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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 

AI 혁명 이끌 슈퍼앱 

장진원 기자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오픈AI가 챗GPT를 내놓기도 전에 한국에서 가장 먼저 생성형 AI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류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꿔놓을 AI 대전환기에 뤼튼은 한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퍼스트무버로 떠올랐다. 창업 3년 차에 접어든 이세영 대표는 “아시아 최고의 슈퍼앱이 되겠다”는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2022년 11월 미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OpenAI)가 챗(Chat)GPT를 처음 세상에 공개했다. 이에 앞선 2020년 6월에는 이미 개발을 완료한 대형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인 GPT-3를 공개했다. 오픈AI의 첫 생성형 AI 모델인 GPT-1이 공개된 지 딱 2년 후였다.

1억1700만 개 매개변수를 가진 GPT-1에 비해 GPT-3는 무려 1750억 개 매개변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오픈AI는 GPT-4부터는 모델의 크기와 학습 방법을 공개하지 않는다.) 단순히 매개변수 규모만 놓고 봐도 2년 사이 약 15만%나 성능이 향상된 모델이 GPT-3였다. 하지만 오픈AI는 챗GPT를 처음 공개할 때만 해도 자신들이 불러올 생성형 AI 신드롬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더 많은 유저를 끌어모으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로 당시까지 개발한 LMM의 결함을 해결하려는 게 챗GPT를 출시한 이유였다.

챗GPT는 ‘더 많은 유저를 끌어모으겠다’는 애초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했다. 그러고는 곧 AI 혁명 혹은 세상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간단한 수준의 대화나 바둑(이세돌과 격돌한 알파고) 경기가 AI에 대한 세인의 관심을 간간이 끈 데 비해, 챗GPT는 우리의 일상에 AI가 곧장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케 했다. AI의 무한한 가능성, 나아가 AI에 대한 경외와 두려움까지 불러일으켰다.

챗GPT를 기점으로 텍스트, 이미지, 심지어 음악과 문학작품 등을 창작하는 생성형 AI 서비스와 툴들이 봇물 터지듯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을 알려줘, ○○을 그려줘” 같은 대화와 AI가 내놓은 결과물에 빠르게 익숙해져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챗GPT가 인터넷만큼 중대한 발명이라고 믿는다”며 “AI가 우리의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단언했다.

재빠르게 알아챈 생성형 AI의 가능성


2020년 말, 한국의 한 스타트업도 오픈AI의 GPT 기술을 주목하고 있었다. 생성형 AI라는 말이 세간에 알려지기 전임은 물론, 챗GPT가 출시되기도 전이었다.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이하 뤼튼) 대표는 “생성형 AI가 가진 가능성을 알게 되는 데 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GPT-3의 서비스 사용료가 너무 비쌌고 최근의 AI 기능에 비하면 허접하기까지 한 수준이었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남보다 빠르게 눈치챘다는 생각에 오히려 전율을 느꼈다.

“한국에서 가장 빨리 생성형 AI로 사람을 돕는 플랫폼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운 좋게도 뤼튼 초기 멤버 중 한 명이 당시 대학원에서 GPT 모델을 연구 중이었죠. 너무 초기 모델이라 한국어 지원도 안 됐고 비싼 데다 위험한 기술이었어요. 하지만 서비스를 개발할수록 놀란 맘을 가라앉히기 어려웠죠. 앞으로 엄청난 연구와 투자가 일어날 거고, 결국 전기나 인터넷처럼 생성형 AI가 온 세상에 퍼질 거라 확신했어요.”

당시 오픈AI는 GPT-3에 대한 클로즈드 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이었다. 테스트 참여자에 제한을 두지 않는 오픈 테스트에 비해 클로즈드 테스트는 특정 자격과 심사를 거친 경우에만 테스트에 참여할 자격을 주는 방식을 말한다. 뤼튼이 제시한 기술 응용 청사진을 받아본 오픈AI는 곧장 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엑세스 권한을 부여했다. 국내 AI 기업으로는 유일했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했다. ‘문송합니다(문과생이어서 죄송합니다)’란 자조적 말과는 반대로, 현재 ICT 기술의 정점인 생성형 AI의 가능성을 문과생이 누구보다 먼저 알아본 셈이다. 전형적인 인문사회학도가 AI에 빠진 배경은 고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표현의 병목’을 풀어내겠다는 꿈을 현실화하는 데 전력을 다해왔다. 자기 생각과 주장을 제대로 된 말과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꽉 막힌 듯한 갑갑함을 느꼈다.

