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현장 제작 설치 프로젝트 인터플레이(Interplay)전이 화제다. 글로벌 예술가 4팀의 협력전으로 장르의 경계를 허문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맨발로 들어선 전시실 안에는 11만 개의 백색 끈이 빽빽하게 천장에 매달려 있다. 각기 다른 길이의 끈들은 부드러운 곡선의 흐름을 그린다. 천천히 그 사이로 걸어 들어가면 눈 앞에는 끈 이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얼굴을 스치는 끈들의 촉감을 느끼며 전시실 끝에 다다르자 눈부신 백색의 빛이 눈 앞에 펼쳐진다. 마치 깊은 명상에 빠져 들었다가 다시 눈을 뜬 느낌이다.

오마키 신지(Shinji Ohmaki, 44)의 ‘리미널 에어-디센드’는 서로 다른 성질의 공기가 만났을 때 흐르는 에너지를 일본 전통 매듭방식을 이용해 형상화했다. 동경예대 조소과 교수로 재직중인 신지는 자신의 작품을 “제로의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벽에 있는 모든 정보가 지워진 백색 공간”에서의 초감각적인 경험은 하늘에 떠 있는 듯한 극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반면 그 앞의 창고 전시실에서는 고전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지니 서(Jinnie Seo, 52)의 ‘유선사’는 조선시대 문인화가 ‘강희안’의 산수화와 ‘허난설헌’의 시에 드러난 도교적 예술관에서 얻은 영감을 일상적 소재를 이용해 재창조했다. 허공에는 서로 견고하게 엮인 수천 개의 플라스틱 빨대들이 매달려있다. 바람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가는 구름의 형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닥에는 동그랗게 말린 장판지들이 산등성이의 곡선을 이룬다. 전시실을 거닐다 보면 마치 산수화의 옛 풍경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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