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등 몇몇 거대 기업이 무너지긴 했지만 재계에서 여전히 생존을 좌우하는 조건 가운데 하나가 ‘몸집’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이탈리아 작가 주세페 디 람페두사의 유일한 소설 (Il gattopardo)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로, 필자가 ‘포브스 2000’ 리스트를 훑어보면서 떠올린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흔히들 21세기는 100년 전과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거라고 이야기했다. 정보혁명이 경제학 법칙을 바꿔놓고 있다, 역사는 죽었다, 오늘의 신생 업체가 내일의 거대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떠들어댄 것이다.
그러나 ‘포브스 2000’ 리스트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적어도 대기업에 관한 한 올해 세계 경제는 1904년 세계 경제와 다를 게 거의 없다. 오늘날의 세계 대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100년 전에도 존재했다. 더욱이 현 경제의 핵심 부문은 1세기 전에도 핵심 부문이었다. 1990년대 후반 ‘신경제’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세계화는 대서양 횡단 케이블 부설로 시작해 1차대전으로 끝난 1세기 전 세계화와 다를 게 없다. 간단히 말해 미국의 전설적인 은행가 존 모건(John Morgan?867~1943)이 되살아나 이번호 포브스를 본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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