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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 당신의 목소리로 감동 한 스푼 

 

노유선 기자
소셜미디어에서는 모두가 잘 산다. 화려한 여행지와 핫 플레이스에서 찍은 인증 사진이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온다. 하지만 스푼은 다르다.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에 잔잔한 미소가 흐르고, 가슴 아픈 사연에 위로의 메시지가 오간다. 진솔한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공간, 오디오 소셜 플랫폼 ‘스푼’을 운영하는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를 만났다.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는 “이야기로 세상을 연결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타트업 혹한기라지만 최근 이 회사에는 보릿고개가 없었다. 오히려 2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55억원, 63억원. 영업이익률은 14%로 두 자릿수에 안착했다. 오디오 소셜 플랫폼 스푼(spoon)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스푼라디오’의 이야기다. 하지만 지난 4월 1일 서울 강남에 있는 스푼라디오 사무실에서 만난 최혁재(45) 대표는 여전히 목이 마르다고 했다. 그는 “스타트업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당근’은 누구나 아는 서비스이지 않냐”며 “이 정도로 대중화돼야 비로소 서비스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푼의 서비스 지역은 한국, 일본, 대만 등이다. 글로벌 가입자 수는 2000만 명, 오디오 콘텐트를 만드는 DJ(크리에이터)는 12만 명에 이른다. DJ 한 명당 매달 52개가 넘는 오디오 콘텐트를 만들어낸다. 대부분 실시간 방송이며 1~2시간가량 진행된다. 일종의 라디오 채널인 셈이다. DJ는 일상 토크, 연애 상담, 음악 선곡 등 다양한 소재로 오디오 콘텐트를 구성한다. 주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친구와 수다 떨듯 얘기하는 콘텐트가 인기다.

최 대표가 처음부터 ‘라디오스러운’ 스푼을 기획했던 건 아니었다. 그는 스푼이 ‘위로의 공간’에 그칠 줄 알았다고 했다. 이렇게 다양한 소재로 방송 콘텐트를 만드는 DJ가 나타날 줄은 몰랐다. 최 대표는 “스푼을 론칭한 2016년은 TV와 라디오의 인기가 유튜브로 넘어가는 시점이었다”며 “예상과 달리 스푼을 라디오처럼 활용하는 유저가 늘어나면서 스푼에 라디오 스타일을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라디오스러운 UX·UI(사용자환경·경험) 디자인도 이때 만들어졌다.

“스푼에서 위로의 메시지만 오갈 줄 알았는데 ‘누구의 1일 라디오 방송’이란 식의 개인 방송이 생겨나는 거예요. 신선했어요. 유튜브처럼 얼굴을 노출하기는 싫은 사람들이 스푼에서 개인 방송의 가능성을 본 거죠. 또 팟캐스트처럼 많은 준비를 하기엔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스푼을 찾기 시작했어요.”

최 대표는 “8년간 스푼을 운영하면서 방향성이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목소리로 소통하는 플랫폼이란 정체성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이야기로 세상을 연결한다는 것이 스푼라디오의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에게 다사다난했던 스푼라디오의 성장과정과 미래전략을 물었다.

화려한 SNS에 숨겨진 속사정


▎최 대표는 “성실하지 않고 검소하지 않으면 스타트업 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디오 플랫폼인 스푼의 이름은 독특하다. 사명에 대해 최 대표는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구성원들과 영화 [허(her)]를 함께 봤다”며 “여주인공의 대사 ‘spoon me’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영어 단어 spoon은 뒤에서 따뜻하게 안아달라는 의미다. 또 한국어로도 스푼(숟가락)은 ‘따뜻한 감동 한 스푼’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 대표는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플랫폼’이란 의미로 스푼이라 지었는데 이후 라디오 기능이 더해지면서 사명을 스푼라디오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가 스푼라디오를 설립한 건 2013년이다. 2016년 스푼을 론칭하기까지 3년이란 공백이 있다. 그는 이때 스마트폰 배터리 공유 서비스 사업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다 쓴 배터리를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해주는 서비스였다. 당시만 해도 안드로이드폰 배터리는 착탈식이었다. 하지만 점차 모든 스마트폰이 일체형 배터리로 바뀌면서 피버팅(pivoting·사업방향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첫 사업 아이템이 실패로 끝나자 먹고살 길이 막막했어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말 힘든 시간이었죠. 그러던 중 동료 한 명이 ‘이렇게 힘든 얘기를 할 데가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보면 모두들 잘 먹고 잘 살잖아요. 핫플레이스에 가고 여행 다니고 다들 행복해 보입니다. 그런데 살아남고자 치열하게 고군분투하는 얘기를 진솔하게 나눌 공간이 온라인상에는 없는 거예요. 그렇다면 우리가 위로의 공간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죠.”

