지원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회동한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가 돌아온다면 또다시 한반도 정세는 급변할 것이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북한의 무기·탄약 생산 공장까지 가져간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과의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일 수 있다. 아울러 현재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얼마나 무기·탄약 부족에 시달리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정황증거이기도 하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러시아에 군수공장들을 통째로 보냈다는 정보의 진짜 소스다. RFA 보도에서 소식통은 “군수공장 간부 친구에게서 들은 내용”이라고 정보원을 언급했다. RFA의 보도 그대로 휴민트(인적정보자산)를 확보해 얻은 정보일 수도 있지만, 한·미 당국이 정보자산을 이용해 북한의 통신을 광범위하게 감청한 결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정보당국은 고공을 선회하는 정찰위성과 휴전선 남쪽이나 동·서해의 공해 상공을 비행하는 정찰기나 고고도 정찰기, 두만강 하구 공해상 등에서 수상선박이나 잠수함을 활용한 해상 감시 그리고 통신감청으로 북한 전역에서 정보를 수집해왔다. 공중·해상·수중에서 확보한 정보를 감청과 통합해 정보원의 위치와 이동 상황을 파악할 정도로 고도의 디지털 정탐기술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를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이런 정보를 공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신원식 국방부장관이 지난 2월 “북한이 지난해 9월 7일~10월 1일 나진항을 통해 러시아에 ‘컨테이너 6700개 분량의 포탄’을 제공했다”는 정보를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신 장관에 따르면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포탄은 러시아군 제식 포탄인 152㎜탄 기준 300만 발 이상, 방사포탄 기준 50만 발에 이르는 물량이다.

러시아는 그 대가로 북한에 9000여 개의 컨테이너를 보낸 것으로 파악된다. 거기에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식량과 연료가 당연히 포함됐을 것이다. 아울러 러시아에 보낼 무기와 탄약 생산에 필요한 원료와 부품은 물론 북한의 군사력 증강과 대량파괴 무기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물자가 다량 포함됐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북한에 무기나 일정량 이상의 연료를 공급하는 것은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 참여하는 유엔안보리의 결의를 위반하는 일이다.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와 기술 등을 제공하면서 한반도의 전략적 안정과 군사적 안정을 깨뜨릴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도 한국의 포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은 포병 강국으로서 K-9 자주포를 비롯한 수많은 장비는 물론 포탄도 다량 보유하고 있는 데다 생산력도 세계적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한국이 동의한다면 미국은 41일 안에 33만 발의 155㎜ 포탄을 확보’할 수 있다. 서유럽 국가들의 1년 치 생산분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한국은 약 3000문의 155㎜ 자주포를 운용하며 다연장로켓포(MLRS)도 수준급이다. 105㎜ 포탄은 340만 발 정도 보유해 처리에 고심할 정도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주한미군 보유 포탄의 일부를 미국이나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한국 방산업체는 주한미군에 포탄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이 분쟁 불개입 원칙을 지키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포탄 기근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우회 지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재집권이 몰고 올 대북 정책 전환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둘러싼 변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선거 유세를 하는 도중 20세 청년 토머스 매슈 크룩스의 저격을 받았지만, 귀에 상처만 입었을 뿐 무사했다. 이어 15일에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트럼프는 포퓰리즘 보수주의자로 불려온 오하이오주 연방 상원의원 J.D.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트럼프는 암살 시도 직후 비밀경호국 요원들에 에워싸여 자리를 피하는 과정에서 성조기를 배경으로 지지자를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 AP통신 사진기자 에번 부치에 의해 포착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트럼프는 이 사건으로 11월 5일 열릴 예정인 미국 대선 승리에 더욱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되면 특유의 고립주의·보호무역주의·동맹회의론이 더욱 강하게 부각될 것으로 우려된다. 푸틴과 가까운 트럼프가 집권한 뒤 공언한 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포기하거나 대폭 축소하면 글로벌은 다시 한 번 요동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아닌 유럽 국가들이 나토를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조 바이든이 추구했던 동맹 중심의 전략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규범과 질서는 재편이나 폐기가 불가피해진다. ‘미국의 고립이나 쇠퇴’라는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국제사회의 격변이 예상되는 이유다. 싫든 좋든 대북정책도 근본적인 변화의 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202408호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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