“제 생각과 철학을 맘껏 표현하는 걸 좋아했어요. 초등학생 때도 어린아이가 쓴 글이라 무시당하면 화가 나곤 했죠. 어른들 흉내 내서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저 같은 MZ세대들은 하고 싶은 말과 글을 제대로 표현하는 걸 더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글쓰기나 토론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죠. 이걸 ‘표현의 병목’이라 정의했고, 어떻게든 꼭 풀어내고 싶었어요.”

고교 3학년 때인 2014년, 이 대표는 ‘한국청소년학술대회(KSCY: Korea Scholars Conference for Youth)’를 처음 개최했다. 대회 준비는 이미 2학년 때부터 시작한 터였다. 첫해 참가자 30명으로 출발한 대회는 이듬해 300명, 그다음 해에는 3000명까지 규모가 커졌다. 고등학생들이 주축이 돼 시작한 대회는 어느새 청소년학술대회 기준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행사가 됐다.

“[도전 골든벨]이라는 퀴즈 프로그램에 나가 최후의 1인에 선정됐어요. 상금으로 받은 300만원을 털어 부어 첫 대회를 치렀죠. 2013년 겨울엔 부상으로 미국 연수도 짧게 다녀왔는데, 그곳 청년들이 자신의 생각을 맘껏 말하고 에세이를 쓰는 모습에 놀랐어요. 부러웠죠. 제 또래들도 그런 경험을 하면 좋겠다고 결심했어요.”

고교생 신분임에도 전국에서 뜻이 맞는 20여 명이 이 대표와 힘을 모았다. 수만 건 글을 쉽게 검색해 찾을 수 있는 검색사이트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대회 운영과 검색사이트 개발을 도와준 연세대 교수의 도움으로 대학 전공까지 문헌정보학을 택했다.

누구에게나 열린 무료 AI 서비스


▎2023년 11월 10일 뤼튼 사무실을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 경제사절단이 뤼튼 경영진과 기념 촬영에 나섰다. 사진 왼쪽부터 이세영 뤼튼 대표, 빈 투크 알 마리 UAE 경제부장관, 알리아 알 마즈루이 칼리파기업발전펀드 대표, 압둘라지즈 알 자지리 부청장, 이동재 뤼튼 최고전략책임자.
“처음엔 일일이 학교마다 찾아다니면서 대회 포스터를 붙였어요. 그러다 스마트폰과 SNS의 도움을 제대로 받았죠. 당시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SNS가 엄청난 속도로 퍼지던 때였어요. 이전까지는 없던 완전히 새로운 채널 덕분에 효율적인 홍보가 가능해졌어요. 소수의 영재교육에서나 가능했던 청소년 논문 활동이 대중화됐다는 데도 의의가 컸죠.”

위기는 으레 그렇듯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2020년 2월, 국내에서도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미 한 달 전에 대회 개최 준비를 완벽히 마친 터였다. 2박 3일간 예정돼 있던 연세대 송도캠퍼스 합숙도 불가능해졌다. 더욱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참가할 예정이었던 외국 학생들의 방한도 불투명해졌다. 전 세계가 맞닥뜨린 엄청난 혼란의 여파가 그대로 이 대표에게도 몰려들었다.

“대회를 여름으로 미뤘지만 모두 허사였어요. 미리 받은 참가비와 운영비를 물어내야 했는데, 서너 달 동안 1억원을 만들어내야 하더군요. 사무국도 해산해야 했죠. 너무 막막하던 차에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글쓰기 온라인 과외에 나섰어요. 학술적 글쓰기 클래스였는데, 이게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석 달 만에 돈을 다 갚았어요. 온라인의 힘을 체험한 계기가 됐죠.”

떠안은 빚을 혼자 힘으로 갚아나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오랫동안 함께했던 동료들도 하나둘 힘을 보탰다. 누군가는 다니던 직장을 휴직하고, 또 다른 이는 휴학원을 내고 이 대표를 도왔다. 당시 함께한 동료들이 현재 뤼튼의 핵심 멤버다.