최 대표는 플랫폼 형태로 사진, 영상이 아닌 오디오를 택했다. 그는 “속마음을 고스란히 전할 수 있는 건 화려한 사진이 아니라 목소리라고 생각했다”며 “누구나 익명성을 보장받으면서 솔직한 얘기를 꺼낼 수 있는 곳, 서로가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곳, 이른바 온라인 대나무숲을 만들고자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의외로 10대와 20대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에 친숙한 Z세대는 라디오라는 매체가 생소할 수밖에 없다. 이런 그들이 오디오로 소통하는 플랫폼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최 대표는 “누구나 쉽고 빠르게 자기만의 방송국을 열 수 있다는 장점이 Z세대를 이끈 핵심 요인인 것 같다”며 “DJ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고 아이템(스티커)을 구매해 DJ를 후원할 수도 있어 재미를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푼 유저는 DJ뿐 아니라 다른 청취자와도 실시간 채팅 기능으로 소통할 수 있다. 또 자신을 즐겁게 해주거나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준 DJ에게 아이템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보답할 수 있다. 일종의 놀이 문화가 된 셈이다. 스푼 매출의 상당 부분은 Z세대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지역별 매출 비중은 해외(약 60%)가 한국(40%)보다 크다. 최 대표는 “개인 신상 노출을 꺼리는 일본 정서에 스푼이 잘 맞는다고 본다”며 “얼굴 사진이나 실명 대신 캐릭터 그림과 가명을 쓰는 유저가 특히 일본에 많다”고 말했다.

다른 매체와 비교해 스푼이 가지는 또 다른 강점으로 최 대표는 ‘청정성’을 꼽았다. 자극적인 소재나 갈등을 유발할 만한 콘텐트가 적다는 뜻이다. 기술적인 1차 필터링과 24시간 모니터링 서비스(한국, 일본의 경우)로 타이트하게 운영하는 중이다. 오디오나 채팅에서 비속어가 나오면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경고가 누적되면 활동이 영구 정지된다. 실제로 법적 처벌을 받은 유저도 있다. 최 대표는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한 경우도 있다”며 “이런 식의 강경 대응을 고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스푼이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깨끗한 공간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건강한 콘텐트가 생산, 유통되도록 유저 활동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편입니다. 스푼라디오는 스푼의 퀄리티가 ‘적당하길’ 원하지 않아요. 스푼라디오 구성원이라면 가족이나 지인에게 이곳에서 일하는 걸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러려면 스푼에서 오가는 모든 메시지가 깨끗해야 합니다.”

샴페인 터뜨리기엔 시기상조… 절제 또 절제


▎서울 강남에 있는 스푼라디오 본사 내 부스 전경. / 사진:스푼라디오
첫 실패 후 피버팅하지 않고 기업에 입사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스타트업을 고집한 이유는 그의 성격 때문이었다. 최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뭐든 분해하고 조립하기를 좋아했다. TV, 라디오를 뜯었다가 부친께 혼이 나기도 했다. 최 대표는 “뭔가를 만들어내면서 얻는 성취감을 즐겼던 것 같다”며 “창업으로 얻는 보람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설명했다. 집안 사정도 한몫했다. 창업 1세대인 친척 어르신이 닷컴 열풍에 힘입어 집안을 일으켜 세우자, 이를 지켜본 최 대표에게도 용기가 생긴 것이다. 조언을 구한 적 있는지 묻자 최 대표는 “종종 여쭤보고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창업 직전 어르신께서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고 더욱 많이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네 예상대로 돌아가는 건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당부도 남기셨죠. 창업에 앞서 멘털을 관리하는 방법을 익혀둬야 한다고도 하셨습니다. 멘털 케어에는 자신만의 호신술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셨죠.”

생생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은 긴요했다. 최 대표는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2021년 겨울을 꼽았다. 당시 스푼라디오는 구조조정을 겪었다. 그는 “아무리 정신을 다잡으려 해도 제정신일 수가 없었다”며 “정말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마음속에 큰 상처로 남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때부터 최 대표는 심리 상담 전문가에게 지속적으로 멘털 코칭을 받고 있다. 그의 멘털 관리 방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절제’다. 그는 “너무 슬퍼하지도 너무 기뻐하지도 않는 것이 멘털 관리의 핵심”이라며 “기쁜 일이 있어도 지나치게 자랑하거나 들뜨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는 그의 성실한 자세와 겸손한 마음씨로 이어졌다.

