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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것도 없는데 내는 상속세? 

 

윤여정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우리나라 상증세 법에는 추정상속재산이라는 제도가 있다. 부모가 사망하기 전에 재산을 처분하거나 예금을 인출해 현금을 직접 증여하는 변칙적 방법을 쓰는 사례를 고려한 조치다. 상속인이 금액의 사용처를 입증해야 한다. 입증하지 못하면 상속재산으로 간주하고 상속세에 포함시킨다.

사례 1

평생 열심히 일을 해왔던 A는 본인을 위한 선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아파트 한 채를 매각하고 그 돈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1년이 채 되지 않아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A가 매각 대금을 현금으로 받아 사용했기 때문에 부동산을 매각했다는 사실만 확인될 뿐 어디에 사용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례 2

B는 자녀들에게 일부 재산을 미리 증여하고 싶었다. 이에 아파트 한 채를 매각하고 매각한 돈을 자녀들에게 모두 현금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1년이 채 되지 않아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위 사례에서 A와 B는 모두 집을 매각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A는 아파트를 매각한 돈을 개인적으로 다 사용해(구체적인 사용처는 확인되지 않음) A의 자녀들은 매각 대금을 구경도 하지 못했다. B는 자녀들에게 모두 지급했다. 그런데 이 두 경우 아파트 매각 대금은 상속세 과세대상에 해당한다. 왜 그럴까.

사례 2를 먼저 보자.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은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과 상속개시일 전 5년 이내에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의 가액에 가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속세에는 누진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망을 대비해 피상속인이 재산을 미리 조금씩 증여함으로써 사후에 상속세를 줄이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1년 이내에 자녀들에게 지급한 현금은 상속재산에 포함된다. 대신 가산한 증여재산에 대한 증여세액은 상속세 산출세액에서 공제하도록 하고 있다. 어쨌든 사례 2의 경우 상속인에게 재산이 귀속되었으므로 수긍할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사례1이다. 상속인들은 피상속인이 아파트를 매각한 사실도 몰랐고, 매각 대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도 알지 못한다. 물론 매각 대금 중 일부도 받은 것이 없다. 그런데 왜 상속세 과세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일까. 상증세법에서 상속개시일 전 처분한 재산 등을 상속된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상속 개시 전 처분한 재산


피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해 받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에서 인출한 금액이 재산 종류별로 2억원 이상(상속 개시일 전 1년 이내) 또는 5억원 이상(상속 개시일 전 2년 이내)으로서 그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상속인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된다. 따라서 사례1에서 처분한 부동산의 가액이 2억원 이상이고, A가 부동산 매각 대금을 현금으로 수령해 모두 사용했다면 그 용도를 객관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한 상속세 과세대상이 된다. 만약 부동산 처분으로 수령한 현금이 3억원이고, A가 원래 통장에 보유하고 있었던 1억원도 인출되어 그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4억원이 전부 추정상속재산에 포함될까. 이 경우 통장에서 인출한 1억원은 추정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2억원 또는 5억원의 기준은 재산 종류별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재산 종류는 ① 현금 예금 및 유가증권, ② 부동산 및 부동산에 관한 권리, ③ 기타 재산으로 구분하게 되어 있어 현금 예금 및 유가증권, 즉 예금에서 인출한 1억원은 기준금액 미만이므로 제외된다.

상속 개시 전 부담한 채무

상속 개시 전 부담한 채무는 두 종류로 나뉜다. 먼저 피상속인이 부담한 채무의 합계액이 2억원 이상(상속 개시일 전 1년 이내) 또는 5억원 이상(상속 개시일 전 2년 이내)으로서 그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경우는 상속인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된다. 이는 상속 개시 전 처분한 재산과 동일하다. 채무부담액인 금전의 사용처가 객관적으로 불명확한 경우에 이를 상속인이 수령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피상속인이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금융회사 등이 아닌 자에 대해 부담한 채무로서 상속인이 변제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도 상속재산에 포함된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금융회사 등이 아닌 자에 대해 채무를 부담한 경우 채무부담 행위 자체의 진실성이 의심스럽기 때문에 상속인이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기간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상속추정의 배제

최근에는 가족의 경제생활이 부자나 부부 사이에서도 개별화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에 피상속인이 상속 개시 전 처분한 재산과 상속 개시 전 부담한 채무의 용도를 상속인들이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현금을 사용하면서 증빙을 꼼꼼히 챙기는 경우가 드물고, 특히 그 사용처가 은밀하고 불법적이라면 더욱 확인하기 어렵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반영해 상증세법은 입증되지 아니한 금액이 전체금액의 20% 미만과 2억원 중 적은 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으면 추정하지 않는 규정을 뒀다. 하지만, 피상속인이 거액의 현금 인출 또는 재산 처분을 하거나 채무를 부담한 후 그 사용처를 정리해두지 않으면 상속인들은 예상치 못한 상속세를 부담하게 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201907호 (201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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