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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앞당긴 자산 승계 

 

코로나19 팬데믹이 자산가들의 미래 준비를 앞당겼다. 자산가뿐만 아니라 고령층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집안마다 상황이 다르다 보니 상속이나 승계라는 말만 나와도 가족 간 갈등이 빚어지기 십상이다. 유언장 하나만 있으면 다 해결될 듯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최근의 코로나19 상황은 우리의 삶을 어지럽히고 있다. 강력한 여러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해 우리 사회에 여러 갈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위중증 환자의 증가는 병상 부족으로 이어져 다른 질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건강하던 사람들도 어느 날 갑자기 사망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죽음과 상속의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최근에는 고령화로 인한 자연 노화와 죽음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갑자기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리스크도 좀 더 세밀하고 개별적으로 점검하려는 니즈가 늘고 있다.

70대 김한라씨는 기업을 함께 경영해오던 아들의 병 앞에 가슴이 무너져내린다. 40대인 젊은 아들은 최근 중병에 걸려 완치가 어려운 상태다. 아들은 며느리와 사이가 안 좋아 5년 전 이혼했다. 손주는 이제 8살인데 김한라씨 부부는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어린 손주를 남겨놓고 갈 아들을 어찌 떠나보내야 하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

아들은 이혼 후 이미 김씨 부부와 함께 살고 있어 손주를 키워주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김씨는 아들에게 경영 수업을 시키는 과정에서 증여를 상당히 진행한 상황이라 아들의 상속 문제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아들의 상속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어린 손주를 위한 플랜을 정리해가고 있다.

유언으로도 후견인 지정할 수 있어

아들은 대학 졸업 후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서 근무하던 중 사내에서 짝을 만나 결혼했다. 이혼 후에는 회사 승계도 진행하기 위해 자신이 설립한 기업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잘해가고 있던 아들이라 모든 것이 순조롭다 생각했는데, 건강하던 아들이 중병에 걸렸다.

만약 아들이 이대로 아무런 조치 없이 유명을 달리한다면 상속은 어찌 될까? 아들에게는 이미 회사 주식 일부와 건물도 부담부증여를 했다. 중장기적인 절세플랜도 함께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던 중이라 임대소득과 배당을 통한 금전도 어느 정도 보유 중이다.

아들의 상속인은 당연히 어린 미성년 손주이다. 그런데 이혼한 전 며느리가 아이의 친권자로서 아이를 양육하고 상속받은 재산도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혼 가정의 상속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대출도 있고 상속세가 꽤 나올 정도의 재산 규모가 되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해놓지 않으면 안 된다.

가장 먼저 유언장을 준비해야 한다. 요즘은 병원 출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입원한 아들이 마음대로 유언장을 작성하기도 어렵다. 병원 현장에서도 공정증서 유언장을 작성할 수는 있지만, 최소 4~5명 이상의 관계인이 병원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아들의 상태가 더욱 위중해져서 유언조차도 하지 못할 정도가 되면 준비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건강할 때 준비해두어야 한다.

김씨의 경우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후견인으로 지정하여 유언을 하는 것이 좋겠다. 유언으로 후견인을 지정하게 되는데 이 절차를 활용하면 손주의 후견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유언장을 작성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유언을 통해 미리 미성년자의 후견인을 지정할 수 있는 제도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필자가 속한 센터에서도 공정증서 방식의 유언를 통해 후견인을 지정한 경우 고인의 사망신고와 함께 후견인 지정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법원의 판결을 받아오라는 담당 공무원을 설득한 일도 있었다. 그만큼 유언과 후견인 지정 제도를 활용하는 사례가 적다.

만약 미리 후견인을 지정해놓지 않으면 담당 공무원의 요구에 따라 법원의 후견인 선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는 등 번거로운 상황이 발행할 수 있다. 물론 친권이 없던 상황에서 다시 친권을 찾겠다는 생모와의 관계 정립은 별도 절차를 거칠 수 있지만 최소한 어린 손주의 복리를 위한 케어 공백은 줄일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사망하기 전에 미리 유언으로 내가 원하는 사람을 후견인으로 지정해두면 미성년 상속인 보호와 재산관리에 대한 근심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이다.

후견인 지정 외에 재단법인 설립, 친생부인, 유증, 인지, 상속재산 분할방법의 지정 또는 위탁, 상속재산 분할금지, 유언집행자의 지정 또는 위탁, 신탁 등도 유언으로 할 수 있다.

금융기관에 유언장 맡겨도 유족이 다시 동의해야

김씨는 먼저 아들이 보유한 재산 명세를 점검해야 한다. 아들이 보유 중이던 재산은 증여받은 회사 주식과 상업용 건물, 금전 등인데 이 재산에는 신탁계약을 통한 관리와 상속설계를 추천한다.

신탁은 본질이 계약이고 사전에 재산을 보유한 사람을 위한 가상의 재단이나 법인을 설정하는 것이다. 간단히 금전을 상품으로 운용하면서 만약 사망하면 누구에게 주라고 하면 그 자체로 바로 유언장의 효력이 발생한다. 신탁법 제59조의 유언대용신탁이 바로 그 근거 규정이다.

상속이 발생하면 유언장으로 모든 일이 해결될 것 같지만 실무적으로 금전재산은 금융기관에서 집행의 벽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금융기관에 제시된 유언장은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마지막에 작성된 유언장인지 알수 없기에 다른 상속인들의 동의를 요구하게 되는 실무적 한계가 있다. 그런데 신탁은 계약에 따라 다른 상속인들의 동의 없이 신탁계약에서 정해놓은 사후수익자에게 바로 금전재산을 이전할 수 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상속인들이 일정을 맞추고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크게 줄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주식 역시 김씨를 사후수익자로 정할 수도 있고, 또 만약 어린 손주를 정해놓았다면 일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 관리하고 그 의결권에 대한 행사 방법도 별도로 정해놓을 수 있다. 손주가 성년이 되어 의결권을 행사할 때도 그 절차에 대하여 할아버지가 계속 지원할 수 있는 절차까지도 정할 수 있다.

신탁에 맡긴 부동산은 관리신탁을 병행하면 좋다. 손주가 일정한 연령이 될 때까지 객관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치를 해놓음으로써 상속 이후에 발생할 갈등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신탁에 맡겨 관리하게 함으로써 아들의 병 간호에 집중할 수 있다.

-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 센터장

202202호 (202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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