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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법상 ‘거주자’ 

 

한국 조세법상 ‘거주자’는 소득에 대해 신고·납부 의무가 있고, 비거주자는 한국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서만 신고·납부 의무가 있다. 상속과 증여로 넘어가면 ‘거주자’ 여부에 따라 세금이 달라질 수 있다.

조세법상 ‘거주자’란 국가가 누구의 어떤 소득에 대해 과세권을 갖는지, 즉 국가의 과세관할을 설정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과세관할을 설정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한 나라에 속하는 납세의무자’에 대해 그 나라에서 얻은 소득뿐만 아니라 전 세계 소득을 모두 과세하는 속인주의(屬人主義) 방식이고, 둘째는 납세의무자의 거주자 여부와 무관하게 그 나라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속지주의(屬地主義) 방식이다. ‘거주자’란 속인주의 방식에서 한 나라에 속하는 납세의무자로 판단되어 그 나라에 전 세계에서 얻은 소득을 신고·납부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를 말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속인주의와 속지주의 제도를 병행해 자국에 속하는 거주자에 대해서는 전 세계 소득을 과세하고, 자국에 속하지 않는 비거주자에 대해서는 속지주의 기준으로 그 나라에서 얻은 소득만 과세한다.

우리나라 소득세법도 마찬가지이다. 거주자는 전 세계 소득에 대해 한국에서 신고·납부 의무가 있고, 비거주자는 한국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서만 신고·납부 의무가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피상속인의 거주자 여부를 기준으로 해, 피상속인이 거주자인 경우 국내·국외에 있는 모든 상속재산에 대해 상속세가 부과되나,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국내에 있는 상속재산에 대해서만 상속세가 부과된다. 증여세는 조금 더 복잡하다. 원칙적으로 수증자의 거주자 여부를 기준으로, 수증자가 거주자인 경우 국내·국외에 있는 모든 증여재산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되고, 수증자가 비거주자인 경우 국내에 있는 증여재산에 대해서만 증여세가 부과된다. 나아가 증여자의 거주자성도 고려해 거주자인 증여자가 비거주자인 수증자에게 국외에 있는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에는 거주자인 증여자에게 증여세가 부과된다.

한국 소득세법에 거주자는, ①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② 국내에 ‘183일 이상의 거소(居所)’를 둔 개인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거주자도 소득세법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거주자 여부는 국적 또는 영주권의 개념과 다르므로,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라도 ‘주소’ 또는 ‘183일 이상 거소’ 중 하나만 인정되면 거주자에 해당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도 위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했다면 비거주자에 해당한다. 실무상으로는 우선 ‘183일 이상 거소’ 요건을 살펴, 1과세기간 동안 국내에 체류한 기간이 183일 이상이라면 그 즉시 거주자에 해당하고, 183일 미만인 경우에는 국내에 ‘주소’에 둔 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주소’란 일반적으로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을 의미한다고 해석되며, 그 판정기준으로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국내 소재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판정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국내 체류일수,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국내 자산, 직업 등 국내 관련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내에 생활의 근거지를 두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① 183일 이상 계속 국내 거주를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때 ②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고,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183일 이상 계속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는 국내에 주소를 둔 것으로 보며, 반대로 국외에 거주 또는 근무하는 자가 외국 국적을 가졌거나 외국의 영주권을 얻은 자로서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없고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다시 입국해 주로 국내에 거주하리라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에는 국내에 주소가 없는 것으로 본다.

한편, 거주자나 내국법인의 국외사업장 또는 해외현지법인(내국법인이 지분의 100%를 직접 또는 간접 출자한 경우에 한정된다) 등에 파견된 임직원이나 국외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은 거주자로 보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실무상으로 ‘주소’ 판단에서 문제가 되는 요소 중 하나가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다. 남편은 외국에 주로 체류하며 외국에서 주로 소득을 얻고 나머지 가족은 한국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 그 남편을 거주자로 볼 수 있는지, 반대로 배우자와 아이들은 외국으로 유학 등을 위해 이주하였으나 남편은 혼자 국내에 남아 소득을 얻는 경우(이른바 ‘기러기 아빠’ 사안) 외국으로 이주한 가족들을 거주자로 볼 수 있는지가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안이다. 이때 문제가 되는 본인은 외국에서 주된 생활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면 단지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주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 법원이나 조세심판원의 판단 사례들을 보면 외국에서 주로 생활하는 본인의 생활관계를 더욱 중시해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더라도 비거주자로 판단한 사례들이 있다.