팬데믹은 일하는 방식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마침 온라인의 가능성을 체감한 이 대표도 KSCY를 온라인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송도국제캠퍼스 수용 가능 인원으로 제한됐던 참가자 수가 전 세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회로 확대됐다. 2022년 1월 17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첫 온라인 대회는 전 세계 15개국에서 청소년 5000명 이상이 참여해 대성공을 거뒀다.

수천 명에 달하는 참가자가 쏟아낸 논문을 검색하고 정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교 시절 개발한 검색 기술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송도캠퍼스라는 특정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뤄지던 대학생 봉사자들의 인터렉션과 멘토링도 불가능해졌다. 새로 떠오른 숙제거리를 해결해줄 새로운 기술적 툴이 필요함을 직감했다.

“이미 2020년 GPT-3 베타테스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잖아요. 그때 개발한 서비스가 학술대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위한 글쓰기 툴이었어요. 뤼튼이라는 서비스명(사명)도 그때 지었죠. 구조화, 자료 조사, 피드백 등 저 같은 Z세대 학생들의 글쓰기를 돕는 AI 기반 소프트웨어가 첫 출발이었어요. 실제로 2022년 초 첫 온라인 대회에 우리가 개발한 뤼튼 서비스를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했고, 큰 호응을 받았어요. 생성형 AI의 가능성을 직접 체험한 거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민 서비스’가 될 거라 또 한 번 확신했어요.”

학술대회에서 검증된 첫 테스트는 곧장 다음 스텝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가 주목한 건 카피라이팅 서비스였다. 이력서, 보도자료, 광고 카피, 웹사이트 상세페이지 내용,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포스팅 글, 자소서 등 업무와 일상에 쓰이는 50여 개 툴을 모았다. 대화형 AI가 간단한 키워드만으로 문서 초안을 만들어냈다. 2022년 10월 선보인 ‘뤼튼 카피라이팅’ 서비스다. ‘1만 자에 1만원, 10만 자에 10만원’ 등 유료 서비스였지만 출시 1주일 만에 가입자 1만 명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생성형 AI 스타트업이 실제 B2C 서비스로 상업화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초기 사례였다. 예상을 뛰어넘은 호응을 확인한 이 대표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다음 카드를 꺼내들었다. 서비스 전면 무료화다.

9만 개 돌파한 AI 캐릭터


▎이세영 대표는 대학 시절 미식축구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CEO를 프로 구단주로, 임직원을 프로선수로 비유하는 독특한 경영 철학이 나온 배경이다. 이 대표는 “선수 하나하나가 최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돕는 것이 구단주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유료 서비스가 절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었어요. 말도 안 되는 서비스 비용을 책정한 건 유저들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죠. 첫 한 달이 지난 후 성과를 보고 전면 무료화를 결정했어요. 당시 생성형 AI 기업 중 무료 서비스는 어디에도 없었어요. 사실 내부에서도 우려가 컸어요. 6장 넘게 편지를 써가면서 팀원들을 설득했죠. 결국 세계에서 처음으로 무료 생성형 AI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과감한 결정이 올바른 방향이었음은 수치로 증명됐다. 2023년 1월 전면 무료화에 나선 후 출시 7개월 만에 서비스 누적가입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초기 카카오톡과 같고, 토스보다는 넉 달이나 빠른 페이스였다. 출시 1년 반 만인 올해 8월 기준 뤼튼의 누적가입자는 400만 명을 넘어섰다.

“생성형·대화형 AI가 메신저나 이메일처럼 누구나 쓰는 보편적인 서비스가 될 거예요. 네이버와 구글이 PC의 첫 화면이듯, 카카오톡과 라인이 모두가 쓰는 메신저이듯, 사람과 AI의 ‘첫 대화’는 뤼튼이라고 각인하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아무런 장벽 없이 들어와 기술을 누리고 즐기는 플랫폼이 돼야 했죠. 지금도 뤼튼은 모든 서비스가 무료예요. 얼마 전에는 누적가입자 500만 명을 넘어섰죠. 대화형 AI의 슈퍼앱이 될 거라 확신해요.”

