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귀를 막고 있는 것일까. 대중은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주주의 돈으로 자기 배만 불리기에 바쁜 기업인들이 있다. 이들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적(敵)이 아닐 수 없다. 2002년 7월 30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마침내 ‘사베인스 옥슬리 법안(Sarbanes-Oxley Act)’에 서명했을 때 상하 양원 의원들은 일제히 손뼉을 쳤다. 사베인스 옥슬리 법은 엔론(Enron) ·월드콤(Worldcom) 등 대기업의 잇단 몰락과정에서 빚어진 내부거래 ·이해충돌 등의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 부랴부랴 만들어졌다. 그러나 법안이 발효되기 바로 전날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있는 부동산투자신탁업체(REITs ·리츠)크레슨트 리얼 에스테이트 에쿼티스(Crescent Real Estate Equities)의 경영진은 새 법의 칼날을 피하는 데 골몰하고 있었다.
사베인스 옥슬리 법의 주요 조항 가운데 하나가 기업이 자체 자금으로 임원들에게 신규대출은 물론 이미 빌려준 돈의 만기 연장까지 일절 금한다는 것이다. 과거 크레슨트는 CEO 존 고프(John Goff)에게 2,600만 달러, 임원 대여섯 명에게 900만 달러를 빌려준 바 있다. 이 회사는 대출금의 용도가 자사 주식 매입용이라는 점을 내세워 이 대출금의 만기를 10년이나 연장시켜 버렸다.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