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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글로벌 시장 개척과 디지털 금융 강화로 리딩뱅크 수성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조용병(61)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엉클(Uncle) 조’로 불릴 정도로 조직 내 든든한 맏형을 자부하는 그는 “글로벌 시장 진출과 디지털 사업 강화라는 두 축으로 신한을 이끌겠다”며 ‘리딩뱅크’ 수성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5년 12월 금융권 최초로 비대면 실명확인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한 모바일 뱅킹 써니뱅크를 출시했다. / 중앙포토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5년 3월, 조용병 회장은 자신의 신한은행장 취임식에서 3대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흔들림 없는 위상의 확립’, ‘월드 클래스 뱅크로의 도약을 위한 기반 구축’, ‘자랑스러운 신한 문화의 계승 및 발전’이다. 임직원들에게는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원대한 뜻을 이루자는 ‘치원공니(致遠恐泥)’ 자세를 주문했다. 그후 지난 2년간 자신이 내세운 전략을 충실히 이행했다. 성과도 좋았다. 취임 후 자산은 매년 10% 안팎으로 증가했고, 순익도 늘었다. 신한지주의 지난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은 2조1627억 원이다. 지난 2012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2조원을 넘었다. 저성장·저금리 탓에 영업 환경이 녹록하지 않았던 상황에서도 리딩뱅크 자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더욱 커졌고, 2010년 9월 당시 은행장이 현직 지주 사장을 고소하는 ‘신한사태’ 발생에 따른 흔적 지우기에도 힘을 쏟았다.

안정적인 성장을 이끈 조 회장은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의 뒤를 이을 회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 후 뉴욕지점장, 글로벌 사업담당 전무, 리테일부문 부행장 등을 거쳤다. 2013년엔 신한BNP파리바 최고경영자(CEO)의 경력도 있는 만큼 차기 회장 후보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월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만장일치로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 내정자로 선정했다. 회추위 위원장인 이상경 사외이사(전 헌법재판소 재판관)는 브리핑에서 “조용병 후보는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장으로서 요구되는 통찰력,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춘 인사”라며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에 대응해 조직의 변화를 리드하고 글로벌 시장 개척과 성과 창출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힘을 실어주었다.

신한지주는 글로벌 신한금융이라는 기치 아래 글로벌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행장 시절 그의 글로벌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도 인도네시아 현지은행인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이하 BME)를 인수한 일이다. 지난 5월 신한인도네시아은행(BSI)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또 인도네시아 현지은행CNB까지 인수해 BSI와 통합했다. 지난해 초에는 ‘G.P.S. 스피드업(Speed-Up)’이란 화두를 내걸었다. ‘G.P.S.’는 글로벌(Global), 플랫폼(Platform), 영역 세분화(Segmentation)를 뜻한다. 다양한 경영전략 중 글로벌을 가장 먼저 내세운 것만으로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9월에는 미얀마에서 한국계 은행 처음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미얀마 진출을 위해 2013년 미얀마 대표사무소를 설립한 이후 올 3월 한국계 은행 최초로 지점 예비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한국 은행들은 2년 전 미얀마에서 은행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신한은행만이 유일하게 은행업 면허를 얻었다. 인도 지역도 한국계 은행 최초로 2개 지점 개설 승인을 받아 인도 내 6개 지점을 확보하게 됐다.

이미 흑자를 내고 있던 베트남 시장에서도 발군의 성적표를 썼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최근 4개 지점 개설 승인을 받아 올해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중 최다 네트워크인 18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미국 샌디에이고, 캐나다 코퀴틀람(밴쿠버), 호주 시드니에 진출했다. 은행장 취임 이전 16개국 72개였던 글로벌 지점은 취임 후 지난해 말까지 20개국 150개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내실 없이 지점 늘리기에만 힘쓴 건 아니다. 특화된 맞춤형 상품도 내놨다. 베트남 금융권 최초로 자동차 딜러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동차 구매 고객의 대출을 신청·접수하는 ‘써니뱅크 마이카 서비스’를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처럼 현지화와 혁신적인 상품을 기반으로 신한은행은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중 최다 네트워크를 보유한 1등 은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런 다양한 노력 끝에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8.7%, 2015년 10.5%로 늘었다. 은행 수익의 1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변화에 도전하는 뚝심있는 리더’ 평가

내부에서는 변화에 도전하는 뚝심있는 리더로 평가된다. 업무추진 능력도 출중하다. 그는 2006년 신한은행 강남종합금융 센터장 시절 전국 영업실적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경기도 분당 미금동지점장으로 일할 때는 인근 토지보상 이슈가 걸려 있던 지역의 영업을 따내면서 발군의 영업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CEO 때에도 그의 업무추진력은 빛났다. 2014년 11월 당시 업계에 첫선을 보인 ‘서울시 지하철 9호선 펀드’는 그의 아이디어다. 당시 주식·채권에만 집중하던 관심을 다른 자산으로 돌린 것이다. 이 상품은 지하철 9호선에 투자하는 펀드로 당시 기대수익률은 연 4%였다. 또 서울시가 수익을 일정 보전해주는 구조라 출시 후 하루 반나절 만에 조기 완판(완전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신한은행의 한 부장은 “국내외 업무를 두루 알고 있어 환경 변화에 따른 상황판단이 빠르다”고 말했다.