현재 뤼튼의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 축이다. ‘AI 검색’과 ‘AI 캐릭터’, ‘나만의 AI’다. AI를 활용한 검색은 기존 검색과 어떻게 다를까. 스마트폰을 꺼내든 이 대표는 ‘황인범 네덜란드 데뷔전’이라는 키워드로 직접 검색 시연에 나섰다. 대화창에 키워드를 입력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황인범 선수의 네널란드리그 데뷔전에 대한 동영상 스크립트와 관련 이미지가 출처와 함께 나타났다. 그 아래로 경기 날짜와 상대 팀, 포지션, 활동량, 결과 등 경기 개요와 함께 경기 내용, 추가 정보 등이 자동으로 생성됐다. 볼 터치, 평점과 팀 성적, 선수의 전술적 역할 등이 일목요연한 텍스트로 정리돼 생성됐다. 화면 한쪽에는 관련 기사들의 섬네일이 차례로 이어졌다. 같은 키워드로 국내 포털이나 구글에서 검색하던 방식과는 개념부터 결과까지 완전히 달랐다. 검색 결과를 일일이 하나씩 찾아 들어가 필요한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 자체가 사라졌다.

“GPT-4를 비롯한 여러 AI 모델이 실시간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검색한 후 몇 초 안에 답변해줘요. 가령 ‘포브스코리아 최신 호를 찾아줘’라고 얘기하면 사진부터 영상, 주요 주제, 주제에 대한 보충 질문까지 완성해주죠. AI가 스스로 계획을 세워 유저들을 위해 대신 검색한다고 보면 돼요. 내부에선 ‘엔서엔진(Answer Engine)’이라고 불러요.”

뤼튼이 선보인 AI 검색은 현재 글로벌 AI 업계에서 가장 뜨겁게 조명받는 분야다. 오픈AI는 물론 구글과 네이버 등도 이미 관련 서비스를 내놓았고, 미국 퍼플렉시티(Perplexity)처럼 AI 검색에 특화된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이 대표는 “도서관에서 포털로 검색 패러다임이 바뀐 것처럼, AI 검색이 또 한 번 전환기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뤼튼의 또 다른 경쟁력은 AI의 콘텐트화다. 검색과 문서 작성 같은 정보성 서비스에 비해, AI가 창작 영역에 활용되면 게임이나 웹소설 같은 콘텐트 서비스로 진화하게 된다. 뤼튼이 선보인 캐릭터 서비스 ‘캐릭터 챗’이 대표적이다. 캐릭터챗 페이지에 들어가면 전문 크리에이터와 일반인이 창조한 수많은 캐릭터가 눈에 들어온다. 올 3월 시작한 서비스에선 불과 석 달 만에 9만 개가 넘는 AI 캐릭터가 창조됐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골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 대표는 “고척돔 5개를 채울 수 있는 캐릭터들이 뤼튼에 모여 있다”며 웃었다.

“기존 주요 서비스에서 활동하던 크리에이터들이 캐릭터챗에 몰리는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요. 웹툰 생태계가 네이버와 카카오로 정리된 것과 비슷해요. 유명 크리에이터와 유저들이 몰리고, 여기서 쌓인 데이터로 더 정교한 대화가 가능한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죠. 하루 12시간을 이용하는 유저가 있을 정도예요.”

캐릭터 AI 모델 역시 생성형 AI 분야에서 최근 들어 각광받는 분야다. 구글이 관련 스타트업인 캐릭터AI를 인수한 사례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대표는 “글로벌 빅테크의 활동을 보며 우리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는다”며 “우리의 일상과 업무, 엔터테인먼트가 이미 AI와 빠르게 결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화’는 생성형 AI의 강점이 가장 잘 두드러지는 기술이다. 이미 이커머스 등에선 사용자의 개별적인 선호도와 필요를 충족해 고객을 로크인(Lock-in)하기 위한 다양한 데이터 마케팅 기술이 널리 퍼져 있다. 뤼튼이 지난 5월 모바일 버전으로 선보인 ‘나만의AI’는 AI와 인간의 교감에 초점을 맞춘 개인화 서비스다.

“내가 만든 AI와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예요. 영화 [허(Her)]에 나오는 AI 캐릭터 ‘사만다’와 비슷하죠. 가령 ‘상암동 포브스코리아 근처에 맛있는 삼겹살집이 있나’라고 물으면 실시간 데이터를 알려주는 식이에요. 내가 테니스를 즐기고 삼겹살을 좋아한다는 걸 스치듯 얘기해도 이를 이해하고 먼저 말을 걸어요. ‘낮에 삼겹살을 잘 먹었으니, 저녁엔 운동 좀 해야 하지 않겠냐’는 식이죠. 똑똑한 서비스도 좋지만 애착과 신뢰 같은 사회적 밀착감도 AI 활용에 중요한 요소가 될 거라 봐요.”