한편 ‘국내 소득 및 자산’도 문제가 될 때가 많다. 한국에서 외국으로 이주할 때 기존에 한국에서 보유하던 자산을 그대로 두고 있거나, 외국에서 얻은 소득을 그 외국의 법령상 외국인의 자산(주로 부동산) 취득이 제한되거나 외국인에 대한 재산권 보호가 약하다는 등의 사유로 인하여 한국으로 송금해 한국 자산을 취득한 경우가 대표적인 문제 사례이다. 그러나 한국에 보유한 자산이 주로 부동산 또는 예금·적금과 같이 그 자산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없거나, 관리가 필요하더라도 꼭 한국에 장기간 체류할 필요 없이 외국에서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경우,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등에는 국내 소득 및 자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거주자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법원 및 조세심판원 역시 위와 동일한 입장에서, 납세의무자가 국내에서 얻는 소득 및 자산에도 불구하고 다른 요소들을 모두 고려했을 때 비거주자라고 판단한 사례들이 있다.

한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각 나라는 자국 세법상 ‘거주자’의 기준을 달리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영주권자’ 또는 ‘Substantial Presence Test’라고 하는 183일 체류 요건을 갖춘 사람을 미국 거주자로 규정하고 있고, ‘시민권자’도 전 세계 소득을 모두 미국에서 납부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처럼 나라별로 ‘거주자’의 기준 및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한 사람이 동일한 시기에 여러 나라의 거주자 요건을 충족해 이중 거주자가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흔한 예로 미국 영주권자가 한국에서 183일 이상 체류한 경우, 미국 세법상 미국 거주자가 되는 동시에 한국 세법상 한국 거주자에도 해당한다. 이러한 미국 및 한국의 이중 거주자가 얻은 소득은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이중과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각 국가는 조세조약을 체결해 이중 거주자를 종국적으로 한 나라의 거주자로 결정하기 위한 거주자 판정기준(Tie-breaker Rule)을 마련해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은 조세조약을 체결할 때 OECD의 모델조세조약을 주로 참고한다. 2017년 11월경 개정된 현행 OECD 모델조세조약 제4조 제2항에 따르면, 어느 개인이 이중 거주자에 해당하는 경우 ①항구적 주거(Permanent Home)를 둔 국가 ②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Center of Vital Interests) ③ 일상적 거소(Habitual Abode)를 둔 국가 ④ 그 개인이 국민인 국가 ⑤ 양 국가의 관할당국이 상호 합의해 정한 국가의 순서대로 이중 거주자가 종국적으로 어느 나라의 거주자인지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실제로 우리나라가 체결한 조약들도 위와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다.

첫째, ‘항구적 주거’의 의미를 살펴보면, ‘여행 또는 출장 등과 같은 단기체류 목적이 아니라 그 이외의 목적으로 계속 머물기 위한 주거 장소로서 언제든지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주거’를 의미한다. 항구적 주거로 인정되기 위해 반드시 그 주거를 소유할 필요는 없고, 장기 임대차 계약 등을 체결해 임차한 곳도 항구적 주거로 인정될 수 있다. 또 항구적 주거를 판단할 때 그 주거 장소에서 체류한 일수를 고려하지 않으므로, 실제 체류일수가 단기간에 불과하더라도 항구적 주거로 인정될 수 있다. 이처럼 항구적 주거는 비교적 쉽게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이중 거주자 사안에서 항구적 주거 기준으로 거주지가 판단되는 경우는 찾기 어렵고, 대부분은 문제가 되는 두 나라에 모두 항구적 주거를 둔 것으로 인정되어 그다음 기준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중 거주자는 한 나라 거주자로만 결정

