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의 전부 또는 일부, 철회 가능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A씨가 모든 재산을 기부한다는 유언장을 고치거나 폐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C에게 아파트를 남긴다는 유언장을 남긴 것이다. 내용이 상충하는 유언장이 두 개인 셈이다. 일단 B는 아버지 평소 지론대로 재산을 모두 기부하겠다는 첫 번째 유언장이 효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C는 아파트만은 자신에게 주기로 했기에 두 번째 유언장이 효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C의 채권자는 이 소식을 장례식에서 듣고, 상속 등기부터 하라고 독촉했다. 실제 얘기다.갈등하던 두 형제는 갑자기 고민에 빠졌다. 우선 시기를 달리하는 유언장의 내용이 다른 경우 어떤 유언장이 효력이 있는지 여부. 두 번째 유언장이 효력이 있다면 상속포기 각서를 작성한 C가 정말 유언대로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지도 궁금했다. 여기에 C의 채권자가 물려받은 아파트를 강제집행할 수 있는지, 이럴 경우 그냥 두 번째 유언을 그냥 포기해버리는 게 가능한지도 물었다. 더 나아가 두 유언이 상충되는 바 두 번째 유언이 철회가 가능하다면 첫 번째 유언도 철회해 기존 재산을 상속분할할 수 있는지도 두 형제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일단 법적으로 보면 유언 철회는 가능하다.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서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민법 제1108조). 또 유언 후의 생전 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는 경우에는 민법 제1109조에 따라 저촉된 부분의 전 유언은 이를 철회한 것으로 본다(대판1998.6.12.선고97다38510판결). 저촉이란 후의 행위가 전의 유언과 양립될 수 없는 취지로 행해졌음이 명백한 것을 의미하는데 A가 전 재산을 기부하는 내용의 유언을 작성한 후 C에게 아파트를 유증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한 행위는 그 범위에 한하여 전의 유언과 양립될 수 없는 취지로 행하여진 것이 명백하기에 아파트를 기부한다는 유언 부분은 일부 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판례에 따르면 두 번째 유언에 따라 C는 아파트를 유증받을 수 있다.상속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각서도 무효다. 대법원은 “상속개시 전에 한 상속포기약정의 효력은 무효이다(대판1998.7.24.선고98다9021)”라고 밝혔다. 따라서 C는 상속포기 각서를 작성했어도 유증으로든 상속재산 분할을 통해서든 상속받을 수 있다.C가 유증으로 아파트를 소유한 경우 C의 채권자는 권리행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C가 그 아파트가 채권자 손에 넘어가는 게 싫다면 유증을 포기하면 된다(민법 제1079조). C가 유증을 포기해도 철회했던 첫 번째 유언이 다시금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두 번째 유언이 존재함으로써 첫 번째 유언은 효력을 상실했다. 따라서 아파트는 상속재산으로 분명하게 남게 됐고, 이에 대한 유언이 없다면 C가 유증을 포기해서 B가 갖거나 둘이 나누면 된다.C의 채권자 입장에선 두 형제가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통해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C가 포기하게 되면 상속재산협의가 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범위에서 협의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채무초과상태에 있는 채무자인 상속인 C가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면서 유일한 상속재산인 부동산에 관해서 자신의 상속분을 포기하기로 하였다면 채권자를 해하는 법률행위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상속포기라고 하면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통한 상속포기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법원을 통한 상속포기와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결국 C는 유증을 포기하고 가정법원을 통해 상속포기로 상속인 지위에서 벗어나 B가 온전히 아파트를 취득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통해선 소유권 포기 여부도 결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