아시아 대표 슈퍼앱을 꿈꾸다

뤼튼은 올 하반기 새롭게 진화한 AI 서비스도 내놓을 계획이다. ‘스튜디오’로 명명한 새 제품에 대해 이 대표는 ‘에이전트(대리인) 빌딩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나를 위해 대신 일해주는 비서나 에이전트를 일상의 대화로 현실에 구현한 서비스가 될 예정이다.

“뤼튼은 생성형 AI의 슈퍼앱이 되는 게 목표예요. 그러려면 일상의 접점에 뤼튼의 AI 서비스가 맞닿아 있어야 하죠. 예를 들어 ‘오늘 포브스 인터뷰가 있으니, 촬영용으로 입을 청바지를 사달라’고 말해요. 그럼 이세영이라는 사람의 체형, 선호하는 스타일, 사이즈, 좋아하는 브랜드 등을 AI가 파악해 쇼핑몰에 자동으로 주문하는 거죠. 업무용 에이전트도 가능해요. 매일 아침 9시에 뤼튼에 대한 두 장짜리 동향 보고서를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하면, AI가 매일 이를 수행하는 워크플로가 생성돼요.”

에이전트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커머스, 결제, 페이먼트 등 수많은 기존 서비스와 연동하고 연결하는 게 핵심이다. 이 대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에이전트 생태계가 출현할 것”이라며 “팀에서도 가장 기대가 큰 서비스”라고 밝혔다.

뤼튼은 국내 생성형 AI 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유 생태계를 확장하는 기업이다. 특히 특정 서비스 영역이나 B2B 비즈니스에 국한하지 않고, 일상에서 누구나 쓰는 범용 서비스로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2021년 4월 정식 법인 설립 이후 3년간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캐피털, 산업은행 등에서 받은 누적투자금이 480억원에 이른다. 이제 창업 3년 차에 접어든 스타트업이지만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거둔 성과도 탁월하다. 2023년 11월 처음 법인을 설립해 진출한 일본은 창업 초기 한국에서 경험한 J커브를 재현하고 있다. 한국과 거의 같은 성장세다. 가입자수 기준으로 주당 10%씩 성장 중인데, 세계적인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에 따르면 주당 7%만 성장해도 좋은 기업, 10%는 특출난(exceptional) 성과에 해당한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그랬듯 생성형 AI가 기술의 대 전환기를 열었다고 봐요. 이럴 때 기술의 양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 한국에선 글로벌 기업과 서비스에 대항하는 자생 서비스가 탄생했어요. 네이버와 카카오죠. 일본도 비슷해요. 야후와 라인이 나왔어요. 창업 초기부터 한국과 일본 시장의 공통점을 파악하고 도쿄에서도 수차례 워크숍과 해커톤을 열었죠. 생성형 AI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전부터 두 나라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우리의 예상이 적중하고 있어요.”

뤼튼의 다음 목표는 아랍에미리트(UAE)를 위시한 중동 시장이다. UAE는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생성형 AI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나라다. 이 대표는 “한국은 이미 생성형 AI 시장에서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며 “뤼튼처럼 자생적인 로컬 기업이 글로벌로 진출하는 과정을 궁금해하고 벤치마킹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초대로 내한한 UAE 경제부장관이 유일하게 방문한 생성형 AI 기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직은 초기 시장조사 단계지만 동남아 지역도 놓칠 수 없는 거대 시장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청년 인구수와 모바일 인프라가 이미 탄탄하다. 한국과 일본에서 이뤄낸 성과들을 실험하고 자리 잡게 하는 데 더없이 훌륭한 시장이다.

“AI 대전환기에 한국과 아시아 유저들의 첫 대화를 차지하는 기업과 서비스가 되고 싶어요. 변하지 않는 뤼튼의 비전이죠. 이미 AI는 ‘코모디티(comodity)’ 단계로 접어들고 있어요. 전기를 만든 발명가도 위대하지만, 가전제품과 공장을 만든 이들도 위대하죠. 우리에겐 생성형 AI라는 대전환기를 이끌 시대적 사명이 있어요.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정주영 회장이나 정보통신 혁명을 이끈 손정의 회장처럼 말이죠.”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410호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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