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칩 공급 부족에도 불구하고 크리스 린은 기술 기업 에이스피드의 성장을 견인할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글로벌 칩 공급 부족으로 대만 소재 에이스피드 같은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 기업)들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다른 기업들이 사업에 필요한 칩을 찾고 있지만, 이 핵심 재료가 부족한 탓에 에이스피드의 매출은 정체되고 있다. 에이스피드를 설립한 크리스 린(60) 회장은 “고객이 아닌 공급이 매출을 좌우하고 있다”며 “이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다른 팹리스와 마찬가지로 에이스피드는 자사가 설계한 칩을 만들어줄 TSMC 같은 파운드리에 의존한다. 지금까지는 통하는 전략이었다. 매출과 이익 모두 탄탄한 성장을 지속하면서 에이스피드는 2020년까지 포브스 아시아의 우수 중소기업에 7년 연속 선정됐다. 이렇게 오랫동안 연속 선정된 기업은 에이스피드가 유일하다. 지난해 매출은 23% 증가한 31억 대만달러(1억1100만 달러), 순이익은 21% 증가한 10억 대만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 이후 매출과 수익이 3배 증가했고, 그 성공에 힘입어 지난 4년 동안 주가는 410% 급증했다. 올해도 지금까지 50%가 올랐다. 린이 소유한 회사 지분 14%의 가치는 102억 대만달러에 달한다. 린은 “회사를 설립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뒷걸음질친 적이 없었다”며 “성장 동력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오늘날 에이스피드의 성공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대단히 중요한 칩인 BMC(baseboard management controller)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배적 위치에 있다. 대만 소재 시장조사 기업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에이스피드는 글로벌 BMC 칩 시장에서 점유율 64%를 기록했다. BMC는 서버부터 저장장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기의 마더보드 안에 들어가서 IT 관리자가 기계와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과열 등의 문제를 모니터링하도록 도와준다.2021년은 힘든 해가 될 듯하다. 린은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고 말했다. 생산량 부족이 에이스피드 고객의 주문을 크게 제한했다. 1분기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33%에서 올해 2.5%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3월 말 에이스피드는 7억5100만 달러로 역대 두 번째 많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에이스피드 대변인은 이메일에서 “고객에 맞춰 수요와 생산량을 미리 재조정했다”며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이 조기에 팬데믹을 억제하는 데 성공한 것도 에이스피드가 사무실을 계속 운영하며 고객 주문을 제때 처리하는데 도움이 됐다.에이스피드는 TSMC 등 공급 업체와 “장기적인 협력”을 유지하며 공급 부족을 이겨낼 것이라고 이 대변인은 말했다. 그는 “웨이퍼 생산량은 공급 업체에서 조기에 예약된다”며 에이스피드는 고객, 상류 및 하류 공급망과 긴밀하게 협력해 공급 부족에 미리 대비했다고 덧붙였다.또 다른 구명줄은 린이 서버용 칩에 주력해왔다는 것이다. 린은 서버용 칩의 수익성이 스마트폰 등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 상품보다 높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용 칩은 회사 매출이 줄어들 때도 수익을 지켜줬던 에이스피드의 핵심 제품이다.서버용 칩에 주력한 덕분에 에이스피드는 고객을 유지하면서 대만과 미국 소재 고객으로부터 막대한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고 린은 말했다. 에이스피드는 고객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브래디 왕 애널리스트는 핵심 고객 가운데 대만의 IT 기업인 콴타 컴퓨터도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틈새시장용 칩 설계에 위험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에이스피드처럼 서버용 칩에 주력하는 기업들은 다양한 기기용 저전력 프로세서 제조에 전문화된 경쟁사에 밀려날 수 있다고 대만의 기술 컨설턴트 션 수가 말했다. 하지만 에이스피드가 데이터센터와 서버 등 틈새시장을 겨냥한 전략 덕분에 시장에서 돋보이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타이중의 시골 지역에서 자란 린은 자신이 공학 분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해준 인물로 중학교 1학년 때의 수학 교사를 꼽았다. “선생님은 사무실을 열어두고 계셨기 때문에 언제든 찾아가 대화할 수 있었죠.” 린은 말했다. “제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신 분입니다. 학생들을 무척 아껴주셨고요.” 이후 린은 대만국립칭화대에서 전기공학 학사 학위를, 대만 최고의 대만국립대에서 같은 분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대만국립 자오퉁대학에서 EMBA를 취득했다.학업을 마친 린은 1993년부터 2003년까지 대만 칩 설계 업체인 SiS(Silicon Integrated System)와 거기서 분사한 기업인 XGI 테크놀로지에서 경영직으로 일했다. 린과 함께 2004년 자본금 4500만 대만달러로 에이스피드를 설립한 팀원 8인 중에는 SiS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루크천도 있었다. 천은 현재 판매 부문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인텔 캐피털 등이 초기에 투자에 나서면서 에이스피드는 2012년 상장했다.린은 에이스피드의 장점 가운데 하나가 인재를 확보해 유지하는 것과 틈새시장을 향한 초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주식거래소에 따르면 에이스피드는 지난해 상장기업 가운데 급여 부문에서 14위에 올랐다. 인사 담당자들이 직접 채용하는 에이스피드의 소수정예 인력은 야근이 일상인 이 업계에서도 정규 업무 시간을 고수하고 있다고 린은 말했다. 린의 말에 따르면 회사 설립 이후 퇴사한 직원은 25명에 불과하다.수평적인 기업 구조와 린을 가르쳤던 수학 교사처럼 개방된 사무실 또한 직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린은 말했다. 임대한 한 층 전체에 넓게 개방되어 펼쳐진 구조는 위계를 무너뜨리고 공학자들이 부사장 4명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린은 “직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급여를 많이 줄 수 있다”며 “직원이 100명도 되지 않아서 너무 공식적인 분위기에서 회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한 충성스러운 직원은 고객이 원하는 칩을 빠르게 설계해 최신 기술 틈새시장을 차지하고 회사의 번영을 이끌었다.린은 너무 좁은 분야에 집중했을 때 위험 요소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향후 클라우드 컴퓨팅과 AI기반 하드웨어를 뒷받침하는 장비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또 데이터 출처 근처에서 연산이 이뤄져서 반응 시간을 높이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에지 컴퓨팅 붐도 활용할 계획이지만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현재는 화상회의용 칩이 린의 주요 관심사다. 에이스피드는 현재 설계 중인 기술을 확장하기만 하면 화상회의용 칩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줌이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 이 분야에 뛰어들기에 좋은 여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때로는 파도에 살짝 발만 올려도 그 물결에 올라타서 모멘텀을 즐길 수 있다”고 린은 말했다.※ 오늘날 에이스피드의 성공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대단히 중요한 칩인 BMC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배적 위치에 있다.- RALPH JENNINGS 포브스아시아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