“몇백억짜리 투자금을 받았다고 어깨에 힘 들어간 회사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걸 여러 번 봤어요. 투자금으로 번드르르한 사무실을 차리고 외제차 몰고 다니는 스타트업 대표가 결국 망했다는 소식을 자주 전해 듣습니다. 저 역시 언제든 그들처럼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항상 검소하려고 노력해요. 스타트업의 생존 과정은 그야말로 전쟁터나 다름없어요. 성실하지 않고 검소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요. 그런데 대규모 투자금 유치를 이유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면 회사가 망하는 건 시간문제예요.”

위기 없는 스타트업은 없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 대표는 “회사의 적잖은 문제는 대표의 의사결정에서 기인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2021년 구조조정을 예로 들었다. 최 대표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의 실행력은 스푼라디오를 이끌어온 원동력이었지만 구조조정을 불러온 패인이기도 했다. 2019년 스푼라디오는 미국 시장에 호기롭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2년간 버티다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한국, 일본과 달리 미국 시장에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달려들었어요. 테스트를 먼저 해보고 매출 증가율에 따라 점차 채용을 늘렸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죠. 한국과 일본에서는 조심스럽게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간 반면, 미국 시장에는 초반부터 판을 크게 벌였어요. 빅테크 출신 인재들을 고액 연봉으로 모셔와서 금전적 손실도 상당했죠. 뒤이어 투자 유치도 잘되지 않았어요. 모두 제 잘못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 시장을 포기한 건 아니다. 최 대표의 좌우명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Never, never give up)’이다. 최 대표는 “현재 3차 도전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미국 진출 성공은 절실한 꿈이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스푼라디오가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한다면서 미국 시장을 포기한다면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며 “비즈니스적으로도 가치 있는 지역이기에 포기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 지난주에도 프로젝트 2개가 실패로 끝났어요. 고생한 구성원들에게 ‘건강한 실패니까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또다시 도전하면 된다고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죠. 저는 스푼라디오 구성원들이 바깥 소음을 신경 쓰지 않으면 좋겠어요. 성공하기까지 중간 과정에는 여러 실패와 실수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과정을 쉽게 평가하고 잡음을 일으키죠. 스푼라디오는 이에 흔들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나갈 겁니다.”

건강하게 충돌하되, 결정되면 확실하게 지지

스푼라디오는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도 전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오디오 소셜 플랫폼 최초로 글로벌 개인정보보호 인증 ‘APEC CBPR(아태 경제협력체 국경 간 프라이버시 규칙)’을 획득했다. APEC CBPR은 국가 간 자유롭고 안전한 개인정보 이전을 지원하기 위해 APEC이 개발한 인증제도로,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9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 인증을 획득한 기업은 네이버와 국민은행 등이다. 최 대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서비스를 계속 업데이트하는 중”이라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게 스푼라디오의 저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1일에는 ‘스푼 멤버십’ 제도를 도입했다. DJ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프리미엄 멤버십에 가입한 DJ는 팬들만 볼 수 있는 유료 구독자 전용 콘텐트를 생성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오디오에 특화된 플랫폼 중 DJ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곳이 전무하다”며 “DJ가 들쭉날쭉한 수익성에 고민하지 않고 양질의 콘텐트 제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멤버십 제도 덕분에 DJ가 매달 고른 수익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끝 무렵, 스푼라디오 사무실 곳곳에 붙어 있는 포스터에 대해 물었다. ‘건강하게 충돌하고 결정되면 확실하게 지지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지만,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셀프스타터: 스스로 동기부여하고 절제하며 돌아보기’ 등이 적혀 있었다. 업무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문구들이었다. 어떤 사람들이 스푼라디오를 구성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최 대표는 “역량보다 태도가 우선”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회사를 살리는 건 바로 구성원의 태도였어요. 평소에 성실하고 겸손하게 거래처, 투자사를 대하면 위기 중 도움의 손길이 오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채용 과정에 정성을 다하는 편입니다. ‘당신이 틀에서 벗어난 생각을 했던 사례를 설명해달라’거나 ‘자신만의 도전 과제를 세우고 성취했던 경험을 알려달라’고 물어봐요. 이때 답변하는 사람의 태도와 자세, 눈빛을 면밀하게 관찰하죠. 덕분에 스푼라디오는 불평, 불만, 험담보다 긍정적인 얘기를 더 많이 주고받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이렇게 인터뷰하고 사진 찍는 것도 구성원들에게 민망하다”고 털어놨다. “다들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혼자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 쑥스럽다”는 고백이다. 스푼라디오에는 대표이사실이 없다. 최 대표는 “난 의사결정권자일 뿐 스푼라디오의 주인공은 아니다”라며 “구성원들과 격 없이, 허물 없이 의견을 나누면서 회사를 키워나가겠다”고 다짐의 말을 남겼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405호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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