다만 한국과 미국 사이에 체결된 한미조세조약에는, OECD 모델조세조약과 달리 항구적 주거를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장소(the place where an individual dwells with his family)”라고 정의한 특별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한미조세조약 제3조 제2항 (e)호). 최근에 한국과 미국의 이중 거주자가 미국 주거지에는 가족들이 함께 거주한 반면 한국 주거지에는 주로 본인만 생활한 사안에서 한미조세조약상 항구적 주거가 어딘지 문제 된 사례가 있다. 법원은 한미조세조약상 항구적 주거에 대한 특별 규정은 ‘가족이 있는 개인’의 경우 그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장소만 항구적 주거로 보도록 정한 것이라고 해석해 가족들과 함께 거주한 미국 거주지만 항구적 주거에 해당하고, 본인만 생활한 한국 거주지는 항구적 주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둘째,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인데, 그 의미 및 판단 기준에 대해 대법원은 “양 체약국 중 그 개인과 인적 및 경제적으로 더욱 밀접하게 관련된 체약국이 어디인지를 살펴보아야 하고, 이는 가족관계, 사회관계, 직업, 정치ㆍ문화 활동, 사업장소, 자산의 관리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양 체약국 중 그 개인의 관련성의 정도가 더 깊은 체약국을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가 어디인지는 사안별로 특유한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조금씩 달리 판단되고 있으므로, 일관성 있는 판단 기준을 찾기 어렵다. 특히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의 고려 요소들이 양 국가에 흩어져 있어 어느 나라가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인지 명백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A나라에서 주로 소득을 얻고 있으나 이를 B나라로 송금해 상당한 자산을 취득하고, 가족 중 일부는 A나라에서 나머지 일부는 B나라에서 체류하고 있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처럼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다음 기준으로 넘어가 거주지를 판단해야 한다. 최근 법원 판결례 및 과세전적부심 결정례 중에서도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보아 그다음 기준인 일상적 거소 기준으로 거주지를 판단한 사례들이 있다.

셋째, ‘일상적 거소’는 통상 거주자가 문제 되는 본인의 ‘체류일수’를 기준으로 더 빈번하게 체류한 곳이 어디인지 판단한다. 객관적인 체류일수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납세의무자 입장에서 자신이 종국적으로 어느 나라의 거주자로 판단될 것인지 비교적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 학계에서는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가 명백한 경우에만 그 기준을 적용하고,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바로 다음 순위인 일상적 거소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만 양 국가의 체류일수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경우에는 일상적 거소로도 거주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고, 그 경우 다음 순위인 국적 및 상호합의 기준이 차례로 적용된다.

앞서 살펴본 조세조약상 거주자 판정 기준(Tiebreaker Rule)에 따라 이중 거주자는 종국적으로 한 나라의 거주자로만 결정된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소득세는 일반적으로 조세조약이 적용되지만 상속세 및 증여세에 대해서는 조세조약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소득세가 문제되는 사안에서는 한국 소득세법상 거주자에 해당하더라도 추가로 외국 세법상 거주자에도 해당하는 이중 거주자인지, 그렇다면 조세조약상 종국적인 거주지가 어디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상속세 또는 증여세가 문제 되는 사안에서는 한국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종국적으로 거주자 여부가 결정되고, 외국 세법상 거주자 여부 및 조세조약을 검토할 필요가 없다. 또 한미조세조약에는 미국 시민권자에 대해 미국의 과세권을 유보하는 조항이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그로 인하여 미국 시민권자는 한미조세조약상 거주자 판정 기준에 따라 종국적으로 한국 거주자로 판단되더라도, 거주지인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전 세계 소득에 대해 신고·납부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제화로 인해 인적·물적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면서 조세법상 거주자 여부가 문제 되는 사건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거주자 여부에 따라 어느 나라에 어느 소득을 신고·납부해야 하는지 납세의무의 범위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추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세법상 어느 나라의 거주자에 해당하는지 사전에 제대로 검토해 그에 따라 세법상 의무를 적법하게 이행하는 것이 현명하다.

- 이종명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2109호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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