그의 별명은 ‘엉클(Uncle) 조’다. 후배 직원들이 어려울 때 해결해주는 든든한 맏형, 삼촌이라는 의미로 부서장 시절부터 줄곧 이렇게 불렸다. 이런 별명을 얻을 수 있었던 배경엔 인사부 근무를 거치며 인력 특성에 대해 이해도가 빨라진데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하는 용병술도 능하기 때문이란 설명이 뒤따른다.

조 회장은 3월 23일 주주총회에서 정식 취임해 3년간 회사를 이끈다. 자산 490조원에 달하는 그룹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그의 어깨는 무겁다. 신한지주는 신한은행-신한카드-신한생명-신한금융투자를 주축으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췄지만 성장성은 다소 떨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저금리·저성장 장기화로 국내 영업만으론 한계가 있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쉽지 않다. 올해부터 대출 가이드라인 강화, 부동산 경기 침체, 한계 기업 증가로 영업환경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계속 순이익 2조원대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비은행 부문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도 고민이다. 그룹의 전체 순이익 가운데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5년 42%에서 지난 2016년 35% 안팎으로 줄었다. 카드와 증권 등 수익이 줄고 있어서다. 신한카드는 은행에 이어 그룹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계열사다. 그러나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카드 소비가 줄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업황 부진에 따른 수수료 감소로 실적이 1년 전과 비교해 반 토막으로 줄었다. 업계 4위를 유지하던 신한금융투자는 실적 부진 속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KB증권을 초대형 투자은행(IB)로 육성하는 만큼 신한금융에게도 압박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그룹의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3조 원으로 늘렸다. 3조원 이상이 되면 IB,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대출, 중개, 주문, 결제서비스를 하는 PBS(Prime Brokerage Service), 기업대출 등이 가능해진다.

또 올해는 1위 탈환을 노리는 국민은행의 추격이 만만찮을 전망이어서 신한은행의 리딩뱅크 수성도 큰 과제다.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으로 더욱 치열해질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과감한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다. 은행에선 디지털로의 전환을 위해 어떠한 새로운 시도를 할지 관심거리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제2의 신한베트남은행 같은 성공 사례를 찾아내야 한다는 점도 과제다. 지난 2015년 12월 금융권 최초로 비대면 실명확인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모바일뱅킹 써니뱅크, 신한금융 계열사들의 금융서비스와 포인트 등의 모아 사용할 수 있는 신한FAN 등을 내놨지만 다른 은행들과의 차별점이 별반 없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신한금융이 올해에도 지난해와 같은 호실적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면서 “올해 성장 요인이 많지 않은데다 저성장에 대출증가율까지 둔화돼 무엇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인지 답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폐쇄적 조직문화 개선은 과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직원의 행복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자율 출퇴근, 스마트워킹센터 근무, 재택근무 등이 가능한 스마트 근무제를 도입했다. / 중앙포토
조 회장은 지난 2월 1일 경기도 용인소재 연수원에서 열린 ‘2017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개인과 조직의 역량, 시스템, 기업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비교를 불허하는 신한을 만들어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 진출과 디지털 사업 강화라는 두 축으로 신한을 이끌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폐쇄적 조직문화는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한지주의 CEO는 신한은행 또는 계열사를 거쳐 수장이 됐다. 그만큼 ‘순혈주의’가 강하다는 의미다. 1957년생인 조 회장이 취임 후 큰 대과 없이 회장직을 수행한다면 만 70세까지 회장직이 수행할 수 있다. 3연임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인사들의 ‘그들만의 리그’가 이어진다면 조직문화는 더욱 폐쇄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도 이같은 문제 제기를 의식한 듯 ‘신한 문화’를 두고 “조직이 개방적인 문화를 가지고 여러 인재를 등용할 때 신한 1000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며 차후 탕평인사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6년이 넘게 이어진 신한사태의 그림자도 완전히 털어내야 할 과제다. 지난 3월9일 대법원1부는(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심과 마찬가지로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의 지시에 따라 2억6000만원의 경영자문료를 횡령했다는 혐의만 인정했다. 나머지는 모두 무혐의로 결론 냈다.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은 재일동포 주주로부터 기탁금 5억원을 받은 혐의(금융지주회사법 위반)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이 확정됐다.

그러나 논란의 불씨는 아직 남았다. 신전 사장이 회사를 상대로 정신적·물질적 손해배상 소송 등에 나설 뜻을 내비쳐서다. 그는 “신한금융이 조직과 개인에 큰 상처를 준 만큼 정확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관심은 신 전 사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느냐에 쏠린다. 신한지주 이사회는 신 전 사장이 2005~2008년 부여받은 스톡옵션 23만 7678주에 대해 재판을 이유로 행사를 보류한 상태다. 3월14일 종가(4만9700원)를 고려하면 신 전 사장이 스톡옵션 행사로 얻게 될 시세차익은 20억원이 넘는다. 만약 이사회가 신 전 사장의 스톡옵션 행사를 제한할 경우 또다시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조용병 회장 프로필

1957년생(60세) 대전고, 고려대 법학
1984년 신한은행 입행
2007년 신한은행 뉴욕지점장
2009년 신한은행 경영지원 전무
2011년 신한은행 리테일부문 겸 영업추진그룹 부행장
2013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2015년 신한은행장

201704호 (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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