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첨단기술 관련 산업에 비하면 호텔·리조트·레스토랑 등 ‘환대(hospitality)’산업의 변화 속도는 더딘 편이다. 시대가 변한다고 고객을 최우선으로 배려하는 서비스의 기본 정신은 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신기술과 트렌드를 적극 수용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은 늘 있어왔다. 개관 1년 만에 아시아의 대표적인 신생호텔로 우뚝 선콘래드서울이 좋은 예다. 여의도 콘래드서울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서 만난 닐스 아르데 슈로더(44) 총지배인은 ICT 관련 트렌드를 접목한 이 호텔의 서비스를 ‘스마트 럭셔리’ 서비스라고 불렀다.

“호텔 방에서 팩스만 보낼 수 있어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특급호텔에서 한때 노트북 대여 서비스가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대부분 고객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스마트기기를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최상의 무선인터넷 접속 환경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독일 함부르크가 고향인 슈로더 총지배인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밀레니엄 서울 힐튼에서 일했다. 이후 중국 베이징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루의 힐튼호텔에서 경영 개발팀 총책임을 맡았다. 2006년에는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의 초대 총지배인을 역임하고 다시 한국과 연을 맺었다(콘래드는 힐튼월드와이드 체인 중 최고 럭셔리 브랜드다).

19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인상, 어떤 질문에도 시종일관 여유와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에서 호텔리어로서의 남다른 경험과 내공이 묻어났다. 그는 “업무 관련 출장 중인 고객은 물론 가족여행 중에도 숙소에서 지구 반대편의 가족·친구·동료들과 ‘연결’을 원하는 시대가 됐다”며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매달 소프트웨어와 관련 시설을 업데이트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콘래드서울 객실에는 아이패드와 아이폰 등 애플의 스마트기기를 TV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미디어 허브’를 업계 최초로 설치했다.

특급호텔이 저마다 ‘최고’를 자부하며 서비스와 시설을 통한 ‘고객감동’ 실현에 여념이 없는 요즘 이런 세밀함의 차이는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 호텔은 최근 싱가포르에 본사를 관광 전문지 TTG에서 주관하는 ‘2013 TTG 트래블 어워드’에서 ‘서울 최고의 호텔’로 선정됐다. 이 외에도 국내 호텔 중 유일하게 여행 전문지 ‘데스틴 아시안’ 선정 ‘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의 신생 호텔’에 이름을 올렸다.

TTG는 1989년부터 각국의 항공사와 여행사·호텔 등을 대상으로 17개국 1000여 명의 관광전문 기자단과 7200명의 전문패널이 투표로 선정하는 트래블 어워드를 진행해왔다. 데스틴 아시안은 아시아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잡지로 2004년 10월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의 신생호텔과 리조트를 선정하는 ‘럭스 리스트’를 발표해 왔다. 올해는 12개국의 35개 호텔·리조트가 수상했으며 국내 호텔 중 콘래드서울이 유일하다.

톰 크루즈 등 할리우드 스타 다녀가

슈로더 총지배인은 ‘고객의 만족스런 경험’이 수상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개관 준비과정부터 함께한 500명 직원에게 공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모든 고객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귀 기울여 듣습니다. 고객에게 직접 의견을 들을 기회도 많지만 온라인 여행사이트 등 우리 호텔에 대한 리뷰가 올라가는 곳 모두가 주요 분석 대상이죠. 처음에 만족하지 못한 부분이 있던 고객이 다시 찾아와 만족한다면 큰 기쁨이고 보상입니다.”

37층 높이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서 굽어본 서울과 한강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그는 “80% 이상의 객실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다”고 했다. 개관한지 1년이 채 안됐지만 톰 크루즈, 아놀드 슈왈제네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서울을 찾은 할리우드 스타가 콘래드서울에 묵으며 이 멋진 풍경을 감상했다.

콘래드서울이 개관하기 전만 해도 여의도는 특급호텔의 ‘변방’에 가까웠다. 고궁과 박물관·재래시장 등 전통 관광 자산이 밀집한 시내 중심이나 패션과 쇼핑의 중심으로 유행을 선도하는 강남이 호텔시장을 양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로더 총지배인은 시내와 강남은 물론 인천공항까지 어디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의도의 장점에 주목했다. 호텔이 있는 여의도 최초의 쇼핑몰 IFC몰의 개관도 큰 힘이 됐다.

“10년 전만 해도 주말에 여의도로 놀러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주말마다 행사가 끊이지 않는 매력적인 ‘작은 섬’으로 변했습니다. 외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도 콘래드 서울에서 묵으며 여의도를 재발견하고 갑니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와 ‘강남스타일’ 열풍이 서울을 새롭게 인식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죠.”

그는 처음 서울을 찾았던 15년 전을 떠올리며 달라진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의 청계천 자리에 도로가 있었던 것을 기억해요. 어딜 가나 교통체증에 시달렸고 시내 풍경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당시 (밀레니엄 서울 호텔에서는) 서울올림픽 개최도시라는 것과 일본 관광객이 많이 온다는 것, 그리고 주한미군의 3가지가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였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누구나 오고 싶어하는 멋진 도시(wonderful city)가 됐습니다.”

성공적인 1년을 보냈지만 슈로더 총지배인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호텔로 성장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며 더불어 성장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겁니다.”

한편 콘래드서울은 개관 1주년을 맞이해 특별 패키지와 프로모션을 선보인다. 기존에 호텔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던 프로모션과 달리 진정한 고객 중심의 맞춤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디자인 유어 럭셔리(Design Your Luxury)’ 객실패키지는 고객 개개인이 누리고 싶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객실 업그레이드, 2인 조식 뷔페 이용, 식음료 업장에서 사용가능한 3만원 상당의 현금 바우처 중 원하는 혜택을 택일할 수 있다.

고객 개개인의 웨딩 니즈를 반영해 진행하는 맞춤형 웨딩 서비스도 있다. 내년 12월 31일까지 그랜드 볼룸 예식을 올해 안에 예약한 고객은 브라이덜 샤워, 애프터 파티, 칵테일 리셉션, 상견례 중 하나를 택해 500만원 상당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개관 1주년 기념일인 11월 12일에는 호텔 내 모든 식음료 업장에서 메인 메뉴를 주문한 성인 고객에게 프리미엄 하우스 샴페인 떼뗑져(Taittinger)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